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마케팅 이론 18
오리온 초코파이를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간식거리이자 글로벌 상품으로 1974년 등장한 초코파이는 60여 개국에서 연간 20억 개가 판매된다고 한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제과업계의 전설이다.
이 오리온 초코파이가 전설이 된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는 상품성이다. 맛이 없는 제품이 이렇게 오래 팔릴리 없다. 회사 내부에서는 반도체를 만드는 것만큼 힘든 기술력이라는 자평이 있다고 하니 자부심과 함께 상품성 유지를 위한 꾸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있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품성을 뒷받침해줘야 하는 것이 있으니 마케팅이다. 1989년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정(情) 캠페인으로 선두자리를 지킨 것은 물론이고 시장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1993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제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상품성과 마케팅 그리고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혁신이다. 1974년 출시 당시 초코파이는 먹거리계의 혁신이었다. 당시 과자라고 해봐야 뻥튀기나 제과업체에서 생산한 튀긴 과자, 캔디 정도였다. 이런 시대에 초코와 마시멜로, 파이를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것이었다. 달콤한 과일일수록 초파리가 생기듯 출시 이후 2~3년 만에 미투(Me too) 제품들이 시장에 깔렸다. 아마도 속아서 또는 좀더 싸서 오리온이 아닌 다른 회사 제품을 먹어본 기억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초코파이는 일반명사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난 후로 다른 회사들은 이름 뿐만 아니라 상품 모양, 포장까지 비슷하게 출시했다(당시 브랜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다른 이름이 있었다면 세계적인 일반명사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제품 자체를 똑같이 만들 순 없었다. 롯데도 미투 제품이 있는데 롯데는 이 미투 상품을 일본에 출시시켜 히트시켰다(원제품의 힘인지 일본에서 롯데의 힘인진 알수 없지만). 오리온은 2000년대 초반 펩시 프레토레이와 제휴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고 웰빙 열풍이 불 때는 닥터유나 마켓오를 출시하며 꾸준한 혁신을 유지해 왔다. 최근에는 초코파이 바나나를 통해 바나나 열풍을 선도하기도 했다. 물론 오너리스크에 최근 회사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나 초코파이는 여전히 선전 중이니 상품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하는 듯하다.
이런 오리온 초코파이가 초코파이의 대명사가 되듯 여러 제품들이 일반 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너무나 자주 들어본 사례인 제록스나 호치키스 뿐만 아니라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라이방, 버버리, 아스피린, 야쿠르트 등 많은 브랜드들이 있다. 일반 명사가 되는 경우는 이런 경우다.
1. 최초로 개발되거나 소개된 상품(포스트잇, 포클레인, 버버리, 야쿠르트, 샤프 등)
2. 개선을 이뤄 뛰어난 상품성을 만들어낸 경우(스카치테이프, 호빵, 지프)
3. 독점적 독보적 위치를 계속 유지하여 다른 상품이 기를 못 펴는 경우(3M 제품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제품이나 브랜드가 나오지 못할까?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살펴보자..
1.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Me too 상품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Fast Follower 전략으로 이어졌다. 시장을 선도하고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일례로 휴대전화 시장을 보자. 휴대전화 시장은 양분되어 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삼성에서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바다가 되었을지 현재의 안드로이드의 모습일지는 상상에 맡기자)그룹으로 말이다. 사실 제조사는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으니 한국의 제조업이 걱정이다. 얼마전 레노버는 접는 휴대전화를 시연했다. 최근에는 모토Z라는 모듈 폰을 내놓았다. 물론 G5가 먼저 나왔지만 지속가능성엔 모토로라에 한 표를 줄 수밖에 없다.
