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타고난 상담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훈련되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통해 ‘길러지는 존재’입니다. 그저 묵묵히 누군가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상담자 자신을 스쳐간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재 수준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임을 인정하는 자기수용의 자세를 키워나가길 바랍니다.^1
상담자로서 유능해지고 싶다는 바람이 큽니다. 하지만 무엇으로 유능함을 정의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좀 모호합니다. 그동안 만난 내담자의 수? 학력? 상담에 대한 상담자 스스로의 자신감?
가장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만족도라고 생각합니다.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내담자에게 저는 무능하지는 않더라도 그저그런 상담자로 기억될 것이고,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은 내담자에게 저는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상담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다만 내담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상담자가 얼마나 상담 경험이 많고 또 내담자에게 얼마나 시간과 마음을 쏟았는지와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상담자의 말 한마디가 내담자의 마음에 좋은 방향으로든 안 좋은 방향으로든 큰 반향을 일으킬 여지는 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능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당신이 가치를 선택하는 바로 그 순간, 당신은 가치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2
저는 위 인용한 말이 좋습니다. 어쨌든 가치 있다고 여기는 심리상담이라는 업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유능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합니다. 상담자로 일하기까지, 그리고 일을 시작한 이후에도 많은 공부와 긴 수련 과정, 상담에 대한 빈번한 외부 평가를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내담자의 만족감은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기 때문에 상담자가 되기 위해 입문하던 시점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상담자가 되기 위해 수련을 막 시작하던 때처럼 다양한 이론을 공부하고 실제 상담에서 적용점을 찾고 외부 피드백도 받으며 상담자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상담 성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태도 같습니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것도 많습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보지만 안 되면 그저 받아들이는 것도 유능한 상담자의 중요한 덕목 같습니다. 내담자에게 자기수용을 강조하면서 정작 상담자 자신은 상담이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며 자기비판을 빈번하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1]: [한국상담심리학회 기획 칼럼] 심리상담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돌봄의 한마디 \< 커뮤니티 \< 기사본문 - 한국강사신문
[^2]: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 STEVEN C. HAYES - 교보문고
이 글은 MarkedBrunch를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