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든 시간들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둘 수 있다면-
누군가를 평생을 가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
보통은 쓸쓸해지게 마련이겠지만 그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지금 내 곁에 없는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마음에 담아둘 수 있다면, 텅 비어버린 내 마음 한구석에 담아둘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나 가슴 벅찬 기쁨이 아닐까.
그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이나 슬픔이 아닌,
그리움과 변치 않는 추억을 얻었다는 기쁨을 생각한다면 마냥 쓸쓸한 일만은 아니다.
누군가를 묻어둔다는 것이, 사랑을 가슴에 품어둔다는 것이.
지나가버린 시간 속에서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흘러가버린 시간 속에서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사실이 어쩌면 묘한 안도감을 주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과 나, 우리의 시간이 더 이상 흐르지 않고 그대로 멈춰진 상태라는 것이, 더 이상 슬플 일도 괴로울 일도 없다는 사실이 안겨주는 묘한 평온함이 있다.
더 이상 기쁠 일도 없겠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눈물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저 멈춰진 시간들을,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그 시간들을, 예쁘게 간직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자꾸만 흘러나오는 미련의 눈물로 검게 얼룩지거나, 때때로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의 비명으로 날카롭게 찢기지만 않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빛나던 시간들, 이제는 멈춰버린 시간들.
그리고 내 마음 한구석에서 끝도 없이 빛나고 있을 그 시간들.
우리가 함께였던, 지금은 만들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그 시간들.
그 시간들이 마음 속에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따금씩 흐릿해진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을 찔러도, 아득해진 누군가의 목소리가 문득 떠올라 마음이 덜컹여도-
그래도 괜찮다. 이것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