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가한 오후

by 이상희

콕 집어 이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스무살 이후로 무슨 조급증 같은 걸 앓아온 것 같다. 돈 버는 일에 대해, 사람을 만나는 일에 대해, 사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삶의 전반에 대해서 나는 항상, 너무나 목 마르고 그래서 조급히 달려가 물을 달라며 울고 불고 그러다 운좋게 물을 주는 사람에겐 목숨이라도 내 놓을듯이 온 존재를 바쳐 사랑하곤 했다는 생각이다. 그토록 사랑이라는 가치에 매달리고 사랑을 중요하게 여겼으면서도 정작, 나에 대한 사랑은 책장 구석 그것도 맨 위나 맨 아래에, 아무튼 누구의 손도 더구나 내 손은 절대 닿지 못할 곳에 고이고이 넣어두고 난데없이 쑥스러워하며 주구장창 나 이외의 것들을 사랑했다는 그런 느낌.


쉬는 게 뭔지, 사랑을 하는 건 어떤건지, 나는 왜 이렇게 내가 못미덥고 불안한지, 대체 왜 나와 친해지기가 이렇게 어려운건지, 생각할 일도 알아갈 일도 산더미처럼 많은데 그토록 오래 그토록 멀리 두고 격조했다니. 나도 참.


나 하나 못돌보면서 남을 돌볼 수 있다는 건 분명한 거짓말이다. 긴 시간 동안 내가 알아낸 유일한 진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책장 저 아래에 있던 나를 한 칸 더 위로, 조금 더 가까이, 쌓인 먼지 툴툴 털어내며 곁에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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