쌍둥이 전쟁, 내가 먼저 할 거야!

고민 끝에 찾은 묘책

by 자유로운 풀풀

"아니야! 내가 먼저 할 거야!"


아이들의 투닥거림이 시작됐다. 귀엽게 표현하자면 그렇지만,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속 시끄러운 싸움이다. 집 안에 머무는 동안에는 30분에 한 번 씩 일어나는 상황. 3분에 한 번이 아니라 30분에 한 번이라니 라고 부러워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30분에 한 번 일어나는 언쟁이지만, 시간은 10-30분이 걸린다는 사실. 그러니 횟수는 한 번이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형제자매를 둔 집들은 거의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최대한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 만한 상황을 만들었다. 좋아할 만한 물건은 두 개씩, 옷은 같은 것으로, 번갈아가며 하기 등 각자의 영역을 지켜주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곁에서 보는 가족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아이들의 싫은 소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퍼부었다.


아이들이 자라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났다.


잘 놀던 아이가 엄마에게 안긴 다른 아이를 보고 자기도 안아달라며 품에 달려들다가 다툼이 되는 것처럼. 혼자였다면 서운하지도 않았을 일들이 둘이기에 아이들은 서럽고 속상했다. 엄마를 둘로 쪼개어 한 명씩 안아줄 수도 없었다. 합쳐서 30kg이 넘는 아이 둘을 양 팔에 동시에 안아 올릴 수도 없었다.


1등의 개념을 알아차린 아이들에게 '둘 다 1등'이란 뻔한 축하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서로를 이기고 싶어 하고, 서로 먼저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었다.


고민에 빠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 10번 벌어지는 '내가 1등, 내가 먼저'의 논쟁에서 5번이라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는 묘책이 무엇일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중 기막힌 방법이 떠올랐다.


엄마를 이겨라.


아이들은 지기 싫었다. 1등이 하고 싶었다. 이기는 경험을 갖고 싶었다. 주도성이 발달하는 5세 아이들. 인생의 주인공, 승자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성취감을 만끽하고픈 아이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길 수 있는 대상이었다. 쌍둥이이기에 서로를 이기려고 하니 부딪히는 것이다. 둘 모두가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사람. 그것이 해결책이었다. 모든 과정을 꿰뚫고 있는 엄마, 내가 패자가 되어주는 것이 가장 탁월한 방법이었다.


과연 통할까? 실전에 적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린이집 등원 길. 서로 먼저 도착할 거라며 투닥거림을 시작했다. 귀여움을 넘어서서 감정싸움으로 번지려고 했다. 평소 같으면 가만히 지켜보아도 좋은 경험이 되었을 테지만, 지금은 어린이집을 기분 좋게 가는 미션 수행 중이다. 상황이 어려워지기 전(어린이집 안 갈래 song)에 작전을 개시했다.


엄마가 제일 먼저 가야지~!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안돼! 우리가 먼저 갈 거야!"

둘은 두 손을 맞잡고 나를 앞질러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승자의 미소를 흠뻑 머금은 채로.


묘수가 잘 먹혔으니, 다른 상황에도 접목시켜보기로 했다.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 누가 먼저 먹었느냐. 누가 더 잘하느냐. 누가 더 빠르냐.

아이들의 끝없는 비교 배틀에 '엄마'를 집어넣었다.

"엄마가 먼저 갈 거야, 엄마가 먼저 도착했지요, 엄마가 벌써 다 해가지, 엄마는 이렇게도 오릴 수 있다."

유치 찬란 뽕짝이지만, '약간의 모자람을 더한 오버액션'과 '아이들보다 확연히 못하지만 더 잘한다는 착각'을 아이 눈높이에 맞게 찰떡처럼 버무려 연기했다.

결과는? 성공적!


이기고 싶은 아이들에게 서로를 경쟁자로 바라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다독이며 다시 도전할 힘을 북돋으면 될 일이지만, 뱃속부터 함께였던 두 아이들은 매 순간이 경쟁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었다. 혼자인 시간이 없는 아이들. 늘 함께이기에 힘도 나지만, 그렇기에 마음이 다칠 때도 있는 쌍둥이. 엄마의 사소한 개입으로 두 아이가 손잡고 깔깔거리며 이기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 보고 싶었다.




아이의 정서 발달을 다루는 육아서, 성인의 과거를 재조명하는 심리서들을 읽다 보면 공통된 맥이 있다.


5~7세에 주도성이 발달한다.

5~7세 아동은 '내가 제일 잘 나가, 내가 최고야,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시기에 건강한 성취와 좌절은 아이의 회복탄력성에 큰 영향을 준다.


지식으로는 알겠는데, 현실에서는 막막했다. 당장 내 눈앞에서 아이는 고함을 지르고, 울고 있는데 이론적인 지식을 떠올려봤자, "그래서 뭐, 어쩌라고."의 한탄만 튀어나왔다.


아이를 재운 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난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원하는 대로 다 할 수는 없지만, 건강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보고 싶었다.


고민 끝에 찾은 한 가지 방법.

"엄마를 이겨라."

모든 상황에서 다 적용되지는 않지만, 경쟁이 일어나는 상황에 한 명의 바보(엄마)를 집어넣음으로써 두 아이 모두 기쁜 성취를 맛볼 수 있다.


아이들도 엄마의 노력을 아는 것 같다.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려다가도 셋이 함께 낄낄거리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둘이 속닥거리며 협상하고, 엄마 몰래 작당을 벌이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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