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연 Mar 15. 2023

윤리적인 결함이 있음에도 자극적이어야만 했던 이유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의 의도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가 있었다지만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에서 사이비종교의 피해사례를 묘사하는 방식은 미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결함이 많아 보인다. 다루고자 하는 사건을 대역을 통해 재연하는건 사실의 재현성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이긴 하다. 허나 이러한 방식을 택하는건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다큐멘터리의 정체성을 위태롭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이비 종교의 성착취 행태를 여과없이 묘사한 장면들에서 순수하게 사회고발이라는 의도 뿐만 아니라 포르노그래피의 욕망을 염두하여 시청자의 이목을 끌려는 의도도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이 시리즈는 스스로도 본인의 결함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신이다>를 다큐멘터리라는 매체적 특성에서 벗어나 하나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혹은 언론의 특집보도로 본다면, 이러한 자극적인 방식 또한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유사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릴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연출자는 피해 상황을 인터뷰이를 통해 상세하게 묘사했고, 이를 직관적으로 알리기 위해 배우를 캐스팅하고 피해상황을 재연까지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이 시리즈를 보게 만들기 위해서다.


  사이비 종교의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의 보도가 없었던게 아니다. 관련 다큐멘터리는 <나는 신이다>가 최초도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커다란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 적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 다큐멘터리가 여전히 종결되지 않고 지금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종교의 사회적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극약처방이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는 고학력자들도 사이비종교에 빠진 사실을 강조하고, 그들이 저지른 범죄 형태를 상세히 추적한다. 이는 사이비에 빠진 피해자들이 아둔한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울타리에 가두어 세뇌시키는 종교의 치밀함을 지적한다.




JMS의 피해자 '메이플'의 인터뷰는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의 심적 헛점을 어떻게든 파고들어간다는걸 알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시리즈를 향한 미학적-윤리적 비판은 충분히 합당하다. 하지만 나는 이 시리즈가 그러한 결함을 껴안고서라도 자신이 해내고자 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가 상대해야 하는 대상은 메시아의 탈을 쓰고 사람들을 착취하는 지독한 사탄이다. 어떻게든 그듯의 기세를 꺾어보려는 시리즈의 의지를 존중한다.



작가의 이전글 그래도 영화, 사랑하시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