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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Sep 13. 2021

내겐 너무 어렵기만 한 축하. 그 타이밍까지.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시기를 놓치고 있다.

축하받을 수 있는 그 타이밍을.


내게 오는 시선이 부끄러워서,

내게 걸릴 단 하나의 기대감도 무서워서,

축하해. 란 말을 들었을 때 민망해하며

다른 화제로 돌리려 애쓰는 나를 마주하기 싫어서.


시기를 놓치고는 위안한다.

말 안 하길 잘했지 않냐고.

별거 아니었다고.




국민학교를 다닐 때였다.

엄마는 일하러 나가고 환한 낮이었는데도 일어날 기미가 없던 아빠를 깨웠다.

아빠는 “생일인데 뭐 어쩌라고! “

하고 다시 누우려다 지갑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 던지며

“짜장면이나 사 먹고 와!”

라고 했다.

오빠는 말없이 돈을 주워서 나를 데리고 나갔다.


그 시절 어린아이들의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 항상 등장하는 자장면. 자장면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듯이 그들이 하는 모든 언행을 자장면으로 갚고는 자신은 좋은 부모라고 위안하는 듯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자장면 따위를.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항상 당당하게 축하받지 못한다.

한 번의 시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서는 혼자 비명을 질렀다. 속으로.

내 두 손은 내 입을 가리고 소리는 안으로만 울렸다.

눈은 크게 웃고 있었지만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에게 축하받고 싶지만

이게 축하받을 만한 일인지 말하기가 무서웠다.

내겐 기쁜 일이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일일까  무서웠다. 결국 나는  달이나 지난 후에 브런치 작가     됐어요. 하고 아이의  기록을 올리는 인스타에 피드를 올렸다. 적은 수의 팔로워를 가진 계정이지만 7명에게 댓글로 축하를 받았고 혼자 기뻐했다.  

여전히 주변인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운 좋게 브런치의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간 일이 있었다. 내겐 너무 흥분되고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흥분을 함께 할 누군가를 찾지는 못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남편에게 말했지만 그거 올라가면 돈 주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 그건 아니고.. 하며 얼버무리고 말았다.

아이에 관한 글이 다음에 올라갔을 때는 아이를 불러 말해보았지만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칭찬을 많이 못 듣는 것을 꼽았다. 나는 어른이 되면 그냥 하는 칭찬이 아니라 성과나 그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것이라고 대답하며 어른은 칭찬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정말일까? 어른은 칭찬을 바라지 않는 걸까?

혹시 대부분의 어른이 나처럼 칭찬받기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고 사실은 무척이나 칭찬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읽으면서 나의 글에 좌절하기 시작했고 웬일인지 받지 못한 축하가 그리워졌다.

그때 온전히 축하받았으면 지금 좀 더 상처 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지 않을 까하고.


브런치의 자격을 좀 더 신중히 평가해야 하고 내용도 없는 낚시글이 브런치 홈이나 다음에 뜨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내용 스포까지 해가며 굳이 영화나 책의 후기를 쓰는 이들을 비판하는 글 앞에서 나는 한 없이 작아진다.

전 국민이 에세이를 써야 한다거나 글쓰기의 반은 자신감이라거나 개인의 경험은 글쓰기의 좋은 소재이다 라는 말을 믿고 있던 내 보호막이 부서지기 일보직전의 위태한 모습으로 서 있다.


글쓰기에 대한 강의가 있어 신청한 줌 수업에서

강사님 자신이 브런치 작가임을 밝히며 브런치 작가이신 분이 있냐고 물었지만 나는 말하지 못했다.


나는 혹시 내가 갑자기 나타난 스타라도 되길 바라는 걸까. 초라하고 너저분한 내 모습을 누구에게 보이길 꺼려하는 것일까. 그럼 언제까지고 내 자신을 내비칠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것이 아닐까.



어두운 것,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에 집중하던 중학교 무렵이었다.

달이 가지고 있는 바다도 산처럼 빛나는 달의 일부라는 걸 안 순간부터 달의 바다라는 닉네임을 썼다.

내 안의 어두운 부분이 내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과학시간이었음을.

나도 환한 달이 될 수 있겠다 밝은 생각을 품게 한 값진 시간이었다.


나는 다시 내 안으로 단단해지길 바란다.

몇 권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가 지쳐갈 때쯤 만났던 클리티에처럼.

해를 너무 사랑해서 해만 바라보던 요정 클리티에.

자신이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중요했고 원치 않는 상대에게 받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생각했을 그녀.

해바라기가 되어가며 행복해했다는 클리티에는 이름처럼 가녀린 요정이 아니라 외부의 것으로부터 강력하게 자신을 지키는 강한 존재였지 않을까.

나 또한 겉으로 유약해 보일지언정 내면은 강해지고 싶다.





그러해도,

부디 조금은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길 바라며..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하단 말을… 놓고

이미 저만치 도망가고 있음을…













Main Picture : Unsplash -lucas Fa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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