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청소 문제, 누가누가 맞을까

하루가 무사히 잘 지나갔다

by 자유로운 풀풀

남편과 욕실 청소 문제로 언쟁을 했다. '매일 솔질을 해 달라는 나'와 '알아서 할 거라는 남편'이 부딪혔다.


"하고 싶을 때 할 거야."

남편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쯤 되면 못 이기는 척 '알겠다'라고 받아줄 만도 한데, 남편은 그런 게 없다. 사랑하는 아내의 쾌적한 기분을 위해 해 달라는 말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샤워와 함께 하면 5분도 걸리지 않는 일. 그걸 하기 싫다는 남편이 미웠다. 신혼 초에 이런 문제들은 확실하게 정리했어야 했다. 어떤 면에선 물러 터진 내가 한심하기까지 했다.


10분이 넘는 대치상황. 먼저 백기를 들었다.

"내가 졌어. 알겠어."

거실로 돌아와 종알대는 아이들 곁에 앉았다. 엄마 왜 그러냐는 은이의 질문.

"응, 엄마가 졌거든. 으아. 졌다!"

엄마가 이길 줄 알았다는 은이의 대답에 피식 웃었다. 먼저 물러선 건 나인데 찝찝한데 가벼운 느낌이었다.


아이들 잠자리 독서 시간. 아이들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남편은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남편의 방으로 갔다.


"난 남편이 좋아. 남편이 내 옆에 있으면 좋겠어.
화가 나든, 평소 기분이든 어떻든 우리 옆에 있어줘.
난 남편이 필요해. 애들 아빠가 필요해.
뭘 하든 옆에 있어줘.
나 외로워. 사랑해."

남편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


사실이었다.

남편이 옆에 있는 게 힘이 났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컵 하나를 씻어도 같이 하고 싶었다. 내가 컵을 씻는 동안 남편은 아이들 옆에 있는 게 좋았다. 남편이 라면을 끓이는 동안 아이들과 색연필로 끼적이고 싶었다. 같은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싶었다. 나는 외로웠으니까.


남편을 너무 사랑하는 거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이성으로서, 남편으로서, 애들 아빠로서, 경제적 공동체로서 사랑한다. 삶을 공유하는 사랑. 그런 의미에서 동거인 이상의 의미로 남편을 사랑하는 것 같다.




세 번의 용기를 냈다.


한쪽의 마음이라도 알기 위해, 굴 속으로 들어간 남편에게 '쉼 없이 말을 건넨 용기'.

남편의 '싫다'는 말에 '알겠다'로 응수하며 '패배를 선택한 용기'.

남편과 함께 하고 싶은 '속마음을 고백한 용기'.


진짜 바라는 건 '가족 구성원 간의 이해와 소통'이었다. 이렇게 해야지, 저게 맞는 거야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 것이 먼저 존중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이해되지 않지만 남편에겐 무언가 절대적인 싫음이 있었겠지. 그럴 땐 싫은 마음을 조절할 여유가 있는 내가 한 발 물러서면 되는 거였다.


옳고 그름을 넘어선 선택의 문제.
'그냥 싫다'는 그의 마음을 '그렇구나'로 넘기는 유연함.
'이게 좋다'는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당찬 솔직함.


남편은 마음 내킬 때에 욕실 솔질을 하기로 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남편은 곁에 누워서 나의 운동화와 티셔츠를 골라주었다. (난 인터넷 쇼핑이 극도로 피곤하다. 싫은 마음을 조절할 여유가 1도 없다.)


하루의 끝에 '무사히 잘 지나가다'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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