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명광 Nov 11. 2019

코치를 사느니 중고 구찌를 사겠다?

어떻게 뾰족함을 만들 것인가? - 마케팅(Price 편)

아이언 드래곤을 안다면 2019년 대세 배우(?)를 안다는 뜻이다. 이 대세 배우에게 광고계 러브콜이 쏟아졌다. 영화 <타짜>에 나온 한 장면이 회자되면서 배우 김응수 씨는 SBS 붕어빵 이후 5년 만에 다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곽철용의 최근 인기를 보면 이전 4딸라를 외치던 배우 김영철이 스쳐 지나가며 인기란 참 덧없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sCptN9888p0

<야인시대 속 김두한 역을 맡았던 김영철의 4딸라가 버거킹 올데이킹 4900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곽철용의 '묻고 더블로 가' 장면을 광고 화면으로 불러들인 회사는 버거킹으로 최근 마케팅 업계에서 지속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전에는 야인시대 김두한이 외치던 4딸라를 물어와서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맥도날드가 맥런치를 버리고 새로 시작한 맥올데이에 대응한 것으로, 맥도날드가 맥올데이를 도입한 것은 가격을 올린 모습으로 보인 반면에 버거킹의 4딸라 캠페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준 이미지는 기존 버거킹이 조금 맥도날드 보다는 고급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번 곽철용의 묻고 더블로 가는 5900원이 맥올데이를 겨냥한 상품으로 <더블올데이킹>으로 명명하여 맥올데이 5900원 상품을 겨냥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 햄버거 시장은 주요 플레이어들로 맥도날드, 버거팅, 맘스터치 같은 브랜드들이 포진한 매스 마켓과 쉑쉑 버거나 쟈니로켓 등의 프리미엄 마켓, 그리고 주요 핫플에 위치한 로컬 수제버거 브랜드들의 니치마켓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패스트푸드 시장의 상황이나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하향세임을 고려하면 햄버거 시장은 의외로 치열해 보인다.

특히 버거 광고 시장에 어느 핫피플들이 들어와 있고 SNS를 중심으로 어떤 프로모션을 선 보이는지 보고 있으면 시장의 흐름이 느껴지는데 최근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는 버거킹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치고 올라오는 형국을 보인다.

다니엘 슈츠가 2013년 취임한 이후 2012년 46억 달러였던 버거킹의 기업가치는 2014년 90억 달러로 급상승했고 급락하던 매출도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2014년 버거킹과 캐나다의 커피 프랜차이즈 팀 홀튼(Tim hortons)을 합병한 후 출범시킨 모회사인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RBI)'은 2018년 기업가치 350억 달러(약 41조 원), 연매출 53억 5천7백만 달러(약 6조 원)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외식업 트렌드를 이끈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2018년에는 개들을 위한 스낵 Dogpper를 내놓았었고 2019년 초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임파서블 와퍼를 출시하기도 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와퍼와 개들을 위한 독퍼를 내 놓는등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버거킹, 출처 : bk.com>

버거킹을 이야기하려고 곽철용과 김두한을 불러낸 것은 아니고 버거킹이 커뮤니케이션한 4딸라가 비즈니스에서 어떤 의미를 보여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즉 가격(Price)을 통해 비즈니스를 어떻게 뾰족하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는 의미다.


가격만큼 시장에서 상품의 뾰족함을 보여주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어려운 것이 있을까 싶다.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비용 중심, 경쟁 중심, 가치 중심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 가격결정 내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나뉘지만 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만들어주는지 보기 위해서 3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은 당연히 세 가지 관점을 다 가지고 정해야지 한 가지 관점으로만 봐선 안된다.


(1) 비용 중심 가격결정으로 뾰족하게 만들기

가장 기본적인 가격결정 방법이다. 제조업이건 서비스업이건 원가에 이익을 더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 방법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마크업 하는 방법으로만 가격을 결정한다고 해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버거킹이 4딸라를 외치면서 맥도날드와 날을 세울 때 당연히 미끼상품인 올데이킹은 맥도날드와 같은 4900원으로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뒤에 경쟁 중심 가격결정의 내용이지만) 당연히 4900원 상품을 만들 때 원가와 이익을 고려하여 상품을 구성하게 된다. 물론 미끼 상품인 경우에는 원가만을 생각하고 이익을 마케팅 비용으로 치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품들이 이익이 남지 않지는 않을 것이다. 저마진 상품을 바탕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다른 상품들도 판매하는 전략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이 이런 비용 중심 가격결정을 가장 섬세하게 다루게 되고 특히 가격에 민감한 상품들에게서 비용 중심의 가격결정이 중요하다.

<비용 중심 가격결정 기본식, 출처 : https://www.educba.com/markup-price-formula/>


(2) 경쟁 중심 가격결정은 사실 뾰족하기 힘들다.

앞서 언급한 버거킹의 4900원 올데이킹 세트는 같은 가격인 4900원의 맥올데이 세트에 당연히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시되었다. 맥도날드는 2018년 3월에 출시되었고, 버거킹은 2018년 10월에 출시하였는데 상품 구성이나 내부 원가 기준은 다르겠지만 4900원이라는 단일가에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맥도날드는 맥런치를 폐지하면서 프로모션성 상품을 만들어내야 했고 몇 가지 인기 버거를 세트화하고 소비자가 혹할만한 가격을 고려해야 했을 때 여러 조사나 데이터를 통해 4900원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발 주자가 4900원을 만들 때는 사실 그냥 4900원이라는 가격을 정해두고 나머지를 정해 가는 역수의 가격결정 과정을 겪는다. 후발 주자가 경쟁가격을 따라가는 것이 쉬워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쉽지 않은 것은 회사마다 원가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가격으로 경쟁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비용 중심이나 가치 중심 가격결정 방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선발이든 후발이든 어렵다.  

