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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Nov 13. 2019

1층을 내주면 고객이 돌아올까요?

어떻게 뾰족함을 만들 것인가? - 마케팅(Place,Promotion)

장면 1.

롯데백화점이 창립 40주년을 맞이해서 대대적인 변신을 준비한다는 소식이다. 이를 위해 <명품, 체험, 고급>3가지 키워드를 발표하고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데, 준비한 재료들이 제대로 요리로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관련된 기사를 함 살펴보자.

<롯데백화점의 변신은 성공할까? 출처 :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111/98313853/1>
롯데백화점이 15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재도약을 위한 혁신 방안을 11일 발표했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을 화장품 매장 대신 명품 매장으로 채우는 프리미엄 전략(본보 10월 31일 자 B1면 참고) 외에 체험형 공간 도입, 온라인몰 고급화, 조직 유연성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최근 온라인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며 유통업체 위기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쇼핑 환경 혁신을 추진해 업계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111/98313853/1

롯데의 변신은 다른 백화점들의 변화에 맞춰볼 때 좀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신세계가 강남점 진출에 이어 본점 리뉴얼, 그리고 오픈하는 매장마다 고급화와 대형화를 이어가고 있고 현대는 전통적 고급 지역인 압구정 본점을 유지하면서 판교 진출, 그리고 한섬의 인수를 통해 패션 백화점의 이미지를 만들어가 가는 동안 다점포 매장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대중적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고급 백화점 이미지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이유다. 그리고 이를 위해 조직의 혁신을 우선순위로 두기도 했다는데 조직문화가 보수적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어 제대로 변화를 가져올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의 백화점 업태의 시장 점유율은 95%를 넘어섰다. 이중 다점포 전략의 롯데가 4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2017년을 기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고 이를 신세계가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

또한 명품 매출 신장률을 보면 2015년 이후 경쟁사에 뒤져 있다.

<출처 : https://www.asiae.co.kr/, https://www.hankyung.com></div>



하지만 유통의 강자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만큼 어떻게 변해갈지가 관심 포인트가 되겠다.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 폭발과 양극화 그리고 온라인 유통의 확대 속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장면 2.

온라인 쇼핑 플랫폼 무신사가 최근에 2000억 원의 투자를 받기로 했는데 2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국내 기업 중 10번째 유니콘 기업이 된 것이다. 무신사의 성장이 더욱 무서운 것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연매출 1000억이 넘는 회사 중에 이베이코리아, 무신사, 오케이몰 등 일부 회사만이 이익을 내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쿠팡이 2018년 1조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무신사, 출처 : http://www.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103>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보고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이 대응하는 방법들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무신사나, 지그재그, 29cm 등 온라인 커머스들은 어떻게 살아남을지 구경하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비즈니스에서 유통이 차자하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특히 온라인이 유통채널의 핵심으로 다가오기 전에는 오프라인의 유통채널의 장악력과 확장성은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 중에 하나였다.

오프라인 유통에서 최고 성공 포인트는 입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고 입지에 따른 권리금 수준을 보아도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온라인 기술의 발전과 경쟁의 격화, 빠른 트렌드 변화, 경기불황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입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만들었다.

과거 교통이 좋고 사람이 몰리던 곳은 항상 권리금도 높았고 특히 프랜차이즈 중심 기업들은 목 좋은 곳에 매장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척도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은행들도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고, 사람들이 모바일 네비를 통해 쉽게 좋은 공간을 찾아갈 수 있다 보니 알짜 상권이라는 말도 사라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롯데백화점이 변신을 선언하면서 명품, 체험, 고급을 내세웠는데 온라인이 갖기 힘든 키워드를 내세웠다. 온라인 쇼핑이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기백만원 명품을 온라인으로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온라인 커머스에서 좋은 경험을 주게 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공간 속에서 5감으로 느끼는 체험을 따라올 수는 없다.

<롯데백화점 안산점 1층에 등장한 펍과 무신사 테라스에서 진행된 아디다스 오즈위고 런칭파티 http://biz.chosun.com/, https://www.musinsa.com><

그래서 오프라인 중심의 커머스 특히 백화점 같은 곳들은 매출 명당자리였던 1층을 고객 체험 공간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백화점 1층 하면 생각나는 화장품이었는데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명품으로 그 자리가 다 바뀌고 있고 식당이나 체험매장 중심으로 변화를 주기도 한다.  마트의 경쟁력도 예전만 못해서 1층을 체험형 매장 중심으로 변경시키는 중이다.

오프라인 업체들만 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신사는 2019년 9월 홍대 AK& 17층에 무신사 테라스를 오픈하고 ' '패션문화 편집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 장소를 통해 패션과 전시, 음악 등 다양한 체험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하겠다는 의지이다.

이 모든 사례들은 는 최근에 많은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공간 마케팅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색다른 공간에서 브랜드에 대한 체험을 제공하고 이런 체험을 소비자는 전파하고 체화된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구매 여정의 무한루프 속에서 고객의 이탈도 막고 새로운 고객도 맞이하려는 전략이다.


마케팅 구성요소 중 Place는 오프라인 시대에는 주로 장소적 채널을 의미했지만 온오프라인을 따로 볼 수 없는 시대로 변화해 가면서 Place 자체도 Product가 되고 Price에 영향을 미치고, Place 자체가 Promotion의 핵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 커머스에서는 마케팅 4P믹스의 요소들의 역할이 비교적 뚜렷했다면 최근에는 각 요소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을 통한 비즈니스의 뾰족함을 고민할 때 이제는 상품과 가격, 유통, 프로모션을 따로따로 고민해서는 실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마다 Agile이란 키워드를 조직에 프로세스에 담고 있다. Agile이란 민첩하다는 뜻으로 IT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비즈니스 전반에 사용된다.

