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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링키 Feb 01. 2016

2016의 어느 날.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린 한 달의 끝에서-

2016이라는 숫자가 어색해, 2015를 적고 고치기를 여러 번, 어느새 해가 바뀌고도 한달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해가 바뀔 때 즈음의 기대 섞인 설렘도, 해를 맞이할 때 마다 삐뚤빼뚤 적어보던 새해 계획도, 어느덧 흐릿해져가는 1월의 마지막 날이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게 없다는 것도, 새해 계획을 세워본들 작년 재작년처럼 또 그렇게 지키지 못한채 시간이 흘러갈거라는 것도, 나는 이미 알고 있기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예전처럼 이미 지나가 버린 1월의 끝자락을 붙잡고 매달리지도 않는다.


그저 큰 불행이 닥치지 않음에 안도하고 큰 행복이 안겨오지 않음에 섭섭해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적당히 보내고, 무심히 쌓여 버린 수많은 하루를 1년이라는 상자 안에 차곡차곡 담는다. 그 상자를 꽉 채우고 나면 별다른 표정 없이 새로운 상자를 꺼내고 또 다음 해를 구겨 넣을 것이다.

나에게 당연한 듯 주어진 하루 하루가, 나이 한 살 먹는다고 투덜대며 맞이하는 그 한 해가,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는 어느새 잊어버린 듯 하다.


내가 살아내는 그 하루가, 무심히 쌓여가는 그 하루가 모여서 나의 1년이 되고 나의 10년이 되고, 나의 인생이 된다는 것을, 표정 없이 꾸역꾸역 쌓아가는 그 하루들이 나를 바꿀 수 있음을,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큰 행복이 내게 오지 않아서 섭섭하다면, 비좁은 상자 속에 구겨 넣은 내 하루들이 얼마나 의미 없이 텅 비어 있는지, 한 번쯤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키지도 못할 새해 계획을 접어 두었다면, 그저 당장 주어진 감사한 하루에 최선을 다해 볼 필요가 있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아무리 차가워도 나는 뜨거움을 잃지 말아야 하며, 메마른 나뭇가지에 초록잎 하나 없어도 나는 푸르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하여 차곡차곡 쌓인 나의 하루들이, 그 1년이, 무엇보다 묵직하게 빛날 수 있도록-

지나가 버린 한 달에 연연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하여 곧 모든 것이 싹을 틔우는 봄이 오면,

부디 나 또한 웅크린 씨앗이 아닌 2016년 어느 봄날의 반짝이는 새싹이 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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