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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3시간전

기록을 통한 자기 이야기 재구성: 상담자의 성장 경험

Writing will show you the stories you’ve made up about your life. It will show you how those narratives are just that—made up. And it will help you change the narrative so you can change the outcome. 글쓰기는 자신의 삶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를 보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내러티브를 바꾸어 결과를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 [[The Power of Writing It Down]]


내러티브를 활용하면 자신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관점을 취할 수 있다. 이야기를 통해 순간적인 정서와 그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을 성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가능한 자기들(possible selves)'에 관한 이야기를 타인과 공유하고 자신의 경험과 관점에 관한 조언을 들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삶이라는 한 편의 각본을 다시 쓰고 새로운 감정, 행동, 언어로 실험할 수 있게 된다. - [[심리치료의 비밀]]


발췌한 두 인용구는 같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를 의식화하고 이를 통해 재구성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이죠.


상담자로서의 자신감 부족과 회의감


상담자인 자신에게 하고 있던 제 안의 이야기가 어떻게 변화 중인지 들려드리는 것이 이해를 도울 것 같습니다.


저는 임상심리전문가이자 정신건강임상심리사1급이며 심리상담과 심리평가를 주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심리상담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22년까지는 상담자로서 유능감을 느낀 적이 별로 없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자격 취득 후에도 굳이 상담심리사 2급을 더 취득하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쏟아 부었던 것은 상담을 하면서 "잘하고 있는 걸까?" 이런 물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베테랑 상담자에게 수퍼비전이란 것도 받고 내담자 동의하에 공개적으로 제 상담 내용을 발표하고 피드백 받기도 했습니다.


상담심리사 2급 취득 후에도 상담자로서의 자신감은 나아지지 않더군요.


"상담은 내 적성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며 그만 두는 게 맞지 않나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3년의 도전과 변화의 시작


그러던 차에 작년 6월에 아내에게 다짐을 하나 했습니다. 앞으로 3년만 더 해보고 그 이후에도 같은 생각이면 그만 하겠다고요.


사실 상담보다는 심리평가의 업무 비중이 훨씬 더 높았기 때문에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이야기한 이후 제 업무에서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고, 그만큼 다양한 내담자분을 만났습니다.


궁금해서 상담 회기 수를 세봤습니다. 상담심리사 2급 취득 후 현재까지 진행한 상담 회기가 대략 260회기 정도입니다. 50분 동안의 상담을 260번 하는 동안 "상담은 내 적성이 아닌가 보다"라는 신념에 일치되는 증거도 있었고 배치되는 증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면 할수록 배치되는 증거를 더 모으게 됩니다.


기록의 힘: 긍정적인 피드백의 기록을 통한 자기 발견


제 안에 유능한 상담자도 있고 못난 상담자도 있습니다. 이건 고정된 특성이라기보다 저와 마주 앉은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에서 형성되는 상태적인 특성에 가깝고요. 그런데 그동안 너무 못난 상담자에만 포커스를 맞춰 온 게 아닌가 자각하게 됩니다. 이를 자각할 수 있게 도운 건 작년 6월 이후부터 내담자께서 상담 중반에 혹은 상담이 종결될 시점에 제게 해주신 말들을 저만 보는 노트에 잘 기록해 둔 덕입니다. 저와의 상담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해주신 피드백이 제게 큰 힘이 되었고, 그저 못나기만 한 상담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유능한 상담자일 수도 있는 사람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떤 내담자께서는 카드에 편지를 길게 써서 고마운 마음을 전해 오셨는데 큰 감동이었고, 못났다고 질책할 게 아니라 저와 연이 닿은 내담자분께 더 도움이 되려면 상담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부정적 자기 이야기의 변화: 적응적인 자기 이야기로


머릿속에서 생각만 한다면 이런 내러티브 변화는 일어나기 힘듭니다. 자신이 가진 신념에 일치하든 반하든 관련 증거를 기록합니다. 보통 신념에 일치하는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주의가 가기 때문에 반대되는 증거를 더 적극적으로 모아야 하고요. 이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기 이야기를 다시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면, 상담자로서 자신감이 부족했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내담자께서 제게 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통해 상담자로서의 유능한 면모를 조금씩 발견했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상담을 더 배우고 상담자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인드셋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록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써내려가는 부정적 자기 이야기를 보다 적응적인 자기 이야기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MarkedBrunch를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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