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그냥 하는 거야.

쓸모없어 보이는 일을 향한 도전

by 자유로운 풀풀


도전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돈도 안되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일이다. 경력 칸에 한 줄 채울 수 있는 딱 그만큼. 그 시간에 돈 공부를 하거나, 엄마표 교육에 힘을 쓰거나, 다이어트에 몰두하면 가시적인 성과가 더 드러날 법도 하다. 이렇다 할 가치도 없어 보이고, 생계에 큰 영향을 주지도 않는 (오히려 돈을 더 써야 하는) 그 일을 왜 하고 싶을까.


그냥.

그냥 하고 싶다.


첫 삽을 뜨기가 두려워 돈을 내고 모임에 참석하려 했다. 거기에 발이라도 담그면 멱살 잡혀 끌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도 지원해주겠다 했다. 고민 끝에 마음을 접었다. 도움을 받는다면야 좋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회피하고 있었다. 시작이 두려웠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를 생각했다. 완벽한 모델을 세워두고 거기에 미치지 못할 바에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여겼다.


늘 그런 식이었다. 성공할 것 같은 일에 도전했다. 이것저것 따져보고 이만하면 괜찮겠다 여겨질 때 움직였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한 것이 장하다는 인정을 받을만한 것들만 시도했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은 성공도 실패도 없는 일이다. 묵묵히 가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결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설사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형태로 완성되었다 할지라도 그게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시작일 뿐, 소리 없는 노력의 길이다.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루시드폴,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중에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시작도 전에 스스로를 죄인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런 무가치한 일을 해서 어디에 써먹으려고. 그래도 굳이 하고 싶으면 완벽한 결과를 내. 그러지 못할 바엔 꿈도 꾸지 마. 니 일이나 똑바로 해.


기억들은 나를 죄인으로 몰았다.


해야 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춰 살았다. 공부를 해야 한다기에 했고, 대학은 그냥 거기 가라기에 갔고, 취업도 거기가 젤 낫다기에 했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정답에서 틀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고 싶어서 어떤 일을 해 본 적이 있던가? 스트레스 해소가 아닌 순수한 열망으로 무언가를 시도해 본 적이 있던가? 열망이 싹트기도 전에 씨앗부터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지 않은가? 그 일은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그의 기준에 맞추어 나를 바라볼 때, 나는 늘 죄인이었다. 그의 기준에는 필요 없는 것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나의 욕구를 들여다보며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죄였다. 내 것보다 더 중요한 누군가의 것이 존재하기에.




새로운 일에 눈을 떴다.

생각만으로도 설렜다.

"해야지, 할 거야."

수번이고 되뇌었지만 어쩐 일인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과 '일의 가치'를 증명받고 싶었다.

스스로를 순수하게(결과와 무관하게) 인정해 본 적이 없으니, 타인에게 확인 도장을 받아내고 싶었다.

응원이 아닌 증명서를 발급받고 싶었다.


이젠 나에게 말해 줄 때다.


그냥 하자.
하고 싶은 거니까. 좋아하는 일이니까.
이거면 됐지, 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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