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두 아이가 나에게 왔습니다.
사랑으로 품은 아이들이 분명했지만, 동시에 울어대는 아이들 앞에선 손가락 하나 꼼짝 할 수 없는 순간이 잦았어요. 아이들이 왜 웃는지, 왜 우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알 길이 도무지 찾지 못했어요. 원인을 파악해야 결과를 예측하고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텐데. 현실 상황에 사이렌이 울리면, 머릿속 육아 지식은 모두 날아가버렸습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눈'을 갖고 싶었어요.
아이의 행동을 해석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했어요.
정보를 얻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책과 강의였어요. 신간,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가릴 것 없이 다섯 권, 열 권 되는대로 주문하여 집안 곳곳에 쌓아두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오디오 클립 등 유명한 육아전문가들의 강의를 흘려듣기로 듣고 또 들었지요. 기억할 내용은 종이에 적어 집안 곳곳에 붙였습니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발가락으로 책장을 누르고 한 문장이라도 씹어 삼켰어요. 컵에 물을 따르며 싱크대 문짝에 붙은 육아서 한 줄을 눈에 박았습니다.
'두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주양육자인 내가 실천할 방법'들을 찾고 찾았습니다. 지식과 방법을 알았으니 실전에 적용하는 일만 남은 것이었죠. 무기를 갖추었으니 전쟁에 뛰어들어 휘두를 차례였습니다. 용기를 장착하고 육아에 뛰어들었어요.
책과 실전은 다르더군요.
책에서 말하는 지식으로 아이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거기서부터 막혔습니다. 머리로는 '아이의 발달과정이 그러하다'라고 입력되었지만, 마음에서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제 제발 그만 좀 하라고'의 감정적인 아웃풋이 튀어나왔어요. 부글거리는 마음을 꾹 누른 채 전문가들의 지침을 앵무새처럼 따라 읊조렸지만, 아이들은 더 큰 울음과 화를 내뿜었지요.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양육자에게 권장되는 육아 지침들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이토록 멀 수 있다는 것을 절절히 체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아이의 발달 상황을 머리로 이해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싫어!"라는 단어 하나에 깔려있는 아이의 맥락을 "엄마, 나는 지금 너무 피곤해요. 아침부터 유치원에 다녀오느라 진을 다 뺐다구요. 지금 양말을 못 벗겠어요. 양말을 벗을 힘조차 없어요. 엄마가 좀 벗겨주세요."라는 다섯 문장으로 풀어내는 연습을 시작했어요.
책 속에 박혀있는 공감, 적절한 훈육의 언어를 '지금 여기에서 적용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기 위해 애를 썼어요. 익숙하게 튀어나오려는 "양말 벗어야지. 왜 안 벗어!"란 비난의 말을 "아, 은이가 지금 좀 피곤하구나. 유치원에서 신나게 놀고 와 힘이 다 빠졌네. 양말 벗으면 좀 시원할 거야. 엄마가 도와줄게."의 네 문장으로 해석했습니다.
쉽지 않았어요.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전에 비교, 판단이 먼저 일어났지요.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말들은 충고, 조언뿐이었어요. 모든 육아서에서 강조하는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에는 경계를 주라'는 단순한 지침이 현실에서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만 가능했습니다. 공감의 언어는 말 배우듯 익혀야 했고, 건강한 훈육을 위해 잔소리와 화풀이 사이의 외줄을 탔어요.
아이와의 관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번 아웃되기 일보직전의 상태인 나를 살살 달래주어야 했어요. 여차하면 무기력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많아졌으니까요. 자책과 무기력의 악순환에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를 일으켜주기 위한 지혜가 시급했지요.
그렇게 흘러온 5년의 시간.
쌍둥이 두 딸이 다섯 살이 되는 동안, 저의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변하고 싶어 변했던 것은 아니에요. 변해버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할 수밖에 없었지요. 아이를 살리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기준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기준에 따라 살고자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5년이 지나가 있더군요.
이 책은 5년의 시간 동안
아이와 나를 이해하고자 노력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밥을 먹다가 화를 내고, 양치질을 하다가 고함을 지르는 일상의 기록이에요. 화를 낸 뒤 사과하고,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는 다짐의 연속들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아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가슴을 두드리는 그대에게,
육아서대로 실천되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그대에게,
이 글들에 담긴 작은 위로와 팁들이 전해지기를.
오늘도 이른 육퇴를 꿈꾸는 당신과 나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