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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Mar 01. 2017

에이전시의 해외진출 : 第八章

중국 사업의 성공코드

VIII. 중국 사업의 성공코드


중국에서 사업 성공을 하는 것은 시장의 차이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중국인들에게 젓가락 하나씩만 팔면 되겠지'식의 접근으론 14억의 경쟁상대를 만나는 꼴이 되고 만다. 그간 나름 중국에서 사업을 해오면서 느끼고 경험하며 내린 몇 가지 중국에서 사업 성공코드는 주관적이지만 네 가지로 요약된다.


현지화, 네트워크, 현금장사, 맷집


째, ‘현지화’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성공한 사업들을 유심히 검토해보면 오히려 답은 간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이징의 왕징에서 한국음식점을 한다고 하자. 처음엔 한국식 서비스와 맛과 품질 등으로 특히 외국에서 입이 짧은 철새처럼 움직이는 한국인들을 끌어모은다. 한국인들에게 인기를 끌다 보면 때때로 한국인들이 중국인 고객이나 친구들을 그곳에 초대한다. 어느새 중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게 되고 한국인들보다 중국인들이 더 많아진다. 중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을 싫어하는 한국인들은 철새처럼 빠져나가고 중국인들은 줄 서서 기다리며 문전성시를 이룬다. 어찌 되었든 결국 중국인을 대상으로 해야 오래 살아남고 성장할 수도 있다. 재중 한국인, 한국기업만 상대하다간 중국 로컬업체와 항상 가격으로 비교당하고 결국엔 경쟁에서 낙오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은 오히려 더 철새같이 맛 따라 가격따라 쉽게 움직인다. 의리도 상도도 중국인들보다 없는 편이다. 


스타트는 한국인과 한국기업을 상대할지 몰라도 결국엔 중국인과 중국기업이 메인 고객이 되어야 한다. 한국적인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지만 결국 중국인 그들을 이해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가기는 어렵다. 이렇게 현지화가 가장 중요한데 중국 사업을 하면서 중국어도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모든 비즈니스가 통역과 번역으로 될 수가 없다. 쌍방의 외국어인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중국어를 잘하는 동포(조선족)에게 사업을 맡기고 그들의 의견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현지화의 출발은 중국어부터 배우고 중국 친구들을 사귀고 중국음식을 좋아하고 중국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문화에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중국과 중국인을 기업의 대표인 본인부터 제대로 알아야 그만큼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


둘째, ‘네트워크'로 자기와 아무 상관이 없을 때 중국사람은 ‘만만디’라고 하지만 자기 잇속과 연결되면 정반대로 ‘콰이콰이’가 된다. 중국 사람들에게 인류를 둘로 분류해보라고 하면 대답은 ‘아는 이’ '圈子内' 즉 ‘우리들’과 모르는 이 '圈子外' 즉 ‘그들’이라고 한다. 중국 사업을 하면서 사업 친구, 펑요우(친구) 맺기를 했지만 여전히 비즈니스가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친구의 등급과 중국인들 마음속 친구의 등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친구라고 하면 대체로 그 개념이 한 가지로 통일되지만 중국인의 마음속에는 여러 종류 친구가 있다. 이런 친구의 등급 중 최말단이 이해관계를 위해 서로에게 술과 고기를 먹이는 친구(酒肉之交)다. 배움과 진실된 정보를 공유하는 친구(學校之交)가 다음이고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친구는 절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知心之交)다. 그리고 친구의 최고봉은 그가 연주하는 악기의 음만 들어도 그의 마음을 아는 친구(知音之交)다. 이런 친구에게는 돈이 아니라 목숨을 내어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게 중국인들이다. 이처럼 단계가 많은 그들과 같은 고향 친구도 아니고 동문수학도 안 했으면서 단순히 비즈니스 자리에서 만나서 호화스럽게 접대를 잘 해주었다고 깊은 꽌시를 맺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해관계를 위해 서로에게 술과 고기를 먹이는 친구(酒肉之交)가 되는 정도인 것이다. 


