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종현 Jan 25. 2022

프롤로그 :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

Prologue: Affordance in SPACE 0

새롭게 연재하는 주제는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영어로는 'Affordance in SPACE'라고 잡아봤다. 어포던스 (Affordance)는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뜻으로 행동유도성이라고도 한다. 사업을 한지도 벌써 24년 차에 접어들었다. 디지털과 마케팅 그리고 인터랙티브에 관련된 일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업무로 해외 출장도 많이 다녀오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국내외 영감을 주는 장소들도 수없이 찾아다녀보았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경험들이 코로나 팬더믹으로 어느 한순간 멈춰버렸다. 이전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여행이, 이제는 강제적으로 갈 수 없는 곳이 생기고 심지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세상과 단절하고 제주도에서 재택근무를 오랫동안 이어가며 쌓아가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풀기 위한 방법으로 명상을 찾았다. 그 후엔 요가를 하게 되었고, 서핑을 배우는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푸는 힐링에 집착한 계기가 되었다.


어느 순간, 과거 여행을 다녔던 장소들에서 느꼈던 기억들을 강제로 소환시키면서 도심 속에서도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치솟아 올랐다. 마침 회사에선 디지털노마드를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부터 시행을 하고 있던 관계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어 회사 사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전체 인원의 20%도 안되어 사옥 공간은 많이 비워놓은 채로 있었다. 사옥을 만든지도 16년이 넘어서 리모델링도 필요한 상태가 된 데다가 이제 공간에 대한 효율성 측면에서도 다른 추가적 활용도 필요한 시기라서 공간에 대한 피벗(pivot)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초기 많은 시행착오와 적합한 건축가를 찾는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설계를 시작했고 내년 하반기 정도면 그동안 고생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공간은 기존 사옥이 담당했던 업무공간의 일부를 그대로 유지를 하면서도, 동시에 상업적 목적의 건물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그간 경험했던 공간들, 그리고 레퍼런스 장소를 찾아가 직접 느꼈던 것에서 우리와 필요한 것을 골라내고 맞게끔 콘텐츠 화하는 작업들은 지금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경험들을 모아서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주제로 연재를 해볼까 한다. 장소와 공간을 바로 보는 시선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절대적인 가치로 바라본 것이 아니고 상업적 목적의 공간 디자인을 땅을 소유하고 있는 건축주의 입장에서, 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디벨로퍼 측면에서 기존 사업과 연관성을 찾으려는 회사 대표의 입장에서 복합적으로 바라봤다고 서두에 밝히고 싶다.


사옥을 건축하는 경우엔 목적이 분명해서 직원들을 위한 업무 공간, 휴게 공간, 외부인 접견 공간, 남는 공간이 있다면 다른 업무공간이나 커피숍 등으로 임대를 주면 되는 정도의 고려사항들이 있을 것이다. 위치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전철역과 가까우면 대로변이 아닌 주택가라도 지가 대비 입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상업적인 목적의 건물이라면 좀 더 복잡해 보인다. 입지에 따른 상권도 분석이 필요하고 어떤 임차인을 대상으로 해야 할지, 어떤 컨텐츠를 채워야 할지, 주차대수, 고객들의 동선도 고려해야 하고, 외관상 랜드마크 적인 건축적 심미안도 필요할 것이다. 계획대로 지어진다고 해도 과연 원하는 임차인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 이용하는 고객들이 과연 이 건물을 찾아 줄 것인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홍보는 어떻게 해야 입소문을 탈 것인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분명히 사옥보다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요소들보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어떤 컨셉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컨셉과 디자인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고 오랫동안 존속되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I want our designs
to embody beauty and history
and, most importantly,
outlive fleeting trends.

Jonas Bjerre-Poulsen, architect


"나는 우리의 디자인이 아름다움과 역사성을 구현하고, 무엇보다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존속되기를 바란다."

_요나스 비에레-포올센, 건축가


'행위 行爲'의 정의를 보면 '사람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행하는 짓', '반사적(反射的)·본능적 행동과는 달리 이것저것을 잘 생각한 끝에 어떤 일(목적)을 하고자 결의하여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의 의지가 포함되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공간에서 행위가 일어난다는 것은 공간을 만들거나 제공하는 자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의도와 달리 사용자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간에서의 행위에 대한 예를 들자면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우리는 햄버거 세트를 먹고 분리수거대에 가서 고객이 직접 치우는 행동이 자연스러운 반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는 아직도 매장 직원이 치워주는 것이 일반적인 것을 들 수 있다. '패스트푸드 매장'이라는 같은 공간이어도, 제공자의 의도나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행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과거에는 당연히 그런 것이었는데 미국식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들어온 이후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 한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고 결재하고 테이크아웃하는 드라이브 스루도 코로나로 비대면이 확대되면서 더욱 많아지고 있다. 2021년 8월의 기사를 보면 맥도날드(250곳)와 스타벅스(280곳)이나 된다고 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매장에서 마시는 것에서 이제 테이크아웃이 더 편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교통정체와 보행자 안전 등을 위협하는 상황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시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공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잘 설계된 공간에 있거나 사려 깊게 만든 제품을 사용할 때 예상보다 더 오래 머물거나 더 오래 사용하게 될 것이다. 공간이나 제품을 통해 기쁨을 맛보거나 만족감을 느낄 때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앞으로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에서 다룰 소재들은 다양하다. 힐링 외에도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환경, 푸드, 반려동물, 커뮤니티, 로컬리즘, 젠더 등 여러 가지 소재를 공간을 대입해 풀어볼 계획이다. 연재가 이어지는 동안 준비하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복잡한 퍼즐을 하나씩 맞춰 가면서 어느 순간 완공된 공간에 대한 소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개인적으로 이 공간을 만들어가는 긴 여정은 지금까지 진행해 온 프로젝트 중 가장 복잡하고 오랜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이고 그동안 수집해 온 경험의 집대성이 되고자 한다. 앞으로 소개하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혹시라도 상업적 공간을 기획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프롤로그를 마친다.

 



참고 및 인용


어바웃 해피니스 about happiness_어맨다 탤벗

드라이브 스루 급증에 안전 민원↑… 외식업계, 해법 찾기 분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