물론 미래는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혁신을 계속해온 회사들은 그 생명력이 더 길수밖에 없다. 초코파이 바나나가 인기를 끌자 롯데는 몽셸통통 바나나를 바로 내놓았다. 해태는 오예스 바나나를 내놓았다. 미투 전략도 전략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미투 전략은 공멸하는 지름길이자 혁신한 회사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그리 유쾌한 전략은 아니다. 애플과 나이키는 공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잡스 사후 애플도 일부 미투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과거 나이키 생산을 대부분 한국에서 했다는 것을 지금 나이키를 신는 10~20대는 모를 것이다. 나이키 신발이 특별히 기능상 더욱 훌륭하냐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항상 소비자 마음속에는 1순위를 나이키로 만드는 마케팅의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2. KPI에서 이미 나온 상품에 대한 투자나 지속적 관리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KPI 신봉자들이다. 이런 KPI 신봉자들에게 기존 관리자나 CEO 시절에 만들어진 상품이나 서비스는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제대로 된 제품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 영광을 짧게 유지하고 즐기려 할 뿐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개선시킬까 고민하는 법이 없다. KPI는 항상 새로운 테스크를 통해서 이루고자 한다. 기존에 하던 업무 열심히 하는 것은 업무로 생각하지 않는다. 상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잘 나가는 상품 회사의 상징과도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그것은 본인의 영광이 아니다. 새로운 영광을 위해선 기존 것보다 아직 검증도 되지 않는 내가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그래야 내 것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에 상품들을 유지 잘 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나를 스타로 만들어줄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사활을 거는 CEO들이 대부분이다. KPI가 잘못되었다 오해하지 말자. 잘못 운영하는 것이 문제다.
3.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나오면 해외에서는 큰돈을 주고 M&A를 한다. 그리고 더욱 발전시킨다. 우리나라는 그런 경우에 대기업이 똑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계약을 빌미로 또는 다양한 이유로 가져다 몰래 베끼는 경우가 많다. 혹은 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대기업에 가져갔다가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대기업의 관리 마인드로 혁신은 유지할 수 없다. 물론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혁신은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나오기 힘들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할 일이 따로 있다. 혁신의 기업을 키워주는 일을 하는 것이 차라리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뺏지는 말자.
4. 소비자들의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베끼는 것은 이미 범죄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베낀 상품도 거리낌 없이 구매한다. 상품이나 서비스 경계를 두지 않고 베끼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더욱 심하다. 한 때 루이비통의 스피디 30은 3초 백이라 불렸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실용적인(?) 가방이었다. 가격은 백만 원이 넘는다. 단언컨대 그 지하철 내에 들려있던 3초 백 중 반 이상은 짝퉁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스피디의 인기가 시들하고 다 같이 똑같은 제품을 드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인지 단속이 심해진 건지 3초 백의 이름을 단 제품은 덜 나오는 거 같다. 하지만 단순히 루이뷔통 3초 백이 허영이나 명품에 대한 허상만은 아니었다. 구매자들의 평은 3초 백이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가방이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하고 즉 정장이든 캐주얼이든 어울리고 많은 양의 수납이 가능하고 가죽이 아니라 습기에도 강해서 정말 아무 때나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사이트를 짝퉁 제조업자는 알고 다른 제조사들은 몰랐을까?
상품이나 서비스에만 이런 대표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관련 강의나 자료를 살펴볼 때 언급했던 혁신의 브랜드들 뿐만 아니라 사례 자체나 사례에 등장하는 브랜드나 회사들이 있다. 왜 수많은 경영이나 마케팅 사례에 국내 사례는 보기 힘들까? 두 가지 사례만 살펴보자.
첫째, 맥주와 기저귀다.
