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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Jun 10. 2021

‘사랑을 했다’ 말고 ‘벚꽃 팝콘이 팡팡팡’

순수함으로 회귀.


초등학생의 떼창으로 유명해진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노래입니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이 음원이 맨 처음 발매되었을 때 이 노래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저는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놓고 몇 번씩 반복 재생을 하며 들었습니다. 연인들의 사랑과 이별을 무대에 올린 것으로 비유해서 시나리오가 끝나면 막을 내린다는 가사가 그리 멋지게 들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의 떼창이 시작되자 멋진 가사들이 그냥 줄줄 읽어버리는 글자로 전락해버린 것 같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랑을 했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지겨운 멜로디로 들리기 시작했지요.

더 이상 어른으로서 들으면 안 되는 노래가 되어버린 것

같아 살짝 찝찝한 마음으로 재생목록에서 삭제를 눌렀습니다. 그 후 그룹 아이콘은 방송에서 초등학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했지요.


요즘 아이들은 저희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디어 노출이 늘어났습니다.

연예인이 지나가면 아무렇지 않게 별명을 부르며 따라다니고 개그맨이 하는 유행어를 쫓아합니다.

프로그램 우측 상단에 동그라미로 쓰인 연령제한 따위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은 무늬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음원을 내면 그 음원을 듣지 않아도 계속 반복 재생으로 틀어놓습니다.

조회수를 올리고 음원 순위를 올리려는 ‘스밍’이라는 행동입니다.


어른과 아이의 미디어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요즘,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동요는 시시한 노래일 뿐입니다.


하지만 동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가요처럼 동요도 계속해서 새로운 음악이 나오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노랫말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스럽고,

경쾌한 멜로디위에 아이들이 곧게 뻗어내는 청량한 생목소리가 주변을 환기시킵니다.


기계음이 들어간 음악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통기타 하나로 만드는 음악이 다시 좋아지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순수함으로 회귀.


라는 팻말을 달아주고 싶습니다.


몇 곡의 동요를 소개하자면,


벚꽃 팝콘이라는 동요는 봄에 벚꽃이 피는 것을 팝콘이

터지는 소리에 비유해서 만든 노래입니다.


아기 봉우리가 옥수수 기둥처럼 삐죽삐죽 솟아나더니 밤새 달님이 맛있게 튀겨 팝콘을 해 놓았나 봐요.
펑퍼펑펑펑 퍼벙펑 푱표뵹푱푱 표뵹푱

재즈의 스캣처럼 부드럽진 않지만 통통 튑니다.

저 펑퍼펑펑을 발음할 때 아이들의 입이 얼마나 귀엽게

오므라드는지,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이라면 꼭 한번 불러보게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바다학교 아기 거북이는 1학년 아이들이 입학할 때 부르면 좋을듯한 동요로 거북이의 등껍질을 가방이라고 생각하여 가방을 메고 바다학교에 간다는 내용입니다.

이 노래는 고음을 포함하고 있어서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들의 발개진 얼굴을 감상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훗훗


나는 바다학교 1학년 헤엄치며 친구를 만날 거야
바다는 얼마나 멋질까 정말 정말 콩닥콩닥
등껍질 책가방을 메고서 모래 운동장을 앙금앙금
바다야 기다려라 내가 간다 아기 거북이의 꿈


다이어트하는 새에 대한 노래도 있습니다.

제목은 뚱보새 입니다.

낭창낭창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참새 한 마리
뚱뚱보가 될까 봐 남들이 놀릴까 봐 걱정이 태산 같아요. 먹는 것도 없는데 언제 이렇게 몸이 불었지
혹시라도 저울이 고장 났을까 봐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다니며 자꾸자꾸 몸무게를 재 본 답니다


이 체중계는 좀 많이 나가는 것 같다며 집에 가서 다시

재어봐야지 하는 우리네 일상과 다를 게 없는 가사입니다.


이외에도 항상 된다며 응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돼지엄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호랑이의 신세를 불쌍히

여기는 국악풍 동요 ‘배고픈 호랑이’

겨울에 나오는 정전기를 의인화해서 만든 ‘겨울 친구 따꼼이’


주제도 다양하고, 창법도 다양합니다.

청아한 목소리 안에 재치가 숨어있고,

고소한 목소리 안에 해학이 튀어나옵니다.


꿈이 무엇인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떤 활동을 해야 도움이 되는지 서둘러 정하기 전에,

아직은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들이 막연한 꿈을 가진 것만으로도 응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의 엉뚱한 말과 행동이 동요로 표현되고, 그 동요를 아이들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6월 11일 6시에 윤학준 동요 신곡 발표한대!”

“정말? 앨범이래 싱글이래?”

“앨범인데 2곡만 공개되고 5곡은 히든 트랙이래.”

“정말? 나오자마자 스밍 해서 차트 1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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