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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Nov 17. 2019

입덕은 어렵지만 탈덕은 쉽다.

어떻게 뾰족함을 만들 것인가? - 브랜딩 편

나이키 스워시 마크를 뺀 나이키가 만든 운동화와 짝퉁 나이키 운동화를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다면 어떤 상품을 구매할까? 아무 정보 없이 두 운동화 중에 하나를 사라고 한다면 대부분 짝퉁 나이키를 사지 않을까 싶다.

그럼 두 가지 운동화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면 어떨까? 글쎄 쉽게 대답하기 힘들 거 같다. 아무도 나이키인지 알아봐 주지 못할 나이키에서 만든 운동화를 신을 것인가? 가짜인 줄 알지만 나이키가 팍 박혀있는 운동화를 살 것인가 말이다.

요즘은 입덕이나 탈덕이란 말로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도 입덕한 사람이라면 나이키의 스워시가 없더라도 나이키 운동화의 특징을 꿰뚫고 나이키에서 만든 운동화를 사고 이를 커뮤니티에 알려주는 메신저가 될 것이다. 이제 브랜드는 시각화된 이미지로 설명되는 시대가 아니다. 이런 시대에 브랜딩으로 비즈니스를 뾰족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검은 사각형에 아무것도 없다면 구매를 고려할 요소는 무엇이 될까?>

브랜드와 브랜딩이란 용어가 요즘처럼 많이 사용되는 때가 된 것도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메이커란 말이 익숙하신 분들이 아직도 있는 걸 보면 브랜드의 시대가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힘은 날로 날로 강력해지고 있다. 물론 이 브랜드의 힘이 과거에도 장난이 아니었던 적이 있다. 30년 전에도 나이키는 청소년들 사이에 선망의 브랜드였다. 하지만 당시는 모두가 나이키를 살 능력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과시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짝퉁도 구별이 안될 정도지만 당시엔 가짜는 쉽게 품질이나 심벌마크 구별이 되었다. 나이키의 스워시를 변형한 나이스 같은 상품들이 나와서 이 신발을 신으면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과거 브랜드가 식별이나 과시를 위한 차별의 브랜드였다면 현재의 브랜드는 상징이나 기호를 담아 사용자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진화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브랜드를 마케팅의 툴의 하나 정도로만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리고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브랜딩이란 활동을 그저 자사 상품의 우위나 경쟁력을 만드는 정도의 수단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소비자들도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품이 있고 일상용품들 중에 브랜드보다는 가격을 중시하여 최저가 중심으로 구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품들에게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나 인지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볼 수 없기 때문에 가격 중심의 생필품들이라 하더라도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생활용품 브랜드 중에 브랜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들은 많이 있다.  

<공장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진 브랜드>

질레트는 1998년 로케트전기로부터 건전지 브랜드 로케트의 영업권과 브랜드 사용료로는 815억을 지불했는데 그중 브랜드 사용료가 660억이었고 같은 해 한국존슨도 삼성제약의 살충제 사업과 에프킬라를 인수하면서 387억을 지불했는데 유형 자산은 90억에 불과했고 브랜드 가치가 297억이었다.


브랜드에 대한 경영적 측면에서 트렌드 변화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1985년 정도까지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로서 브랜드를 평가했다면 이후 10년 간은 브랜드의 자산으로서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고 95년부터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브랜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더해 2000년 이후로는 브랜드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요인이었다. 즉 브랜드 덕후라는 개념은 2000년 즈음에 이미 태동되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 경영 트렌드 변화>

비즈니스에 뾰족함을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브랜딩이 지금보다 더 중요했던 적은 없다. 다만 이 뾰족함을 위해서는 브랜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전략적으로 브랜딩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브랜딩의 범위와 역할 그리고 방법론을 잘 구분하여야 한다. 덕후 마케팅이나 Fan마케팅이란 용어도 이런 흐름에서 나왔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기 브랜드에도 적용해야 한다.


(1) 빅브랜딩 스몰브랜딩을 구분하자

브랜드라는 말은 현재는 너무 광범위한 단어가 되었다. 메이커에서 브랜드로 진화되었을 때만 해도 식별적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현재는 브랜드의 의미는 비즈니스를 총칭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그래서 브랜딩이란 것을 이해하려면 광의적 브랜딩과 협의적 브랜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빅(광의적) 브랜딩 :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과정으로 브랜드 철학을 만드는 과정

- 스몰(협의적) 브랜딩 : 빅브랜딩 과정을 통해 정립된 아이덴티티를 비즈니스 과정에 녹이고 시각적 형상화 및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고 이미지화하는 과정

이 두 브랜딩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여 광의적 브랜딩만 신경 쓰고 브랜드를 만들고 존재 이유는 만들었지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엔 소홀하면 정체성과 비즈니스상에서 소비자가 경험하는 리얼리티가 달라 원하는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고 변질된다. 한편 스몰 브랜딩만 신경 쓰다 보면 전술적으로는 눈길을 끌 수도 있으나 정체성이 담기지 않아 산발적인 이벤트 수준에서 이미지가 증발되거나 산화될 수 있다.

