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즐기지 않았다. 그 흔한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하지 않았다. 타인의 삶을 넋 놓고 보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열등감, 비교의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소비한 시간들이 아깝기 그지없었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육아서를 읽었다. 책이 몇십 권을 넘어가자 기록을 하고 싶어 졌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휘발되어버리는 책의 내용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짧은 단상들을 블로그에 남기기 시작했다. 2년간 꾸준히 기록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블로그를 예쁘게 꾸미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타인에게 보이는 글을 쓰기 시작하니 다음 단계가 눈에 들어왔다. '브런치'였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없는 플랫폼. 아주 매력적이었다. 이런저런 고비를 지나 작가에 합격했고,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쓰고 싶은 마음을 담아 무엇이든, 언제든 쓰려고 노력했다.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생기자 꿈이 생겼다. 책을 쓴 저자가 되고 싶었다. 책의 내용이야 어떻게든 스스로를 굴리면 되는 일이지만, 홍보는 그렇지 않았다. 다들 한다는 인스타그램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더 솔직히 표현하면, 인스타를 꼭 하라고 친한 언니가 별을 그리며 강조했다.) 책의 콘셉트도 잡히지 않았지만 인스타 계정을 열었다.
2021년 9월 28일,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18개의 피드가 등록되어 있다. 좋아요 평균은 1~5개. 참으로 소박하기 그지없는 공간이다. 나의 계정을 한 화면에 슥 둘러본다. 읽고 있던 책, 생각, 산책 풍경 등이 담겨있다.
누군가가 본다면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까.
책을 아주 많이 즐겨 읽고, 산책을 좋아하며, 개똥철학을 적어대는 가상의 인물이지 않을까?
현실의 '나'는 어떤가.
늦잠을 좋아하고, 밥 차려주기를 귀찮아하며, 웃기 위해 노력하지만 긴장된 미간을 릴랙스 하기에 바쁜 인물이지 않나?
인스타그램뿐이겠는가.
브런치에서 드러나는 나의 가면은?
블로그에서 드러나는 나의 모습은?
하다못해 카카오톡 프로필에 등장하는 나는?
사용하는 SNS, 플랫폼 계정이 많아질수록 하나의 나가 여럿으로 분열된다.
가상의 세계에서 표현되는 모습들에서 숨겨둔 나의 어떠함을 발견한다.
100개 중의 1개일 뿐인 특별함이 일상으로 둔갑되어 나조차도 착각에 빠진다.
인스타 피드 18개를 올려보니, 계정의 주인은 분명 나인데 나는 계정의 주인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다양한 모습들 중 일부분만 극히 강조되어버리는 모순'들을 적극 활용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SNS 초보의 딜레마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