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명광 Oct 19. 2018

공간 비즈니스가 아니라 비즈니스 공간입니다.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날씨:쾌청

가로수길에 가면 문을 연지 이제 3개월밖에 되지 않은 디파지트(https://www.facebook.com/depozit.kr/)라는 공간이 있다. 이 곳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살 수 있으니 서점이고,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카페고, 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 호프집이고, 주인이 사무실로 쓰고 있으니 사무실이기도 하다. 이 공간을 한마디로 하면 무엇일까? 북카페삼실?

<가로수길 디파지트에서 열린 '경험을 팝니다'의 한장면>

어제 여기에서 '경험을 팝니다'라는 주제로 평범한 조명광이란 사람의 이야기와 주제와 어울리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왔다. 감사하게도 장영학 대표님이 만든 이 공간의 컨셉은 '축적의 공간 충전의 아지트'였고 요청해주신 내용도 개인의 역사와 지내온 일들을 통해 그 사람의 현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공감하고 그가 가진 콘텐츠를 동시에 조망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연 내용보다는 오후 내내 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인생을 시계열로 다시 한번 정리하고 가로수길로 향했다. 정리를 하고 보니 사실 내 인생의 지금은 지금을 위해 준비되었었고 그렇게 흘러온 것처럼 보였다. 당연한 말을 어렵게 하고 있다. ^^


내 경험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오신 분들이 각자 따로 판단하셨을 거지만 오신 분들에게는 일개 마케터 조명광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긴 이야길 들어주시고 호응에 주셔서 이곳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2시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 나오는 길에 나도 저런 공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신 장 대표님께 부러움을 표시했다. 사실 회사를 나오기 전부터 마케팅 카페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마케터들이 와서 모이고 의견을 나누고 공부도 하고 하는 그런 공간을 내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게 생각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니 항상 누군가 새로운 공간을 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워밖에 할 수 없었다.

<마케터들이 틈틈이 노는 홍대와 합정사이 5길>

어쩌면 실행을 못했다기보다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 때문에 생각만 하고 있었던 거 같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공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요즘 왜 사람들이 공간에 열광하는지 공간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이런저런 생각을 했고 마케팅 일기에 함 적어봐야지 하고 돌아왔다.

이미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공간 비즈니스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사업적 의미와 공간이 가지는 다양한 함의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다 한 숟가락 더 얹는다기 보다 마케팅에서 공간이 어떤 의미일까 나름 정리해 보았다.


1. 과거의 공간과 현재의 공간은 무엇이 다를까?

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마케팅은 공급자가 가치를 제공하면 소비자는 효용을 얻는 만드는 과정을 위해 필요한 많은 활동이라고 했다. 전통적인 효용이 시간, 공간, 소유, 형태라 했는데 여기서의 공간은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라는 물리적 장소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신이 갈 수 없는 곳의 상품을 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대신해주는 효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공간이 과거의 공간과 다르다. 과거 시장에서의 공간은 거래 장소로서의 공간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었지만 현재 마케팅에서의 공간은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에 공간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까지 담겨서 거래가 되는 것이다.

<일하는 의미가 바뀌었기 때문에 공간도 변하는 것이다. 출처 : https://www.wework.com>

과거에는 행위를 거래하는 공간이라는 역할론적 의미의 효용이라면 현재는 공간이 가치를 더해주고 가치 자체가 된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하면 사무실이 일하는 공간이었는데 그 공간이기 때문에 일을 한다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이 가치가 되었다는 의미다.


2. 왜 공간은 가치를 가지게 되었을까?

지금도 있겠지만 역전다방이란 곳은 기차가 서는 곳이라면 하나씩 있었다. 물론 지금은 스타벅스나 커피빈이나 던킨도너츠로 바뀌었겠지만. 그럼 왜 사람들은 역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다르게 생각할까를 생각해 보면 공간의 가치를 좀 이해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역전다방은 기다림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공간이었다.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다른 이동수단을 통해서 미리 도착해 있어야 하는 공간이었다. 또한 사람을 만난다면 역전다방에서 만나 하고 시간을 정하고 만나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호출을 하면 택시가 오고 이동경로가 정해지고 도착 예정시간이 나온다. 굳이 기다림이 필요 없다. 또한 어디서 만나가 필요하지 않다. 손에 든 전화기를 이용해서 어디 있어라고 물어보면 끝난다.

<역전다방이 윤중로 벚꽃축제에 나타났다. 출처 : http://www.tripview.co.kr/5746>

과거 역전다방이라는 공간의 가치는 기다림과 만남이라는 장소적 가치를 가져야 했다면 지금의 역전다방은 기다림과 만남이라는 가치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물리적 공간이 관념적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사람들은 공간을 가치로 이해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장소로서의 물리적 가치보다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가치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와 함께 공간은 파편화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기다리고 만난다는 의미는 결합이지만 지금의 스타벅스나 커피빈은 결합보다는 개개인이 존재하는 곳이다. 결합이 아닌 홀로 존재하는 것을 위한 공간이다. 기다림과 만남이라는 목적이 아니고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이 좋은 공간, 뷰가 좋은 공간, 혼자 있기 좋은 공간, 사진을 찍기 좋은 공간, 커피가 맛있는 공간 등등등 공간이 가져야 할 의미도 파편화가 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파편을 소비하고 있다.