<비즈니스는 사라졌지만 저 브랜드로 나중에 땡처리 행사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출처 : https://m.chosun.com/>

스몰 브랜딩만 신경 쓰다 사라진 운동화 브랜드가 있다. 그 이름이 <스베누>다.

스타크래프트 BJ 운영했던 신발 브랜드인데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섭외하거나 e스포츠 대회 후원과 드라마나 예능에 PPL(Product Placement)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가격 대비 품질 면이나 경영상 많은 문제를 숨기기만 급급하다 2015년 말부터 이어진 스베누 사태를 통해 폐업했다.

전형적인 스몰 브랜딩만으로 비즈니스를 하다가 사라진 운동화 브랜드라고 하겠다. 이런 브랜드가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브랜딩을 비즈니스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브랜딩은 소비자와 브랜드의 약속을 만드는 과정인데 약속은 등한시하고 상품을 파는 행위만 존재했기 때문에 신발에 대한 품질문제가 생겼고 이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도 없이 공수표를 날린 것이다.

브랜딩은 소비자와 약속을 만드는 것이라면 마케팅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고 비즈니스는 이를 구조화하는 것이라 정의하면 좀 더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위한 여러 활동을 설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를 뾰족하게 만드는 방법으로서 브랜딩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브랜딩이란 말은 뭔가 멋진 브랜드 심벌을 만들고 로고타입을 만들고 스토리를 입혀 소비자에게 있어빌리티를 제공하면 된다고 오해되고 있다. 브랜딩은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를 정하고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지 핵심가치를 만들고 이를 구체적 행위로 만들기 위한 구조화에 브랜드 에센스를 녹여내는 일이다. 단순히 재밌는 활동이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인지도나 선호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2) 브랜드의 구조를 명확히 하라

브랜드의 구성요소를 보통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리얼리티, 브랜드 이미지로 구분한다.

- 브랜드 아이덴티티 :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정의하는 것

- 브랜드 리얼리티 : 브랜드가 행위를 통해 보이는 실제 모습이나 정보

- 브랜드 이미지 : 브랜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적 이미지

이 세 가지의 교집합을 보통 이상적인(IDEAL) 브랜드라 정의한다. 즉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정체성은 현실적인 행위로 발현되어야 하고 이를 소비자가 흡수하여 그 정체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상적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항상 명확히 하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 정체성이 제대로 보이도록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행위로 소비자를 기만했다가 큰 사고 치는 경우가 과거에는 많았다. 특히 브랜드 정체성이 있어빌리티에 있을 때 더더욱 그러하다.

<명품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었다. 출처 : http://www.breaknews.com/47354>

2006년 명품 시계 시장을 흔들었던 <빈센트 앤코>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영국 왕실에 공급하는 100년 전통의 스위스 브랜드라고 홍보하고 명품잡지 광고, 드라마 PPL , 압구정동 매장 오픈 등을 통해 1억에 가까운 시계 등을 판매했지만 실상은 치밀한 사기였다. 한국과 스위스 양국에 동일한 브랜드를 등록하고 중국과 홍콩에서 수입한 값싼 시계 부품에 국산 부품을 섞어 스위스로 보낸 뒤 스위스에서 완성시켜 역수입을 시켰다. 이는 사기였지만 이를 눈치챈 사람은 초기엔 없었다. 1억짜리 시계를 팔고 저렇게 값비싼 마케팅 활동을 하는데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이란 브랜드로 물 사기를 친 이후 브랜드로 사기 친 역사적 사건이 아니었을까?


브랜드가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지만 시대다.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콜라보레이션을 힙하게 하고 재밌는 영상이나 콘텐츠를 만들고 한정판 상품으로 줄을 세우고 굿즈를 만들고 하는 등의 일들을 통해서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을 생각하게 하고 구매나 행동으로 옮기게 한다. 이런 행위를 위한 근간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투영되는 이미지가 원하는 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브랜딩은 정확한 브랜드가 형성되어 있어야 할 수 있는 ING다. 뾰족함은 단순하게 외부적 행위를 통해서 만들어지진 않는다. 기본적인 철학이 세워지고 이를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뾰족함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인위적인 이미지만 만들려는 조급함으로는 진정한 브랜딩이 되지 않는다.

입덕을 쉽게하고 탈덕을 어렵게 만드는 브랜딩을 위한 체크포인트 몇 가지를 살펴보자.

- 브랜드 존재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 브랜드 철학을 보여줄 한 단어가 있다.

-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가치가 있다.

-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 소비자가 이해하고 있는 이미지를 알고 있다.

- 비즈니스 전 과정을 살펴보고 정체성과 어울리는지 확인하고 있다.

- 상품뿐만 아니라 사람과 과정도 모든 브랜드임을 알고 있다.


자연광을 좋아하지만 이름은 조명광 /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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