모든 비즈니적인 오해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우리들, 더없이 친한 친구(铁哥们)가 되려면 네 가지 중 하나만 충족해도 된다는 말이 있는데 '함께 전쟁에 나갔거나 扛过枪,함께 공부했거나 同过窗,함께 정당하지 않은 돈을 나누었거나 分过脏,함께 침대에 올라가야 嫖过娼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이방인에게 앞의 둘은 거의 해당사항이 없다 해도, 뒤의 두 가지는 둘만이 아는 일을 죽을 때까지 둘만의 비밀로 지킬 수 있는가 하는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바로 중국인과 얼마나 신뢰를 나눌 수 있느냐가 꽌시의 정도로 보면 된다. 공산당, 공청당, 정부기관 관료, 국영기업의 고위급들을 파트너가 꽌시가 있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바로 잘 될 것 같지만 문제는 그 파트너의 꽌시가 어느 정도 관계인가 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잘하려면 파트너를 잘 만나야 한다는 점도 바로 이런 네트워크의 중요성에서 출발한다. 이해를 잘 못하면 파트너에게 사기만 당했다고 말할 뿐이다. 이 세상에 ‘주고받기’(Take and Give)란 말이 있지 ‘받고 주기’란 말은 없다.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려면 먼저 나의 것을 ‘주고’부터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것이 쌓여서 신뢰가 형성되면 그 이후에 비즈니스가 가능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셋째. ‘현금장사’는 캐시건 카드건 온라인 결재 건 선불로 받아서 바로 현금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나라가 넓고 인구가 많다 보니 그들도 서로 잘 믿지 않는다. 심지어 핸드폰, 전기비도 선불로 충전부터 한다. 그래서 ‘선불 문화’가 잘되어 있다. 확인하고 믿으면 돈을 먼저 내는 문화이다. 오히려 선불로 혜택을 많이 주는 회원카드가 자리 잡힌 것도 중국에서의 특징이다. 사우나 회원권을 최고 10만 위엔짜리 무기명도 팔리는 시장이다. 최근 인터넷 인구도 많아지고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쇼핑몰로 성장한 알리바바가 만든 즈푸바오(支付宝, alipay)와 메신저로 성장한 텐센트의 웨이신즈푸(微信支付,WeChat Pay) 면 못하는 결재가 없다. 모든 인터넷몰뿐만이 아니라 공과금, 상점, 음식점. 택시, 거리의 노상 점 심지어 거지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수십 초 내에 결재가 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결재시스템을 갖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현금장사’는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아무리 큰 업체와 신용으로 서비스를 시작해서 일을 깨끗이 마무리를 지어도 마지막 수금마저 안되고 결국 못 받게 되면 여기에 들어가는 리소스는 한국에 비해서 크고 기회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중국법이 적용되는 쌍방계약도 결국엔 소용없을 수 있다. 가능하다면 ‘현금장사'가 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넷째. ‘맷집’은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중국에서 사업 BEP 맞추는데 평균 6년이 걸린다는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닌 것 같다. 주로 한국기업이 2~3년을 올인한 후 못 버티고 철수하고 중국시장에서 해볼 것 다 해본 것처럼 말하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선 아무리 좋은 쇼핑센터나 고급 아파트도 1~2년 비어있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결국, 언젠가는 다 채우고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는데 투자하는 규모가 클수록 그들의 기다림도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올인을 했으면 어떻게 기다릴 수 있겠나? 우린 빚까지 내서 1억 가지고 한 사업에 올인하지만 옆에서 똑같은 사업을 중국인은 10억을 가지고 1억부터 시작한다. 그들과 경쟁해서 버틸 수 있으려면 올인이 아니고 장기적인 분산투자와 맷집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와 품질로 무장했다고 해도 그것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아무리 잘 팔리는 상품이라고 중국에서 바로 팔리지는 않는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이미 전 세계의 모든 탑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들어온 너무 큰 전쟁터다. 이미 한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상상도 못 할 정도의 투자를 하였지만, 부동산 구매나 인수합병을 통한 주식평가 외에 많은 사업 부분에서 투자금을 날리고 심지어 철수한 사례는 넘쳐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장대하게 시작은 하지 않았지만 계속 서바이벌해서 결국 성공한 케이스도 많이 있다. 죽지 말고 때를 기다리다 보면 한국 시장과는 다른 더 큰 기회들이 계속 올 수 있는 것도 또 중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중국식 ‘맷집'을 길러야 한다.


어떻게 중국 사업에서의 성공코드가 이것뿐이겠냐마는 분명한 것은 위 네 가지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성공코드가 바뀌기보다는 더 추가될 것이다.


지금까지 9회에 걸친 ‘에이전시의 해외진출’에 대한 칼럼은 이 글로 마무리를 짓는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많은 에이전시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맺기로 한다.




참고 및 인용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류제윤 저, 

2014 정글만리 -조정래 저, 

2013 중국인의 마음 알아주는 ‘진짜 친구’ 되자 -전병서



목 차

에이전시의 해외진출 :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 세 번째 주제

第一章 해외진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第二章 경착륙을 할 것인가? 연착륙을 할 것인가?

第三章 인력 세팅은 어떻게 할 것인가?

第四章 중국 진출 시 어느 도시를 선택할 것인가?

第五章 중국 법인 설립 절차

第六章 중국 회사명 등록과 작명 사례

第七章 중국 사업 시 세금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

第八章 중국 사업의 성공코드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는 디지털 에이전시인 디지털다임의  뉴스레터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을 브런치에 맞게 재편집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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