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achment in Psychotherapy의 10장 Deepening the Clinical Dimension of Attachment Theory를 읽고 생각한 바를 적어봅니다.
상호주관성의 정의: As discussed in Chapter 4, intersubjectivity has been defined as the “reciprocal influence of the conscious and unconscious subjectivities of two people in a relationship” (Natterson & Friedman, 1995, p. 1). 169쪽.
상호주관성 이론을 통해 치료 현장에서 애착 이론을 더 깊이 있게 적용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상호주관성의 정의가 시사하듯이 상담의 전개는 내담자와 상담자 각각의 의식 및 무의식이 관계 안에서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담자뿐만 아니라 상담자가 어떤 personality를 지녔는지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blank screen을 지향하는 고전적 정신분석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상호주관성 이론에 기반한 전이나 역전이에 대한 민주적 설명이 정신분석적 설명보다 합리적이고 더 실제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에 상호주관성 이론에서 보는 전이는 내담자의 투사인 동시에 개연성 있는 하나의 설명입니다. 내담자의 투사가 전혀 개연성 없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투사적 동일시를 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래 인용한 바와 같이 전이를 통한 내담자의 해석을, 그것이 아무리 불편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설득력 있는 하나의 설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치료자의 유연성과 개방성은 내담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치료자가 그러했듯이 내담자 또한 해리된 경험을 비롯한 다양한 가능성을 자기 안에 통합하기 쉽게 만듭니다.
With regard to technique, we can best begin by emphasizing what is plausible (or simply accurate) in the patient’s transference view. Such a respectful response is essential if the patient is to trust that the therapist is open to the patient’s thoughts and feelings, regardless of how discomfiting they may be. This kind of openness fosters the inclusiveness that makes possible the integration of dissociated experience. It may also facilitate an exploration that leads to insight and a collaboration that constitutes, for some patients, a 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 176쪽.
역전이 또한 내담자에 의해 100% 야기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죠. 아니 뗀 굴뚝에서 연기날 리가 없습니다. 상담자 역시 자신의 과거라는 유령을 내담자에게 투사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전이처럼 역전이 또한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마련입니다. 전이와 역전이를 통해 재현이 발생하지 않으면 상담이 내담자에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상담자의 투사적 동일시가 발생해야 내담자의 오래된 경험을 재창조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재창조를 위해 내담자가 환자를 코치(coach)하는 것으로 본 Stern의 표현이 인상적입니다(182쪽).
역전이에서 상담자 스스로의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 자각할 수 있어야 내담자의 대인관계 양상이 상담 장면에서 재현될 때 거기 의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 한 상태에서 말려드는 것과는 다르죠. 역전이에서 상담자의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 그에 더해 상담자의 다양한 자기 측면 중 어떤 측면이 우세해지는지를 자각한 상태에서 내담자로부터 투사된 것을 내담자 안에 다시 통합시킬 수 있을 때라야 내담자의 인격적 변화가 가능합니다. 해리되어 투사된 것의 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치료자의 정신화와 마음챙김입니다. 이 책에서 재차 강조되는 부분입니다.
공감이나 지지적인 태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에서 느끼는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그것이 직면하기 고통스러울수록 더욱 의도적/치료적으로 자기노출(self-disclosure)하려 노력함으로써 내담자와의 의사소통 소재로 삼는 투명성(심리적 정직성?)이 확대될 때라야 내담자의 대상표상이나 관계 양상을 좀 더 온건하고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치료자의 사려깊은 자기노출은 내담자의 정신화와 마음챙김을 촉진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반응을 내담자가 언어화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상담자가 먼저 용기를 낼 수 있을 만큼 심리적으로 유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고요.
일상적인 예로, 와이프와 싸운 뒤에 와이프가 서운했을 만한 점을 짚어주고 제 감정을 비롯한 속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며 관계를 repair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토라져서 말 안 하고 있을 때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 자신을 돌아보면, 과연 상담에서 상담자로서 내가 먼저 용기내어 서로가 직면하기 꺼려하는 어떤 고통스러운 부분을 언어화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용기 없이는 매우 피상적이고 때로는 내담자에게 해악을 끼치기 쉬운 그런 상담이 되기 쉽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자는 자기노출 없는 심리치료는 한 손으로 피아노치는 것보다 더 말이 안 된다는 표현을 씁니다. 상호주관성을 강조하는 애착이론 기반 심리치료에서 자기노출이 중요한 테마인 것 같은데, 이번 챕터 영어가 어려워서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심리치료의 목적은 다루기 어려운 사고나 감정을 언어화해서 다시 통합하는 데 있기 때문에, 마음챙김 연습과 마찬가지로 다시금 일상에서의 연습이 중요하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부부관계처럼 핵심적인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할 때 마음챙김, 자기노출, 관계 회복의 노력을 반복적으로 기울이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상담의 도구는 상담자의 성격이기 때문에, 상담자로서의 삶은 아무래도 인격 수양의 끝없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인격 수양과 관련하여, 상담자가 자기의 그림자를 잘 알아야 역전이에서 치료자가 기여하는 부분을 잘 볼 수 있을 것이고 재현에 무의식적으로 휩쓸릴 가능성도 줄어들 테니 교육분석의 필요성도 느끼게 되고요. 결국 상담자 인격의 통합된 정도가 치료에서 내담자 인격의 통합 정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일 수 있겠습니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란 말이 상담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겠죠. 불혹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데 얼굴뿐만 아니라 상담자로서 인격에도 책임을 져야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