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제주도 다시보기 1편
코로나 시대가 제주도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세계에서 가장 여행하기 좋은 여권을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헨리 여권지수(Henley Passport Index)가 있다. 해당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 혹은 도착 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목적지의 수를 반영하는데 한국은 총 189개국 중에 독일과 함께 3위에 올랐다. 이는 184개국으로 8위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보다도 앞선 순위로 일본과 싱가폴 다음이다. 한마디로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다면 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등장은 전 세계의 자유로운 통행을 막아 버렸고 해외여행은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고서는 이제 추억으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는 다시 국내여행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하는 '섬'이라는 특성으로 제주도는 해외여행을 대체할 가장 좋은 목적지 일 순위로 꼽히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꿈도 못 꾸던 시절이 겨우 30년 전이다. 해외여행의 전면적 자유화는 1989년에 이루어졌다. '88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자신감과 올림픽을 통한 국제화가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과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이 큰 이유가 되었다. 해외여행 전에 제주도가 신혼 여행지로 각광을 받았듯이 올해 결혼하는 커플들은 대부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가지 않을까 싶다. 부모와 그 자녀의 신혼여행이 동일한 장소라니! 인천 국제공항에서 흔희 볼 수 있었던 해외 골프여행객들도 줄지어 제주도로 향하게 되었고 언택트(untact) 시대에 맞게 본인의 차량을 선박 편으로 제주도로 입도해서 장기 여행을 하는 가족들도 쉽게 찾아보게 되었다. 다시 '한 달 살기'의 열풍도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와 맞물려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이미 내국인,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제주도의 푸른 밤' 가사를 보면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 / 신문에 티비에 월급봉투에 /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 그 동안 우리는 오랫 동안 지쳤잔아요 /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 찍기 구경하며 /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 떠나요 / 제주도 푸르메가 살고 있는 곳" 다시 봐도 너무 잘 쓴 가사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많은 도시인들이 제주도로 이주를 하고 귀촌귀농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이유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도시 생활의 경쟁에 지칠 대로 지쳤고, 자연을 즐기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동경하고,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서였다. 제주도 초등학교 교육환경의 질은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그들은 고민 끝에 이주를 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정착을 하게 된다. 정착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한결같이 도시보다는 수입이 적으나 여유로운 삶과 제주 생활에 만족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예상만큼 순탄하지만은 않아서 결국 정착을 못하고 다시 귀경을 하는 역 이주민도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최근엔 10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도 전출인구가 전입인구를 초월했다고 한다. 땅이나 집 가격이 많이 올랐고, 마땅한 직업을 찾기가 쉽지 않고, 물가도 그리 싸지 않은 편이고, 대중교통이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않아서 차 없이는 이동하기 어려운 점, 비싼 택배비, 습한 날씨, 부족한 편의시설, 외지인 차별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댄다. 제주도를 여행을 할 때는 낭만적인 섬으로만 보이지만, 정작 정착해서 고립된 섬에 산다는 것과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정착을 할 계획이라면 한 달이라도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이야기가 대부분 먼저 정착한 선배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직업이나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친구들이 있다면 제주도는 환상의 섬이 될 것이다.
제주도가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그것도 옛말이고 신(新) 삼다도는 '카페', '게스트하우스', '중국인' 또는 '렌터카'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만큼 문화가 매우 많이 바뀌었고 경쟁도 심해졌다. 단순하게 제주도에 가서 카페 만들고 게스트하우스 만들었다고 여행객들이 당장 줄은 서는 것은 아니다. 준비가 잘 되어있어야지 그만큼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어디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가려면 반드시 미리 전화를 해서 지금 문을 열었는지, 언제까지 영업 하는지, 예약이 필요한지, 줄을 서야 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제주도에서는 인기 있는 맛집이나 카페라도 재료가 소진이 되면 문을 닫는 곳들이 즐비해서이다. 딱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팔고 문을 닫고 본인들의 시간을 즐긴다. 그들은 돈을 많이 벌려고 내 자유시간까지 희생하면서까지 일하려고 제주도에 온 것이 아닌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더라도 성수기를 지나 겨울 비수기 때는 차라리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나는 호스트들도 많다. 제주도에 사는 만큼 욕심은 적게 가지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것이 제주도 라이프스타일인 것이다. 제주도 라이프스타일에 불을 붙인 것은 JTBC의 '효리네 민박' 프로그램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애월이 전 국민에게 알려졌고 제주도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게 되었다.
제주도 부동산은 2014~2018년도 사이에 많은 상승을 이뤘다. 제주도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0년 전후로 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하고,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시행했다. 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중심으로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각종 개발사업을 펼쳤다. 그 결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의 자본이 건너와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제주 헬스케어 타운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을 했고 개발 사업 덕에 관광 자원이 늘면서 관광객도 덩달아 증가세를 보였다. 집값, 땅값이 들썩이자 내국인 원정 투자자까지 가세하면서 제주 부동산 가격은 말 그대로 수직 상승했다. 정부의 신공항 개발 발표 직후인 2016년에는 땅값이 8% 이상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한중 갈등을 부른 사드 사태와 미숙한 행정처리 등으로 개발사업은 무산되거나 중단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주택수요가 줄어서 땅값과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자 차이나 머니가 썰물같이 빠져나간 것이 발단이었다.
현재 제주도에서 개발 관련 호재는 동쪽으로는 신공항이 개발되기 시작하면 성산 주변뿐만이 아니라, 공항부지 토지보상이 시작되면 타 지역의 부동산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쪽으로는 대정에 있는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신규 국제학교 허가도 있다. 현재는 4개의 국제학교가 있는데 싱가포르 국제학교가 설립을 준비 중이다. 대정은 최근까지도 유일하게 집값이 오른 지역이다. 국제학교이지만 내국인 학생 비중이 높아서 입학생 가운데 35%가 소위 '서울 강남 3구' 출신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보니 제주도가 수입차의 신규 격전지로 부각이 된 이유이고 주거 수요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남쪽 서귀포시에는 말이 많았던 강정항에 해군기지와 함께 초대형 크루즈가 입항이 가능한 터미널이 완공되어 있어서 서귀포 관광코스가 더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북쪽 제주시에는 노형동에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고층 쌍둥이 호텔(내부 운영은 그랜드 하얏트) 및 카지노 이전, 지상 38층 지하 5층 높이 168.99m로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개발엔 토지주인 롯데관광개발(계열사인 동화투자개발)과 중국 최대 부동산 회사 중의 하나인 녹지그룹이 공동개발로 중국자본이 대거 투입되는 공사였다. 이 모든 것은 전 세계가 코로나가 안정이 되어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고,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다시 제주도를 찾아와야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지금은 불황인 제주도의 경기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 및 인용
중국 자본 유입 끊기자, 제주 땅·집값 10년 만에 미끄럼…대출 16조 어쩌나 _중앙일보 2020.02.01
또 하나의 SKY캐슬...제주영어도시 신규 국제학교 불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