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구? 도미토리?

부부가 함께 여행한다는 것

by 이상희

"한 달은 긴 시간이니까 색다른 경험도 해볼겸 하루 이틀은 도미토리*에서 자면 어때?"

(*도미토리는 여럿의 사람들이 함께 숙박하는 공동 숙소를 말한다. 4인실 내지 6인실이 보통이고, 그 이상의 인원이 한 방을 쓰기도 하고 남녀를 구분해서 숙박하는 게 일반적이다.)


남편은 해사한 얼굴로 말했다.


낯선 여행지에서 사람들은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취향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아주 친한 사이여도 정작 여행의 취향은 전혀 다른 사람들도 많다. 같이 여행을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차이다. 사람을 '안다' 고 자신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이제는 좀 알게 됐다고 자신했었는데. 그 역시도 자만이었던 거다.


"도미토리라니. 우리가 룸메이트야?"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너가 날 정말 사랑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기막힌 심정을 토로하는 나를, 남편은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었다. 도미토리 숙박을 제안한 게 왜 애정의 여부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는 아마 여전히 모를테지. 다만, 애정과 애교라는 카드를 거머쥐고 입이 아프도록 기나긴 설득과 반쯤의 협박(?)을 구사하는 나의 고집에 어렵사리 동의했을 뿐.


우리는 꽉 채워 5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한 뒤 각자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신혼 여행은 결혼식으로부터 반 년 뒤에 떠났다. 말하자면 햇수로는 6년을 알고 지냈고, 그 중 반 년은 살을 부대끼며 살았던 거다. 그런데도 이 남자, 듣도 보도 못한 모습을 새록새록 꺼내든다. 도미토리라니.




여행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꽤 많다. 일정을 정하고, 그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부터, 여권과 외국에서 쓸 수 있는 신용카드를 신청하는 일, 숙박과 비행기표와 열차표 예매에 환전까지. 더구나 우리처럼 처음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새로운 정보의 홍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일은, 마음을 준비하는 것 아닐까. 나와 함께 떠나는 저 사람이 무조건 나에게 맞춰줄거라는 기대보다는 저 사람은 어느 나라를 좋아하는지, 어떤 여행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하다 못해 도미토리를 경험해보고 싶어하는지까지, 궁금해하고 함께 맞춰가겠다는 그 '마음' 말이다.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많은 예비 부부 혹은 부부들은 '신혼여행' 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더구나 긴 시간 동안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면 그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서 아마 각자의 마음 속에 어느새 '내가 원하는 여행' 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도 자각하지 못했던 '원하는 바' 를 알아가는 과정 전부가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러니 여행 책자를 읽다가도, 여행 물품을 쇼핑하다가도,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살펴보고, 상대방도 나만큼, 원하는 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면 어떨까. '내 추억' 이 아니라 '우리의 추억'을 위한 길을 떠나는 것임을 자각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준비라고 생각한다.




도미토리에 대한 의견 차이는 신혼여행 중에 해결됐다. 타국에서 단둘이 맞이하는 밤이란, 서로를 더 없이 소중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 첫 여행지였던 영국을 떠나며 남편은 소곤소곤 말했다. "자기야 도미토리건은 미안해." 나는 말했다. "에이 괜찮아! 도미토리도 괜찮았겠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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