카드계에 럭셔리 카드로 첫발을 내딘 상품은 현대카드의 더블랙으로 연회비 200만 원이었는데 이후 삼성카드 라움도 200만 원을 연회비로 정하는 등 럭셔리 카드의 기준은 200만 원이 되었다. 후발 주자들은 200만원의 선점효과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차별화 요소를 그 가격내에 담아내야 한다. 가격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연회비 200만 원 VVIP카드, 출처 : https://m.mt.co.kr/renew/view.html?no=2017010107511776114&MVB#_enliple>

자사의 상품을 뾰족하게 만들려면 가격 메리트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일 텐데 경쟁 중심 가격결정은 시장가에 맞춰 만드는 것이라 자사만의 가격적 메리트는 가격 자체에서가 아니라 가격 내 실 혜택을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나중에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상품 자체를 만드는 것도 카피캣이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카피캣이 되면 자기 회사만의 뾰족함을 만드는 데 한계를 만들게 된다.


(3) 가치 중심 가격결정이 가장 뾰족하게 만들 수 있으나 고려사항이 많아야 한다.

맥도날드가 처음 맥올데이를 런칭할 때 패스트푸드로서 버거 세트 접근 가격을 5천원 언더로 삼았을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 버거가격 경쟁력을 다른 음식들과 비교했거나 자사 데이터를 중심으로 가치평가하여  마지노선으로 잡았을 것이다. 소비자에게 새겨진 버거세트의 심리적 가격이 5천원이 넘어간다는 것은 다른 대체제를 고려할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치 중심 가격결정을 다른 말로 하면 소비자가 시장에서 그 상품에 대해서 어떤 가치로 평가하느냐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인데 소비자의 판단 기준이라는 것이 매우 어려운 기준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양극화 시장으로 시장이 계속 흘러간다면 상품의 가격을 정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하이엔드 상품들은 비용이나 경쟁 상황과 상관없이 소비자가 자기 상품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가장 큰 기준이 될 테고 저가 상품들은 어떻게 하면 더욱 싸게 만들 것인가 고민하면 되지만 중간에 있는 상품들을 만드는 회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원가는 기존의 비용 중심 가격결정 원리에 소비자 가치( 원가 + 이익 + 소비자 가치)를 더해야 한다. 시장에 이 상품이 나왔을 때 소비자 가치가 소비자의 생각에 상응하면 받아들여지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나왔다 사라지는 운명이 된다.

최근에 매스티지 브랜드들이 힘들어진 이유는 이 소비자 가치가 설자리를 잃어가는데 기인한다. 코치를 사느니 중고 구찌를 사겠다는 요즘 추세가 이를 방증한다.

가치 중심의 가격결정을 한다고 해서 비용과 경쟁 요소들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게 소비자가 선택하고 기대 수준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해 주는 브랜드들에게 지갑을 여는 것이 더 쉬워졌기 때문에 상품을 뾰족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비자가 어떤 가치로 평가해 주느냐를 알아보는 것이 가격결정에 가장 큰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명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출처 : https://biz.chosun.com/>

샤넬이 가격을 아무리 올리고 뉴스에는 소비자가 호구라는 기사가 나와도 샤넬은 팔리고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는 가격 중에 원가와 이익을 중시하는 소비자보다는 소비자 가치를 택하는 소비자가 주 타깃이라는 의미다.

무인양품이 양품이라는 이름을 달았다고 해서 비용 중심 가격결정이 주가 될 거라 판단하면 안 된다. 물론 양품의 의미는 가격 대비 훌륭한 성능이 우수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나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가 가격보다는 무인양품의 철학과 만듦새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라고 학교에서 배우지만 그 합리적인 지점은 한두 가지 요소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의 팩트와 소비자의 가치판단이 이뤄질 때 더욱 뾰족한 가격이 만들어진다. 비즈니스란 어느 결정적 요소 한 가지로 이뤄지는 단세포적 구조가 아니다. 비즈니스 전 과정에서 이뤄지는 모든 구성요소들이 소비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가격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 몇 가지 중의 하나이다. 중요하다는 것은 비즈니스를 뾰족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말의 다름이다. 그래서 가격을 정하는 일은 쉽게 하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

4딸라를 정하는 일은 미끼를 던지는 일이지만 4900원을 정하는 과정은 낚시의 전 과정이어야 한다. 가격 결정은 올인을 불러 판돈을 다 거둬들일 수도 개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정하는 일로 비즈니스를 뾰족하게 만들 때 몇 가지를 고려하도록 하자.

(1) 상품이 가격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만들어졌는가?

(2) 매력적인데 가격때문에 망설여지지는 않을까?

(3) 가격이 소비자가 생각하는 우리 상품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4) 가격조정을 통해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융통성을 내포하고 있는가?

(5) 내가 타겟으로 삼는 시장에서 통하는 가격이란 무엇인가?


자연광을 좋아하지만 이름은 조명광 /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이전 07화 하늘 아래 새로운 것 같은 것들이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