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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Oct 05. 2019

양극성 장애

https://www.ted.com/talks/helen_m_farrell_what_is_bipolar_disorder/transcript?language=ko#t-333547


링크해 놓은 영상에서 양극성 장애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양극성 장애는 예전에는 조울증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여전히 조울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양극에서의 두 극단은 바로 조증삽화와 우울삽화를 뜻합니다.


조증삽화라고 하면 엄청 들뜨거나 기분 좋은 상태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런 상태도 있지만 짜증이나 분노가 우세한 상태도 있습니다. 과대망상이 심해서 나는 하나님 다음 가는 고수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건 정신병적 조증삽화에 해당합니다.


기분이 들뜬 상태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긴 하는데 중간중간 우울해 보이기도 하는 상태, 즉 microdepressions가 섞여 있는 경우(혼재형)도 있어서 여러모로 복잡합니다.


조현병처럼 양극성 장애 역시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고 증상도 다양해서 양극성 장애를 지닌 환자라도 저마다가 다릅니다.


또한 이 장애가 주요우울장애가 속한 기분장애(mood disorder, 혹은 정동장애affect disorder, 다 같은 말이다)에 속해 있지만 기분의 불안정성이 핵심이 아니라 인지적인 기능 저하가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양극성 장애의 핵심은 조증과 울증의 결합이지만 파고 들면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양극성 장애를 지닌 환자분을 만나면 정서적인 문제보다 인지적인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정서와 인지가 불가분의 관계긴 하지만 굳이 우위를 두자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성격이나 정서 상태의 스케치뿐만 아니라 사고장애 감별에도 탁월한 로르샤하 검사에서 양극성 장애를 지닌 사람은 매우 많이 '깨집니다'. 즉, 지각 및 사고 과정, 사고의 내용 등에서 이상이 시사될 때가 많다는 것이죠. 현실검증의 어려움을 수반하는 사고장애를 지니기 쉽습니다.


특히 조증 상태에서 가진 재산을 전부 쏟아 부어 무리하게 사업을 벌린다거나 할리우드 스타가 되겠다고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산다든가 암호화폐로 세계 최고 부자가 되겠다며 데스크탑 수십대를 사들이는 등 누가 봐도 현실적이지 못 한 모습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는 현실 검증에서의 어려움에 연관됩니다.


과대한 목표를 추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것이 극에 달하면 피해망상도 생깁니다. 앞서 언급한 정신병적 조증삽화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하나님 다음 가는 고수라서 악마가 자신을 죽이러 올지 모른다는 등의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심하지 않다 하더라도, 즉 일상생활이나 직업기능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평소에 비해 말이 많고 기분이 업돼 보이고 잠도 안 자고 무언가 과제를 해결해 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몰두하는 경우에는 조증 삽화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경조증(hypomanic) 삽화의 단계일 수 있고, 치료적 개입이 부재할 시 조증 양상으로 변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경조증과 조증을 나누는 구분은 증상이 나타난 일수와 일상생활에서의 기능 수준인데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감별이 어려워서 사후적인 판단을 할 때가 많은데, 입원을 할 정도면 조증, 하지 않고 그럭저럭 살고 있으면 경조증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양극성 장애는 주요우울장애를 포함하고 있지만 주요우울장애보다는 조현병과 사촌지간입니다. 정신장애를 발생시키기 쉬운 유전자를 찾아내는 일에 선진국들이 2000년대 이후부터 열을 올리고 있는데, 연구를 자세히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알기로 양극성 장애와 조현병이 양극성 장애와 주요우울장애보다 더 많은 유전자 지표의 중첩을 보입니다. 임상적으로도, 만개한(full-blown) 양극성 장애를 지닌 환자는 조현병을 지닌 환자보다 더 심한 증상을 지닌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유전 vs 환경 논쟁은 심리학 안에서 늘 뜨겁다 못해 식상하게 느껴지는 주제지만, 양극성 장애는 조현병처럼 환경보다 유전적 소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정신장애로 임상가들이 대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현병처럼 뇌의 기능적 및 구조적 이상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약물치료적 개입이 일차치료(first-line treatment)로 권고됩니다.


양극성 장애를 지녔거나 의심되는 사람은 반드시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센터나 정신과를 찾아야 합니다. 약물치료는 주로 기분조절제나 항정신병 약물이 병합치료로서 사용됩니다. 기분조절제의 종류는 리튬, 발프로에이트, 카바마제핀이 있습니다. 이건 약의 성분명이고 제약회사에 따라 브랜드명이 다릅니다. 쿼티아핀, 아빌리파이, 지프라지돈, 리스페리돈 같은 항정신병 약물은 정신병적 조증 삽화뿐만 아니라 양극성 장애 치료 전반에 활용됩니다. 항정신병 약물이지만 기분조절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양극성 장애는 조현병처럼 재발이 잦습니다. 우울증 재발이 잦고, 조증 재발도 그보다 덜하긴 하지만 어쨌든 빈번합니다. 약물치료의 효과 유지 및 재발 방지에 심리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모든 심리치료에는 증상에 관한 심리교육이 들어가는데, 조증이든 우울증이든 어떤 환경에서 발생하기 쉽고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천지차이가 있습니다. 이 병이 언제 어떤 식으로 올지, 조증으로 올지 우울증으로 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그것이 왔을 때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보다 적절하게 대처할 가능성을 심리교육이 증가시킵니다. 조증 상태에서 약물치료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가능성도 심리교육을 하면 조금은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증상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는 환자를 비난하기보다 환자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처럼 가족이나 환자 스스로가 증상을 의학적 질병의 문제로 보는 것이 재발 방지에 유용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양극성 장애는 주요우울장애보다 더 깊고 진한(?) 슬픔에 연관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들이 과대하고 오만하고 때로는 무모하고 때로는 피상적이고 과도하게 사교적으로 보일 때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심리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조증인 사람들의 과거력을 살펴보면, 이들은 우울한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더 뚜렷하게, 아동기에 외상적인 분리를 겪고 그것을 정서적으로 처리할 기회가 없었던 패턴이 반복되었음을 볼 수 있다. - 정신분석적 진단, 355쪽.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우울한 감정이 없는 것마냥, 오히려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는 식으로 행동해야만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큰 좌절감이나 열패감이 반복돼 온 까닭에 과대하고 현실불가능할 정도의 목표를 세우게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낸시 맥윌리엄스의 말대로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현실을 부인해야만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는 이런 부분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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