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는 목표 설정이 아니라 과정 기록이 중요합니다
인간 행동의 절반 정도는 뇌의 자동항법 장치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 자동항법 장치는 변화를 무지무지 싫어합니다. 그래서 습관 형성이 어려운 것이죠.
습관에 관한 책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습관 형성 초기에는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사소한 행동에 포커스를 맞추라는 것입니다. 손 안 대고 코풀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어떤 행동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죠.
이는 우리 뇌가 변화를 싫어하는 것에 연관됩니다. 뇌의 자동항법 장치에 포함되는 변연계가 변화를 위협으로 지각하기 때문에 변연계가 알아차리지 못 할 정도로 사소하게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재차삼차 강조됩니다. so 지금 여기서 10분 혹은 5분, 그것도 아니면 1분 정도 실천 가능한 사소한 무엇에 포커스를 맞추며 하루하루 실천하는 것이 습관 형성의 기본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내용입니다. 제가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기본이 있습니다. 습관 형성 초기에는 목표를 설정하지 말고 과정 모니터링에만 치중하라는 것입니다.
새해 초만 되면 운동이다 영어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 바쁘지만 3월만 돼도 아니 작심삼일을 버티지 못 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목표가 거창할수록 실패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럴 바에야 목표를 잡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보통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단기적인 목표로 쪼갠 후에 일상의 과제들로 다시 쪼개라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효과적이지 못 합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기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삶을, 걸어온 발자국을 돌아보고 나서야 자기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기 쉽다는 것이죠.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발자국 뗄 당시에는 알 수 없고 알았다 하더라도 계속 변하기 마련입니다.
이에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처음에는 목표를 세우지 말고 스스로가 자기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행동 하나를 골라서 그것을 짧은 시간 동안 매일 실천하며 모니터링(기록)하라는 것입니다. 실천하다 보면 단기적인 목표가 생기기 쉽고 이런 단기적인 목표들이 쌓이고 쌓이면 그제서야 장기 목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제가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던 오백몇십일 전만 해도 저는 그저 영어책을 한글책처럼 읽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을 뿐 구체적인 장단기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영어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 매일 조금씩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스스로의 독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싶어서 작년 말에 텝스 시험도 보고, 점수 나온 후에는 독해뿐만 아니라 리스닝 실력도 향상시키고 싶어서 하루 40분에서 1시간 이상 리스닝을 목표로 잡고 주5일 리스닝 중입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국내 박사 진학에 대한 꿈이 더 선명해지는 감이 있고, 올해 6월 무렵에 텝스 점수가 상급으로 향상돼 있다면 그 때는 아마도 해외 박사에 대한 꿈을 더 선명하게 그려볼 것 같습니다.
요지는 목표가 먼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실천할 수 있는 유익한 행동을 하나 잡아서 매일 실천하며 기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목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목표가 생기면 그에 맞게 과정도 수정이 됩니다. 목표와 과정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견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