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바람이 투명한 뜰에 닿을 때,
코스모스는 흔들리는 슬픔입니다.
여린 분홍빛 날개,
하늘 한 조각을 빌려 핀 듯,
가녀린 줄기 위 위태롭게 선 꽃봉오리마다
덧없이 스러질 인생의 허전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수많은 날들을 버텨 단단해진 풀들 사이,
홀로 서서 계절의 끝을 응시하는 당신은,
가을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오히려 그 빛 아래 그림자가 더 짙은 존재.
당신의 미소는 마지막 잎새의 몸부림과 같습니다.
가장 격렬한 움직임을 보일수록,
겨울의 차가운 침묵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주기에.
당신은 태어나 가장 고운 순간을 다하여
바람에게 온몸을 내어주면서도,
가장 먼저 사라질 죽음의 숙명을 아는 듯
자꾸만 저 멀리, 기댈 곳 없는 푸른 하늘을 봅니다.
우리는 모두 코스모스.
사랑받기 위해 피었지만,
결국 스러질 운명을 짊어진 존재들.
당신의 가녀린 춤사위 속에서
내 삶의 깊은 곳에 숨겨둔 불안의 노래를 듣습니다.
지는 해가 당신의 얇은 꽃잎을 태울 때,
나는 깨닫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덧없이 스러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쓸쓸함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증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