일하는 공간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모이는 곳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일들도 파편화가 되어 있다. 그러니 사무실이라는 개념도 결합이란 의미에서 벗어나 파편화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되면서 지금의 공유 오피스라는 개념이 생긴 것이고 그들의 기호에 맞는 의미를 가진 공간이 필요해졌고 이것이 비즈니스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의 변화로 인해 획일적 공간 구성은 개개인이 그 공간에게 부여하는 의미를 다 담지 못하게 되었고 이제는 공간이 소비하는 대상과 동일시되는 시대이다 보니 공간이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이다.


3. 마케팅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전통시장은 물리적 장소의 역할 그 이상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통시장이 점점 도태되는 것은 공간의 가치 변화를 담지 못하는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마트라는 곳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편리와 청결, 신뢰하는 의미를 그 장소에서 같이 소비했다. 백화점에서는 친절과 화려함과 부유함을 같이 소비했다. 이 공간들은 물리적 효용이 아니라 다른 효용을 같이 담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전통시장은 거래 이상의 의미를 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끔씩 전통시장은 정이 있지 않느냐 그 정이 남아있는 공간이다라고 하는데 글쎄 정이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면...

커피를 파는 것이라는 거래의 공간이 되면 파는 행위에 최적화된 공간이 되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것 때문에 공간에 가는 것이 아니라면 커피를 파는 행위가 아닌 그곳에 사람들이 오는 이유에 걸맞은 공간적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카페라면 책을 보러 가는 것이냐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냐에 따라 공간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카페냐 북카페냐가 달라지고 디저트카페냐 디저트카페냐가 달라지고 커피숍이냐 커피이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방점에 따라 연출이 스토리가 색깔이 디자인이 집기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자동차를 사는 행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카바나 출처 : https://www.bizjournals.com>

자동차 전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차를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온라인이 세상에 등장하면서 차의 정보를 얻는 대부분의 장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자동차 전시장은 20~30년 전과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차를 사기 전에 마지막으로 실물을 보러 가는 공간이 되는 자동차 전시장은 꼭 집에서 가깝게 있을 필요도 없다. 많은 정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 시승이 가능한 그리고 개인마다 공간으로서 자동차의 의미를 설명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 거래 과정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그 공간은 줄어도 되지만 고객에게 그 자동차만 그 자동차 회사만 가진 경험을 제공해줄 만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가 드라이빙센터를 짓기로 했다는 소식이 이제야 들리는 것은 이런 변화의 모습을 지켜만 봐 왔다는 의미다. 물론 최근에 다양한 시도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더 일찍 했더라면 그리고 자동차도 기계가 아닌 공간으로서 즉 파편화된 의미로서의 자동차로 빨리 접근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공간 자체는 의미가 없다. 공간에 의미가 담겨야 공간이 된다. 커피를 담아야 커피를 파는 공간이 되고 책을 팔아야 책을 파는 공간이 된다. 지금까지 공간에 다른 의미가 담겨야 한다면서 무슨 말이냐? 이 말은 공간의 본질은 있어야 하고 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기다림의 커피를 팔면 역전다방이고 혼자만의 커피를 팔면 스타벅스란 뜻이다. 사람들이 공간 비즈니스가 뜬다고 공간을 만든다. 공간이 갖는 의미를 판다면 공간이 팔리겠지만 공간이 팔리니까 만든다면 팔리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커피가 잘 팔리는 이유는 공간마다 다르다는 의미다. 커피만 맛있다고 팔리지는 않는다.


이 글이 마케팅일기 46번째 글입니다. 주 6일 썼으니 8주 정도가 되었네요. 일주일에 한 번씩 썼다면 1년이 다 되어가는 생각보다 많은 양이어서 저도 놀랐습니다. 매일 한번 써보자며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마케팅이란 통에 넣어서 일기를 쓰다 보니 매일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절감합니다. 넘 앞뒤 안재고 덤볐다가 후회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생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로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ㅜㅜ

지금 생각은 52번째 글까지는(이렇게 하면 52주로 치면 1년입니다.^^) 이 패턴을 유지하고 이후의 글은 컨셉은 같지만 매일은 아닌 형태로 바꾸려고 합니다. 형식에 매어 내용을 잃지 않고자 그리고 건강과 생계까지 고려한 고민으로 이해해주시고(아무도 그런 고민 안 해주시는 거 알지만^^ 너만 고민하고 있어라고 하시는 것도~) 마케팅일기는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계속 성원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트렌드의 시즌이 다가옵니다(ep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