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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May 11. 2023

너는 덧셈 얼마만큼 할 줄 아니?

만만하면 억 소리 나는 수학을 모두 알면 좋겠다.


학창 시절에 가장 싫었고 못했던 과목은

역사와 수학이었다.

년도를 외워 일어난 순서를 나열하는 역사문제나

이해도 되지 않는 수학문제를 어설프게 끄적이는 일은 자괴감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이 크면서 가르쳐주고 싶은 욕심이 든 과목도 역사와 수학이었다.

나라의 흥망성쇠를 점치며 역사를 내려다보는 듯한 우월감이나

수학 문제의 출제자가 꼬아 놓은 함정을 빤히 보며 피해 가는 여유와 희열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문제를 꿰뚫을 만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흥미와 재미로 만든 발판 세 칸만 만들어주면 그다음은 아이들이 만드는 거라 생각한다. 내가 끝까지  발판을 놓아줄 능력도 없거니와 있어도 난 내 발판이나 만들다 말 생각이다. 나도 계속 재밌어야 하니까. ㅎㅎㅎ


내가 수학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 발견할 때다.

내가 모르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걸, 이렇게 알고 있었던 걸 저렇게 알려 줄 때.


나는 어릴 때 덧셈과 뺄셈을 배웠다.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세로셈이 가장 편한 걸 보면 그저 숫자를 쓰고 빌려주고, 올려주는 것으로 배운 것 같다.

어른이 되어 배운 셈은 ‘다양한 비법의 수’라는 이름으로 10 만들어 더하기, 왕창 빼고 더하기, 채우기 셈 등이었다.


2+ 7+ 9+ 1+ 8 + 3의 문제가 있을 때 10을 먼저 만들어 더하는 방법.

100 - 58 은 100에서 60을 왕창 빼고 2를 더하는 방법.

60 - 48 은 48이 60이 될 때까지 2를 더하고 10을 더해서 12를 구하는 방법.


이 간단한 것을 어른이 되어서 누군가 알려주기 전까지 몰랐다. 왜일까?

물론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하고 빼라고 하면 더하고 뺐다. 다른 방법으로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덧셈에서 올려주는 수가 무조건 1이기 때문에 뒷 숫자를 보고 미리 1을 더해주는 방법인 앞자리부터 더하기는 충격이기까지 했다.


24 + 37 은 십의 자리 2와 3을 더해 5인데, 일의 자리 숫자를 보면 받아 올림이 생길 테니 1을 더해 6을 써주는 방법.



조안호 님이 쓴 <수학, 개념 씹어먹고 공부해 봤니? >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아이들이 수와 숫자의 차이점과 곱하기가 거듭 더하기라는 아주 기초적인 개념을 모른다는 것이다. 몇 개와 몇 번째, 차와 차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면서 수학 문제 풀이만 잔뜩 시키는 것은 책을 속독으로 읽는 것과 같다고 한다. 속독으로 책을 읽은 아이는 정독을 할 수 없다. 잔뜩 풀어내기만 한 문제는 아이의 사고를 막고 수학 실력을 망칠 뿐이라는 글이 실려있다.


속독은 정독을 할 수 없지만 정독은 속독을 할 수 있다

라는 말은 귀에 꽂힌다. 수학책에서도 국어에 관한 글에 눈이 가는 나의 성향일까? 아니면 수학도 국어도 같은 시작점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서?


우리 아이는 철수와 영희가 소금물을 가지고 나와도 풀고, 기차가 터널을 지나가도 문제를 푸는데 이따위를 모르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다.

그 문제를 문제라고 생각하든가 말든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풀건지 말건지조차도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저학년의 경우 학생보다는 부모의 의지에 달렸을 테고.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숫자를 가지고 놀면서 익혀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깨봉수학을 보면

1이 10개 있으면 십,

십이 10개 있으면 백,

백이 10개 있으면 천,

천이 10개 있으면 만,

만이 10개 있으면 만만이라고 가르친다.

만만은 줄여서 억이라고 알려주는데 이것은

20만 x 30만 을 한 번에 알 수 있게 만든다.

600만만이니 답은 600억이다.


깨봉에서는 이것을 ‘꿰뚫는다’라고 표현하는데 맨 처음 꿰뚫은 영상을 봤을 때 너무 재밌었다.

‘만만’에 나처럼 감탄하는 사람?

아무도 없나? “억!”ㅎㅎㅎ


계산기에서 ‘오류’라는 글자를 본 적이 있을까?

1 나누기 0?

0 나누기 1 은?

9 곱하기 0 은? 


시중에는 수많은 수학책과 수학문제집이 나와있다.

그 수많은 수학책과 수학문제집으로 우리는 뭘 할까? 문제를 푼다. 읽고 푼다. 모르면 답지를 보고 푼다. 아니면 만능앱 콴다를 찍는다.


문제 풀이 말고 수학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수학문제 풀다가 짬 나는 시간에 수학 영상이나 책을 보면 어떨까?

아이들이 내가 켜 놓은 유튜브 수학 영상을 보며 말했다.

“엄마는 왜 자꾸 수학을 봐?”

“재밌잖아!”

“에에???”

이해가 안 간다는 리액션에 과장까지 해보지만 이내 내 전략에 넘어간다.

“저거 전에 봤던 거네. 홀수 더할 때 한 칸씩 내려서 정사각형 만드는 거. 답 25 “



조안호수학은 영상보다는 책이 좋았다.

깨봉수학은 책보다는 영상이.

연산은 다비수가 좋았고. ㅎㅎ



picture by Annie Spratt in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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