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

너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을까, 아님 싫어했을까.

by 클링키


비가 오는 날에는,

귓가를 간지럽히는 빗소리 탓인지 취이익 취이익 기름을 머금으며 노릇노릇 익어가는 파전이,

코끝을 스치는 공기의 촉촉한 냄새 탓인지 뽀-얀 동동주 한 잔이, 떠오르곤 한다.



서둘러 밤이 달려온 것처럼 검게 그을린 거리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붉은 조명에 가려져 취한 줄도 모르고 마냥 즐거웠던, 대학가 작은 주막에서의 어떤 밤을.


이제는 많은 시간이 흘러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고, 함께 마주 앉았던 사람의 얼굴도 희미하지만, 터질듯이 뜨거웠던 양 볼의 체온과 취기 가득한 눈을 비비며 들어섰던 화장실의 눈부신 형광등 불빛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누구의 술잔인지도 모를 술잔과 누구의 젓가락인지도 모를 젓가락을, 썼다가 내려놓고 먹다가 떨어뜨리곤 했다. 모락모락 뜨거운 숨을 뿜어내던 파전은 수많은 젓가락질을 견뎌내고는, 비틀거리며 문을 나서는 우리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식어버린 몸과 마음으로.


비 오는 날이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우르르 몰려와서 그렇게 귀찮게들 찾아대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그 뒷모습들을 보며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을까, 아님 싫어했을까. 너는.


필요할 때만 나를 찾아대던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라 문득 마음이 서글퍼졌다.
나 또한 너에게 그런 이기적인 존재인 것만 같아서.

텅 빈 외로움을 묵묵히 혼자 견디고 있었을 네 모습이 낯설지가 않아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서툴게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내딛다 보면, 걸음이 닿는 거리마다 고여 있는 빗물에 일렁이는 불빛이 화려하게 반짝인다.

날이 개면 말라 없어져 버릴, 짧고 외로운 반짝임.

취기가 사라지고 나면 잊혀질, 주책맞게 눈에 고인 반짝임.


오늘도 나는 또 다른 너를 그린다. 이기적인 줄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이 본능인지 후천적인 학습의 결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자꾸만 나의 등을 떠밀고 있다. 너에게로 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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