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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Sep 03. 2021

정말 이 제목이 맞습니까?

이런 말 할 주제는 아닙니다만.



오즈의 마법사.

영어 제목은 Wizard of OZ.

분명히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그냥 보아도 번역기를 돌려도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그런데,

오즈의 마법사라고 하면 오즈라는 곳의 마법사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오즈라는 곳은 없습니다. 오즈라는 마법사가 다스리는

에메랄드시 가 있을 뿐입니다.

오즈는 마법사의 이름입니다.

책에서는 마법사 인척 하는 그저 손재주 좋은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그럼 마법사 오즈 가 제목이어야 할 것 같은데 책의 내용으로는 이 또한 탐탁지 않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도로시가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처럼

Dorothy’s Adventures in OZ. 여야 할 것 같습니다.

오즈를 그대로 쓴다 해도 Winnie the Witch 처럼

OZ the Wizard. 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정 내내 무리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두뇌를 바라는 허수아비,

슬퍼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마음을 바란다는 감성 덩어리 양철 나무꾼.

친구들을 위해 용감히 맞서면서도 자신은 겁쟁이라며 용기를 바란다는 겁쟁이 코스프레 사자.

도로시와 한 팀인 그들은 이미 최강 드림팀인데

책 내용을 이끄는 이 중요한 드림팀의 흔적을

제목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 저 혼자 안타까운 모양입니다.

도로시와 그녀의 최강 드림팀 은 어떤가요?

아니면 도로시의 팀플레이? 도로시와 친구들의 여행?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센과 치히로는 친구일까요? 아닙니다.

센은 치히로와 동일 인물입니다. 우연히 요괴들의 세상에 들어가 버린 치히로가 살아남기 위해 요괴들의 대장 유바바와 노동계약을 하게 되는데 그때 받은 이름이 센 입니다.

그럼 센이 된 치히로의 모험 이어야지 않을까요?

치히로를 잊지 않는 센의 고군분투는 어떨까요?

센은 치히로를 잊지 않는다. 는?


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영어 제목으로 라면 정신 나간 센과 치히로 나 센과 치히로의 정신 나감? 정도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영어의 단어나 표현을 우리말에 딱딱 들어맞게 옮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문화가 다르다는 말은 뼛속부터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과 같습니다.

헤아려 보고 이해하려 노력해 볼 수는 있으나 같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처음부터 치히로의 이름을 기억해주고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보살펴 준 하쿠는 치히로와 공동 주인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럼 하쿠와 센의 마법목욕탕 은?




제가 요즘 가장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하는 책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입니다.


미드나잇은 사람들에게 신비한 느낌을 주고 라이브러리는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어떤 물건이 높은 천장까지 빼곡히 꽂혀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 것 같은데 책은 제외입니다.

신비하고 편안한 느낌을 동시에 가진, 뭔가 익숙한 것 까지 한 소설의 제목입니다.





제가 제목을 보는 방법이 너무 틀에 박혀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목을 보고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예상하며 책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브런치에서도 브런치 북이나 매거진의 제목을 읽고 놀란 적이 많습니다. 이 제목은 대체 어디에서 샘솟는 센스인가 하며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요.


하지만 너무 과도한 호기심 유발로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 실망한 적도 적지 않습니다. 마치 일부 연예부 기자님들이 쓰시는 낚시글처럼 글의 조회수만 높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가끔 반전에 놀라면, 마음으로 작가님께 사과드릴 때도 있습니다.

(좁은 식견으로 섣불리 판단하려 들어 죄송합니다.)




글로 들어가기 위한 첫인상,

내게 맞는 것인지 아닌지 가늠해보기 위한 첫인사가

제겐 글의 제목입니다.

하지만 제목 짓기는 글짓기 보다 더 어렵습니다.

없던 센스가 퐁퐁 솟아나는 샘물을 찾아 들어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폴리 주스를 마셔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수많은 책을 읽어보아도,

결국 파 볼 것은 저 자신밖에 없겠지요.

오늘도 열심히 삽질해보렵니다.

센스 포텐 터지는 그날까지!





브런치의 숲에서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는 어떤가요?

(네,네, 일본 애니 제목입니다. 표절은 안되지요, 암요,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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