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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Jun 15. 2021

브런치의 보물

하트는 날리지 않고 가만히 누릅니다.


인스타에서 하트는 관심의 표현이다.

주고받는 인사말 정도의 관심.

여러 장의 사진을 옆으로 넘기지 않아도

쓰인 글을 다 읽지 않아도

엄지 손가락은 습관적으로 따딱. 두번 두드린다.

흥미를 끄는 피드에서 스크롤하던 손가락이 잠시 멈추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그저 잠시이다.

스트리밍 되는 음악처럼 수많은 피드는 눈앞에서 그저 흘러간다.


브런치에서 하트는 글을 읽었다는 인증이다.

글을 다 읽고 아래에 놓인 하트를 천천히 누른다.

방금 읽은 글을 음미하면서,

떠오른 생각을 잠시 정리하면서.

이 분은 어떤 글을 쓰시는 분인지 궁금해져서

작가의 동그란 프로필 사진을 클릭하기도 한다.

글에 쓰인 표현과 단호함에 감탄하며 구독하기를 누르면

내게는 관심작가의 숫자가 하나 올라간다.


인스타에서는 빅데이터로 불리며 수집되는 나의 취향을

브런치에서는 하나하나 손으로 주워 모으는 내 취향이다.

넓은 바닷가에서 맘에 드는 반짝이는 조개껍데기를 주워서

보물상자에 넣는 기분이다.


남들에게는 우스운 보물일지라도

내게도 언젠가는 바스러질지도 모를 보물일지라도

지금 내게 보물 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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