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지은이랑 똑같은 거. 그거 사줘어."
아이의 신발 투정이 시작됐다. 쌍둥이 두 딸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같은 신발과 옷 등에 관심이 많아졌다. 활동하기 좋은 옷으로 입고 오라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 덕분에 옷 투정은 하지 않지만, 여름이 되자 모두들 신는 크** 신발에 꽂혀버렸다. 등, 하원 하는 길 신발장 앞에서 친구들의 신발을 가리키며 이것 좀 보라고 하는 아이들의 말을 애써 외면했다. 집에 있는 신발들로 여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는데 자꾸 신발을 사 달라는 아이의 투정이 불편했다. 이미 두 달 전에 영화관에 들렀다가, 예쁜 젤리슈즈를 고르지 않았던가. 신발이 충분한데 또 다른 신발을 산다는 것은 낭비라 생각했다.
"어머님, 다음 주부터 물놀이가 시작됩니다."
어린이집에서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2주 동안 어린이집 마당에 설치된 풀장에서 물풍선 등을 이용해 물놀이를 하는 것이다. 아이의 물놀이 용품을 챙기다가, 신발장 앞에서 멈췄다. 어린이집 신발장에서 신을 꺼내어 신고, 마당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다시 실내로 돌아와 신발장에 신을 넣는 과정. 제한된 시간 안에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단체 활동에서 아이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만한 신발. 놀이터나 야외 산책활동에는 운동화가 가장 적합하지만, 물놀이에는 신고 벗기 편하면서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신발이 필요했다. 아이의 신발장을 찬찬히 살펴보니, 적합한 신발이 없었다. 구멍 뚫린 젤리슈즈는 양말을 신고 신어야 하고, 스포츠 샌들은 신고 벗기가 불편했다. 아이들이 세 달 째 갖고싶어송을 부른, 딱 그런 디자인의 신발이 필요했다.
사 줄까, 말까.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사줘야 할 이유를 생각했다.
물놀이에 적합한 신발이 필요하다.
평소에도 가벼운 산책을 할 때 신을 수 있다.
반 아이들이 전부 그 신발을 신고 있으니, 아이도 무척 갖고 싶을 것이다.
사주고 싶지 않은 이유를 생각했다.
젤리슈즈 두 달 전에 샀으니, 또 사는 것은 낭비다.
스포츠 샌들이 있으니,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도 된다.
모두 신는다고 해서 꼭 신을 이유는 없다.
이렇게 적어보고도, 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나 강력했다. 이유를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젤리슈즈는? 아이가 난생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른 신발이다. 예쁘고 편해 보여 샀다. 나도 젤리슈즈를 처음 사 보아서 그런 신발이 불편하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스포츠 샌들은? 인터넷으로 구입하면서도 알았다.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신발이라는 것을. 신고 벗기에도 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싼 가격에 홀려 내 맘대로 구입한 신발이다. 모두 신어서, 아이들도 신고 싶은 것일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첫 기관 생활이고, 친구들과 같은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나도 그랬다. 엄마가 좋은 거라며 주는 것보다 친구들과 비슷한 것을 가지며 동질감을 갖고 싶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아이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어른인 나도 물건 구입에 실패할 때가 많은데, 아이에게 너무 완벽한 모습을 요구하고 있었다. '예뻐 보여 고른 것이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경험'을 통해 좋은 물건을 고르는 탁월한 안목을 기르는 중인 거다. 엄마가 고른 물건보다 친구들과 비슷하면서도 디테일이 색다른 것이 더 예쁘고 마음에 들 수 있는 거다.
좀 더 솔직하게 적어보자면, 아이가 사고 싶어서 산 신발은 젤리슈즈 딱 한 켤레뿐이었다. 다른 신발들은 내 생각에 필요할 것 같아서 함께 골랐다가, 아이의 마음에 완벽하게 들지 않았던 것이다. 5살 된 아이는 물건 구입의 시행착오를 '젤리슈즈' 딱 한 켤레만 겪어보았을 뿐이다. 아이는 정말 갖고 싶은 신발, 신고 벗기 편하며 예쁘기까지 한 신발을 드디어 찾은 것이었다!
휴.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신발을 사 주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데 돈이 딱 걸렸다. 신발 두 켤레가 너무 비싸게 느껴지는 거다. 고작 신발 두 켤레는 그 돈을 주고 사야 한다니, 왠지 배가 아팠다.
나의 소비 목록을 생각했다.
며칠 전, 아이들에게 읽힐 거라며 중고 전집을 샀다. 책이 도착하였지만 먼지를 닦지 못해 거실에 쌓여있다. 어제는 풀지 않은 워크북 수십 권을 버렸다. 아이의 흥미와 수준에 맞지 않고, 이것저것 끄적이느라 권수도 맞지 않아 드림하기에도 애매했다. 매달 아이를 위한답시고 구입하는 책 값만 따져보아도, 신발 두 켤레 가격의 몇 배는 되었다. 낭비로 따지자면, 아이들이 아닌 내가 하고 있었다. 아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내 맘대로 구입하여 진열해놓고, 정작 아이가 하지 않는다며 아이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신발 두 켤레.
아이가 정말 원하는 신발이다. 실용성과 예쁨까지 갖추었다. 그 신발을 산다고 해서 가정경제에 구멍이 나지 않는다.
결론에 도달한 나는 아이들을 불렀다.
연아, 은아. 신발 고르자!
아이들은 40여 분간의 심각한 토론 끝에 신발을 골랐다. 상기된 표정으로 스마트폰 화면 속에 진열된 신발들의 앞, 뒤, 옆모습을 꼼꼼하게 살피는 아이들을 보며 기쁨과 부러움의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아이들의 창작동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이좋은 친구인 코끼리와 생쥐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선물을 준비했다. 코끼리는 생쥐를 위해 작은 목도리를 만들었고, 생쥐는 코끼리를 위해 커다란 목도리를 만들었다. 크리스마스가 되어 선물을 주고받은 두 친구는 깜짝 놀란다. 코끼리가 준비한 작은 목도리는 생쥐에게 너무나도 컸고, 생쥐가 준비한 커다란 목도리는 코끼리에게 너무나도 작았다.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지만, 난 그 동화책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코끼리와 생쥐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계절에 맞는 필요한 물건을 골랐고, 친구의 몸 사이즈를 생각해서 사이즈를 골랐다.
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고르는가?
나는 아이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준비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일까?
아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나의 만족을 위해 욕심부리는 것은 아닐까?
보지 않고 쌓아둔 책을 구입하는 데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면서, 아이가 정말 원하는 신발 구입은 몇 달을 망설이는 나는 모순덩어리다. '널 위해서야'라는 이유로 내가 주고 싶은 것만을 주면서, 아이에게 '고맙습니다'를 듣기를 바라는 나는 욕심쟁이다.
신발 두 켤레 구입을 망설이면서, 나의 모순을 알아차렸다.
신발 두 켤레를 구입하면서, 나의 욕심을 한 스푼 덜어냈다.
덜어내고, 덜어 내다 보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바라보는 엄마가 되어있겠지.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아이 마음 한 번 더 들여다보는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