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에 대한 책을 읽고

<세습 중산층 사회>, <90년생이 온다>

by 박재우

2021년 초에 계층론과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책을 읽었다. 조귀동 저 <세습 중산층 사회>, 마이클 샌델 저 <공정하다는 착각>를 읽었는데 앞의 책은 586 세대의 중산층 부모가 어떻게 자녀에게 부와 사회적 지위를 물려주는지에 대한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을 읽어서 익숙한 저자인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자본 세습으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방안으로 능력주의가 제시됐지만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지적 재능을 기반으로 노력해서 사회적 성취를 일궈 낸 엘리트가 엘리트주의, 능력주의라는 의식으로 사회구조적인 격차로 교육의 기회와 질적인 측면에서의 불평등을 겪는 비엘리트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이러한 격차가 불평등에 이르게 된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소수 엘리트들의 성공에는 다수의 평범한 인간이 공유하고 기여하는 공동체적 인프라의 몫이 큰 데 능력주의는 엘리트들의 노력과 인내에 비중을 두면서 능력주의적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사회적으로 용인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부의 집중과 사회 내 존재하는 불평등을 비판하면서 자본의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지점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능력주의의 폭정을 막기 위해 이러한 불평등을 인식하고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 평범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내게 사회적 계층론, 불평등, 계급론에 대한 논의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단면과 이면을 설명해주고 문제 의식을 던진다. 임홍택 저의 <90년생이 온다>는 90년대 세대론에 대한 책이다. 80년~95년생을 밀레니얼, 96~2010년대 중반에 출생한 이들을 Z세대라고 부르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문화, 소비자 차원에서 MZ 세대로 묶어 이야기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책은 90년대생을 따로 구분하고 사회에 진출한 이들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설명한다.


세습 중산층 사회


1987년 노동부가 작성한 '근로자 중산층화 기반 조성'에서는 중산층을 10년 정도 일한 35세 전후 기준으로 20여 평 정도의 아파트를 소유하며 자동차가 있고, 자녀 2명에게 고등 교육시킬 수 있는 계층으로 규정했다. 경제 성장기에 들어선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에 걸쳐 한국의 중산층 개념이 정립되었다. 국가가 중산층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주도했으며, 개인의 층위에서는 고도개발의 분배 방식에 의해 대학에 입학하고 열심히 노력해 대기업에 취업해서 아파트를 사면 중산층 궤도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었다.


중산층이란 표면적으로는 중위소득 범위에 있는 계층으로 분류하지만 중산층의 45%가 자신의 계층이 중산층이 아닌 서민이라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서 중산층 담론은 계층 이동,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사회이동성과 사회 통합에 대한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을 보이지만 주택, 자동차 등 자산을 유지하고 생활수준을 영위하면서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여유롭지 못하다고 인식하는 계층이 서민, 중산층, 고소득층으로 이루어진 소득의 구조적 격차, 계급론을 발전시켰다. 경제적 · 사회적 중산층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중산층 담론을 생산하고 계층 간의 격차와 이에 따른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만들고 있다. 중산층 담론은 부모의 계층이 자녀의 계층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로 이어진다. 사회 · 경제적 중상위 계층에 있는 부모가 자녀세대의 교육, 부의 대물림으로 자녀의 사회 진출과 생활 수준을 보전해 줄 때 부모와 자식 간에는 경제성장기에 형성한 재산을 그대로 물려주는 일종의 세습 형태를 보여준다. 사회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구조적 불평등이 고착화되면 사회 분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재분배가 일어나고 사회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적 영역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90년생이 온다


90년대생은 유년기에 PC와 함께 보내고 청소년기와 20대에 들어섰을 때 스마트폰을 접한 세대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이 확산하던 시기에 의무교육을 받았으며 고등학생이 됐을 무렵 손안에 컴퓨터를 쥐게 되었다. IT 기술의 형태가 때때로 달라졌지만 활자, 책이 지니는 정보전달의 유용함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전환이 일어나지 않고 아날로그의 유용함과 디지털의 이기를 겪게 된 것이다.


97년 IMF 이후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구조조정의 불안은 일상화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난 2010년대의 채용시장에는 공채가 줄고 수시 채용, 경력 채용이 늘어났다. 90년대생은 부모세대가 겪은 고용 불안과 함께 컸으며 X세대(70년생 후반)의 입시와 채용시장의 무한경쟁을 보며 2010년대를 맞이했다. 치열한 대입을 치러 서울의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어려운 취업 과정을 알기 때문에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이러한 선호도를 잘 보여주는 예는 '잡플래닛'이다. 취업준비생은 기업 평판과 브랜드를 보고 구직하려는 회사를 이해하지 않고 기업의 조직문화를 궁금해 한다. 회사를 다녀 본 사람이 재직중임을 인증하고 회사를 겪고 남긴 글을 보고 산업, 직무 선택에 이어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욕구를 5단계로 나눠 생리적 욕구, 안전보장의 욕구 영역과 사회참여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구분했다. 이러한 구분법의 실효성을 인정할 때, 90년대생에게 의식주와 안전은 의사 결정에 있어 고려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마지노선이기에 최소한의 요구조건이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4, 5단계 층위에 있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항목이다. 이러한 특성은 알파 세대(00년대생)와 무관하지 않다. 알파 세대는 90년대생과 같이 자기과시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 표현으로의 소비 문화를 지향한다. 또한 자아의 일부분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없다. 통제와 억압에서 자유롭게 자기자신을 표출하는 세대다.


90년대생의 인구가 68만여 명이고 00년대생의 인구는 49만여 명이다. X세대 90만 명과 MZ세대 140만 명이 경제 주 소비층이고 청장년층을 구성하고 있는 현재, 2020년대 중반, 각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세대관에 따라 인구층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한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개개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혜택), 공유하고 있는 문화 공동체를 이해하고 유지•발전시켜 나간다면 불필요한 사회 분열을 막고 사회적 의제와 갈등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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