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직은 이름 없는 계절의 입구.
너와 나의 거리는 봄날의 햇살처럼 투명하고,
공기 속에 간지럽게 맴도는 미소는
꽃잎이 되기 직전의 몽글한 떨림이다.
바람은 그렇게 가장자리를 맴돌지.
손끝이 스칠 듯 말 듯, 아슬한 경계 위에 선 채
다음 페이지가 무엇일지 묻지 않는다.
이 짧은 마법이 깨질까 두려워서.
보았니, 바람이 불자 일제히 떠오르던
수많은 꽃비가 흩날리던 찰나의 나른한 오후를
우리가 주고받는 아슬한 눈빛처럼
찰나에 허공으로 흩날리는 아름다운 불안
발밑에 쌓인 홍설을 밟으며 걷어낸다.
이것이 약속 없는 고백임을 알면서도,
네 어깨 위 내린 가냘픈 한 조각이
내 심장에 내려앉기를 바란다
이 황홀한 꽃비의 시간이 지면
우리의 관계도 이름 없는 시절을 벗어나겠지.
붙잡을 수 없는 줄 알면서도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는 이 설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기에,
가장 짧을 수밖에 없는 우리 둘의 꽃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