특히 요즘 같은 속도의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의 단어다.


이런 시국에 온오프라인 비즈니스들이 Place와 Promotion이란 단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사실 많은 기사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단어들이 체험이나 경험 같은 단어들이다. 소비에게 유니크한 경험을 하게 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당장 매출로 직결된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수도 없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마케팅 믹스 2요소를 통해 더욱 뾰족한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1) 본질을 간과하지 않고 변방을 강화하자.

소비재들을 유통하는 과정을 보면 최근에 라스트 마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즉 고객의 손에 도착하기 직전에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마켓 컬리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건 아무도 새벽에 배송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벽에 배송하는 상품들이 없던 건 아니었다. 신문이나 우유들이 새벽에 배송되었다. 새벽 배송을 도입할 때 배경은 1인 가구의 성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집에 배송을 받을 사람이 없기도 하거니와 HMR(가정간편식) 위주로 식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벽 배송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마켓 컬리의 심정이 복잡해진 거 같다. 최근에 나온 다른 회사들이 따라올 줄 몰랐다는 광고가 그런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게다가 후발 주자들이 과대포장을 자제하는 정책으로 더욱 가까워지자 종이포장 시대를 열겠다 발표하기도 했다.

<새벽배송의 본질이 무엇일까? 빨리 오는 것도 내가 고른 상품이 온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마켓 컬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에 더욱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마켓 컬리가 성장하면서 주요 인기 상품들이 너무 일찍 품절되어 살게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광고를 통해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소비자의 문제를 귀담아듣는 것도 좋았지만 마켓 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져서 더 좋은 상품을 많은 분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게 더 충성고객을 잡으면서 신규 고객을 유인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비즈니스가 커가면 본질을 강화하는 것보다 변방의 일들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외연의 확장이 비즈니스 모델 코어에만 있지는 않다. 하지만 많은 실수가 그 변방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2) 공간의 체험이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들은 오프라인에 찾아오지 않는 소비자들이 그립다. 많은 소비행위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기존 매출 공간이었던 곳을 소비자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구매 여정을 길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체험이 가능한 상품들은 객단가도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여 이를 통해 만회하고자 한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어떤가?

온라인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닦으면 당연히 오프라인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온라인의 성장이 가파르지만 온라인은 여전히 전체 소매시장의 25% 규모다. 그나마 대한민국이 가장 높고 미국은 여전히 9.8%에 머물러 있다. 어느 수준부터는 증가율이 더뎌질 것이고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사라지면 기존 이커머스에서 성장하던 업체들의 프리미엄도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띵굴마켓은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성수연방과 여의도 디스트릭트Y등 여러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있다.>

무신사가 홍대에 테라스를 만들어 체험형 공간을 만들었듯이 많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오프라인에 진출한다. 띵굴마켓도 온라인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오프라인 공간을 여럿 가지면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커머스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도 온라인이 강화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체험을 강화하기 위해 공간에서부터 터 다양한 체험거리를 내놓았다. 하나은행이 29CM와 함께 편의점을 내기도 했고, 한화생명은 라이프플러스라는 패밀리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양양에 새로 들어서는 리조트에 라이프 플러스 호텔을 준비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막론하고 고객이 체험하는 것과 곳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여전히 아날로그는 매력적이고 소비자를 모을 수 있는 장소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속도의 시대에는 아날로그도 디지털처럼 빠르고 변화에 대응이 바로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공간을 통한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간 자체의 지속가능성과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분리해서 고려하지 않고 동시 다발적으로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가감하는 정책을 가지고 가야 한다.


(3) 마케팅 요소들은 하나의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과거 기업들은 각 부서의 역할의 벽이 나눠져 있었고 그 역할만 잘 수행해도 큰 이슈가 생기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게 벽을 쌓고 일하거나 마케팅 요소들을 분리해서 고려해서는 안된다.

상품을 이미 기획하면서 소비자 구매 여정에 포함되는 모든 터치포인트들을 고려하고 설계하여 소비자를 만나야 한다. 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을 4P MIX로 원론적으로 이야기해 왔지만 실질적으로 기업 내에서는 많은 벽이 있었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구조화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운영되어서는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다.

상품을 기획할 때는 이미 소비지들이 사용하고 후기를 어떻게 올리면 판매에 도움이 될까까지를 고려해서 만들어가야 한다. 과거의 구조대로 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AGILE조직을 사내에 만들고 한 가지 상품을 기획할 때면 사업구조 전체의 인원이 참여하도록 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상품만 기획하고 유통이나 프로모션과 관련된 일들은 아웃 소싱하는 것이 변하지 않을 구조처럼 생각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자사몰을 통한 유통이나 인하우스 에이전시 체제를 만들어 콘텐츠를 내부에서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속도에 대응도 빠르고 결국 자신들의 상품은 비즈니스 운영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이런 현상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각 요소를 지휘하여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현재 마케팅의 핵심이 되고 있다. 


Right Time, Right Place, Right Occasion이 중요하다고 마케팅에선 이야기하곤 한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시점에 필요한 곳과 경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옷을 입을 때도 격실을 갖춰야 하는 곳과 아닌 곳 등을 따지는 TPO를 고려한다. 비즈니스에서는 고려사항이 아니라 생존요건이다. 이 고려사항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마케팅 믹스 요소가 Place, Promotion이다.

적절한 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팬을 만드는 것 그것이 비즈니스에 뾰족함을 더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 적절함을 찾아내는 것은 각 비즈니스가 고민해야 할 몫이지만...


자연광을 좋아하지만 이름은 조명광 /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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