2000년 초반 한국에 CRM 열품이 불 때 가장 핫한 사례로 맥주와 기저귀에 대한 사례가 있었다. 맥주와 기저귀의 연관 판매가 많은 것을 분석한 월마트에서 기저귀 옆에 맥주를 진열하여 up selling 했다는 사례인데 이는 장바구니 분석을 통하면 나올 수 있는 사례다. 이런 사례가 굳이 월마트에서 나올 이유는 없다. 물론 이 사례에 대해 제대로 된 사례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는데 여전히 전설로 남아있다. 이후에는 왜 이런 사례가 나오지 않았을까? 더 많은 사례가 나왔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사례는 꼭 분석을 통해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조금만 신경 써서 소비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보면 더 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이미 이런 사례는 매장에서 운영되고 있었을 것이다. CRM에 대한 관심과 보급을 위해 서비스 제공회사에서 대표 사례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나왔다손 치더라도 그리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유명한 사례를 통해 미국의 컨설팅회사들은 시스템 개발회사들은 많은 돈을 벌었다. 그리고 실질 사용자인 마케터의 니즈보다 업체나 윗선의 개입으로 도입된 시스템의 활용은 그리 빛을 보지 못했다. 빅데이터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최근 CRM이 다시 언급되는데 CRM의 안 좋은 기억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맥주와 기저귀로 대변되는 고객관계 관리는 소비시장의 흐름을 읽은 CRM 시스템 프로바이더들이 만든 전설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맥주와 기저귀로 대표되는 월마트의 사례가 전 세계에 고객중심적 시스템 구축에 많은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자포스다.
고객만족, 고객지향, 고객행복 마케팅이나 콜센터 교육 등에 전설적인 사례로 등장하는 사례가 있다. 자포스의 신발 취소 사례다. 간단 요약하면 신발 구매에 대한 만족도 메일을 보냈는데 반대로 환불 요청이 왔고 내용인즉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환불하고 싶다고 그런데 자포스 직원이 회사 부담으로 환불은 물론 꽃까지 보냈다는 사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사례들이 나오지 않을까? 답은 매우 쉽다. 자포스는 직영사원들이고 우리나라 콜센터는 다 외주 직원들이다. 물론 직영사원이라 할지라도 자포스 직원처럼 자신의 임의로 환불을 하거나 조화를 보낼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런 권한이 없으니 열정도 주인의식도 개선의지도 있을 리 만무하다. 물론 이런 권한과 상관없이 나오는 사례들은 있다. 그런 사례는 대부분 아무 비용이 수반되지 않는 사례들 뿐이다. 그것은 인성의 문제일 뿐이지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마케팅 프로세스는 아니다.
일반명사가 된 브랜드들이 하루아침에 그런 명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경영이나 마케팅에 등장하는 많은 사례의 지분을 대부분 차지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 회사들은 왜 그것이 가능할까?
1. 혁신과 지속가능성의 내재화
기업은 이익을 내는 것이 본연의 업무이기도 하지만 혁신을 하고 지속 가능해야 하는 것도 본연의 업무다. GE가 끊임없는 혁신(물론 혁신의 반대급부도 많이 존재했지만)으로 여전히 최고의 기업인 것은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회사의 존재가치이자 이유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많은 제조업들이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업을 유지하는 것은 물리적인 환경은 변화하더라도 그 기본정신은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소비자 중심의 프로세스와 제도
기업중심으로 또는 오너 위주로 돌아가는 회사들은 그리 오래갈 수가 없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잘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생산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미 모든 권력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손에서 소비자가 움직일 것이라는 오만과 독선을 가진 기업인들이 많다. 이미 소비자들은 우매하지 않다. 또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기업을 살리려면 소비자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소지자를 가운데 둔 회사들은 최고의 기술력과 상품력을 가진다. 또한 이런 회사를 둔 나라는 그에 걸맞는 소비자 중심의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3. 현명한 소비자들의 서포트
모든 경제 프로세스의 끝에 존재하는 사람이 소비자다. 과거 소비자가 힘이 없을 때는 제공해주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그저 고맙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경제 프로세스 전체를 움직이는 주인공이다. 이런 주인공들이 현명해지고 합리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사소한 이익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정도나 진정성에 점수를 주고 소비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가 좋은 회사를 만들고 좋은 정책을 만드는 시작이 된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테슬라같은 자동차의 혁신을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작은 주전부리도 혁신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혁신은 아이템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