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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Apr 16. 2018

개구리복만 입으면 돌변하는 이유

마케팅일기 Prequel

마케팅은 TPO에서 시작다.


미드 Suits(슈츠)는 한 번만 보면 다 외워버리는 천재 마이크 로스가 대마초 딜리버러로 체포될뻔했던 상황에서 미국 최고의 로펌 변호사 하비 스펙터를 만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엮은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시즌1에서 마이크 로스가 마약 배달부인 거 티 안 내려고 정장에 007 가방을 들고 고급 호텔에 들어가는 신이 나오는데 이는 고급 호텔(미국 최고 로펌이 하버드생 면접을 보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것이고 정장을 입은 사람은 뭔가 전문가이거나 뭔가 좀 배운 사람이겠거니 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감안한 것이리라. 사실 우리나라 형님들은 검은 정장을 좋아하는데...

<미드 Suits에서 마약을 배달하러 가는 마이크 로스, 화면캡쳐>

정장을 입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정장을 입으면 걸음걸이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장을 입고 사무실에서 펜대를 굴리던 사람들도 예비군 훈련장에 개구리복을 입고 앉을라치면 언제 이 사람이 테헤란로나 여의도에서 넥타이 매고 걷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줄이 풀어져 있는 경우를 보게 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구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에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상상하지 못한 이벤트 또는 고려해보지 못했던 상황이나 반전에서 선택과 결정이 이뤄진다고 믿겠지만 사실은 TPO(Time, Place, Ocasion)에 따라 지금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비즈니스에서 일상에서 모두가 알고 있는 관습적 문화를 따다. 결혼식장에는 정장을 입고 신부를 위해 흰색 옷이나 신부보다 튀는 옷을 피하기도 하고 장례식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가지 않다. 이것은 마케팅에도 적용되는 일다.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물건들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아직 TPO(Time, Place, Ocasion)에 어울리지 않으면 그냥 묻히고 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사람은 그런 관습을 따르지 않겠지만 우리가 대하는 모든 소비자들은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다. 100여 년 전 전기차가 선택되지 않았던 것은 제품 자체의 문제가 가장 중요했겠지만 어쩌면 TPO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도 다. 그 시대 상황과 사람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하고 TPO에 맞는 제품을 제공했다면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다.

마케팅은 사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 매일 출근하고 학교 가고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일상에 가깝다. 원숭이에게 붓을 쥐어주고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을 가지고 초현실주의 그림이라고 팔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말다. 물론 예술이 그렇다는 것은 니다. 매일 새로운 영감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작품만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란 것이다. 매일 루틴 하게 돌아가는 많은 프로세스가 마케팅이고 일상다. 그런 일상을 마케팅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케터를 지망하는 취준생들은 이 일이 항상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일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백조의 발은 우아함의 발로다. 출처 : https://goo.gl/images/Q7DmMJ>

한 가지 빛나는 마케팅 이벤트를 위해 보이지 않는 수 만 가지의 일상적 일들이 그를 뒷받침하고 잘 진행되어야 결과로써 나타나는 법다. 물론 소비자들은 잘 모를 수 있다. 알 수도 없다.

다만 한 가지 정확한 것은 소비자들도 TPO에 맞는 메시지와 마케팅 상황을 관습법처럼 인정하고 시대에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도 교육받으면서 정보를 얻으면서 스스로 변하면서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다.

큰 조직이건 작은 조직이건 개인이건 간에 마케팅은 어렵다. 왜냐면 다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고 다 다른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다. 작은 조직은 큰 조직의 리소스나 프로세스나 실행력을 부러워하지만 큰 조직은 작은 조직의 민첩함을 거침없음을 부러워다. 개인은 조직 자체를 부러워할 수도 있고 조직은 개인의 재기 발랄함이나 유연함과 창의력을 부러워할 수도 있다. 정장을 입었다고 해서 머리를 포마드로 2대 8로 갈랐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젠틀맨이라는 것은 아다. 스냅백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피어싱을 했다고 래퍼는 니다.  사람들은 일반화의 오류를 당연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일반화가 정확하게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보려 하지는 않다. 마케팅은 일반화의 오류 속에서 일반화하지 않을 것들을 찾는 작업다.

정장을 입었는지 청바지를 입었는지가 뭐가 중요하냐 물건만 팔면 그만이지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팔기 위해서는 어느 날엔  다려진 셔츠와 구김 없는 바지 그리고 세련된 넥타이를 매고 어느 날엔 최신 스니커즈에 청바지를 입고 하루 이틀 안 깎은 수염으로 나타나기도 해야 다. 그렇게 적절하게 변신하고 적응하는 마케팅 속에서 정장에 어울리는 시계나 넥타이핀이나 버튼다운을 소비자들은 보게 다. 최첨단 유행 패션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소비자에 대한 마음을 새긴 문신을 기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TPO를 잘 분별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과학다.


(이 브런치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상황이나 물건들에서 생각해볼 만한 마케팅 이슈들을 적어보고자 시작했습니다. 고민만 하다가 글로 내려 적는데 한 달이나 걸렸네요. 매일 쓸 자신은 없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일반화의 오류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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