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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Oct 21. 2018

내 인생 최고의 브랜드는?(ep1)

마케팅일기 - 2018년 10월 21일 일요일 날씨:가을 그대로

한 달에 한번 정도 헤어컷을 하러 가는 단골 미용실이 있다. 예전에는 혼자 다녔지만 지금은 나와 진이가 동시에 자르러 간다. 어느 집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특별한 점이 없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미용실은 우리 집에서 18킬로미터 떨어진 강변역 근처다. 벌써 16년 정도를 다닌 거 같은데 왕복 거리로 치면 36킬로미터이고 일 년에 거의 매달 다니니 12번 정도 다닌다. 그리고 16년을 다녔다. 그래서 잠시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6,912킬로미터를 다녔다. 하와이가 서울에서 7,200킬로미터니 엄청남 거리다. 거리도 거리지만 16년간 한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겼고 이제는 둘 다 세월의 흔적을 많이 갖게 되었다.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무슨 머리 하나 하는데 왕복 36킬로를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이다. 

<비행기로 1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라니 놀랄 노자다>

시작은 지금의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16년 전 회사 근처인 명동 <이가자>에서 머리를 한번 한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마음에 들게 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근데 이분이 얼마 안 있다가 다른 지점으로 가버렸다. 역삼동이었으니 사실 다니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게 웬일 이분이 또 강변역 다른 브랜드 미용실로 옮겼단다. 그래서 강변으로 옮겼다. 얼마 있지 않아 또 사달이 났다. 이분이 어디로 간지도 모르게 사라진 것이다. 연락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날 새로운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겼는데 지금 머리를 하는 분이다. 이전에 몇 번 본 적이 있고 해서 몇 마디 하고 나니 이전 디자이너와 다름없이 너무나 편하게 머리를 할 수 있었다. 결혼 전부터 내 헤어스타일을 그리고 머리숱과 두피가 스트레스에 힘들어하는 것을 봐온 터라 지금은 시간만 예약하고 가고 오면 끝나는 일이다. 

'어떻게 잘라 주세요~', '원하는 스타일이 있어요?' 이런 대화가 오갈 일이 없다.  


이 디자이너에게 내 머리를 맡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헤어스타일을 그리고 모질이나 두피 상태를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헤어 디자이너 브랜드로서는 이 디자이너가 내 인생에 이미 낙인을 찍어버렸다. 다른 곳을 찾기는 너무 힘드니 나를 이용하라고 말이다. 브랜드의 어원은 낙인에서 시작돠었다는데 정말 제대로 된 낙인을 받은 것과 같다. 

아마도 모든 브랜드가 소비자와 이런 관계를 원할 것이다. 서로에게 낙인이 되어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의 징표를 하나씩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 말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고 이후에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소통하고 LTV(Life Time Value)를 극대화하는 것 이것이 브랜드의 정의 아니겠는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럴수만은 없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경쟁자들은 매일같이 등장하고 과거에는 한 업태나 산업군 속에서 경쟁자가 등장했지만 이제는 경계에 상관없이 소비자의 마음을 유혹하는 다른 형태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니 하루라도 경계를 멈춰서는 안 되는 현실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시장에서 사실 가장 최애 하는 브랜드는 내가 오랫동안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이나 동네에서 30년간 해장국을 책임지던 집이나 항상 고기 좀 끊어오라면 심부름 가던 정육점이지 않을까? 브랜드에 대해서 고민해 보자면 그 근본에 대해서 이해를 하여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사례위주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원론(原論)을 알아야 이론(異論)도 이해하고 본인의 이론(理論)을 정립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담아두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상품이 가진 트레이드마크(상표)가 브랜드의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브랜드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이고 역할은 무엇이고 전략은 어떻게 짜는지 며칠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1. 브랜드란 정체성(Identity)다. 

많이 들어본 이론이다. 브랜드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것이다. 브랜드의 시작과 끝이라고 말하는데 왜 아이덴티티가 중요할까? 결혼하기 전 처갓집에 인사를 드리러 간 첫 번째 날이었다.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의 식목일이었고 그때는 식목일이 휴일이었다. 휴일의 외곽도로를 생각하지 못한 실수로 논산까지 10시간이 걸려 도착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찌 그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차가 많이 밀렸다. 점심을 먹으러 출발했는데 저녁을 먹게 되었고 첫 식사에 내주신 주 메뉴는 꽃게탕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6qP1asBVLQ

<꽃게탕 한번 해보시려면 참고하세요~>

사실 나는 갈치나 꽃게 같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첫 메뉴라니... 처음 뵌 어른들 앞이라 열심히 발라서 작은 다리 하나하나까지 발라서 내 앞에 산을 하나 쌓고 먹었다. 맛은 있었는데 사실 첫인사로 간 사위에게 꽃게탕을 내주시다니 뭔가 시험하셨나 보다. 암튼 정말 맛있게 잘 먹었고 바로 출근을 위해 서울에 왔는데 사달은 이다음부터였다. 장모님은 사위가 내려올 때마다 꽃게탕을 준비해주셨고 난 어김없이 산을 쌓으며 맛있게 먹었다. 우리 장모님에게 사위는 꽃게탕을 잘 먹는 것으로 인식이 된 것이다. 조명광이라는 브랜드는 장모님에게는 꽃게탕으로 등치가 되는 것이다. 사위가 오면 사야 할 재료 꽃게, 어떤 행위의 근본이 자리 잡는 변하지 않는 성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장모님에게 사위는 꽃게탕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정체성이 자리 잡힌 것이다. 이는 십수 년이 지났어도 변하지 않았다. 정체성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였다는 현상이 아니다. 그 현상이 나오는 본질인데 기업에게 브랜드가 그런 것이다. 그 기업이 가진 정체성이 정해지면 그 기업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도 소비자는 그 정체성에 기반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해석하고 평가한다. 그래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냐가 소비자와의 관계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가 정체성이란 의미를 가진 것은 이미 브랜드란 것이 세상에 태어난 때부터였다. 브랜드의 기본적인 역할은 식별의 기능, 차별의 기능, 보증의 기능인데 이 아이덴티티라는 것이 정확해야 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이후 확장된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이렇게 정의해 두면 잊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묻곤 한다. 그 꿈이라는 것이 되고 싶은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꿈의 내용만으로 이 아이가 가진 성격이나 품성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브랜드에게 정체성이란 이 꿈과 같은 것이다. 너는 누군가의 무엇이 되고 싶니라고 소비자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체성인 것이다. 

이름이 브랜드 트레이드마크나 로고라면 꿈은 정체성이고 나를 소개해봐 그러면 형식적으로 나오는 이름이나 고향이나 직업이나 이런 것들이 리얼리티이고 남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의 그림이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이 브랜드의 총체다.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의 본모습이기 때문에 브랜드에서도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사람이랑 똑같다. 기업을 보통 법에서 법인이라고 부르는데 브랜드도 법인이라 할 수 있다. 법으로 정해진 사람이지만 사람과 같은 역할과 기능을 똑같이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면 당연히 사람과 같은 역할을 위해선 이름과 주민번호와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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