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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Jun 24. 2020

정여울, <월간 정여울>

12가지 제목들. 타이포그래퍼 심우진 작품.

네이버 검색창에 정여울 작가를 검색하면 그녀가 쓴 책의 목록이 주르륵 뜬다. <내가 사랑한 유럽> 시리즈나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등은 꾸준히 사랑받는 책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공부할 권리>나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등을 통해 인문학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지치지 않고 설득하는 작가다. 다시 말해 그녀는 200페이지 분량의 책을 '매달' 발간하겠다는 도전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성실한 작가였다.

한 달에 한 권씩 발간된 12권의 책을 차례대로 읽으며 이 책의 만듦새며 주제, 매 책에 담긴 살뜰한 글에 마음이 동했다. 또 그달의 화가를 골라서 표지와 일러스트를 채워준 덕분에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컸다.

책에는 정여울 작가가 늘 고민하는 주제인 '나'에 대한 사랑과 관계에 대한 고찰, 삶에서 주체가 되는 방법 등에 대해 고르게 다루고 있다. 우울한 감정과 괴로움, 소심함과 어린시절의 상처는 그녀의 책에서 자주 나타나는 주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언제나 그것들에 대해 뜨겁게 이야기한다. 마치 처음하는 이야기인 것처럼. 그건 그 주제들이 그녀에게 그만큼 소중한 것이며, 그녀가 그 주제들을 늘 새로운 마음으로 대하고 고민한다는 의미다.

또한 그 주제들에 대한 자신의 경험, 책이나 영화 등에서 얻은 영감, 심리학과 인문학을 폭넓게 넘나드는 사유를 통해 개개인의 아픔과 고민을 어루만진다. '라떼는 말이야' 라며 가르치려 들지 않고 '나는 이래서 아팠어요. 당신은요?' 라고 묻는다. 진심으로 아파봤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하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 깊은 애정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사랑하게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왜 이런 '무모한' 일을 벌였는지 다시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그녀의 투정을 읽으면서, 골방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글을 고치고 있었을 모습을 떠올려 본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몇 번이나 글을 곱씹고 수정하는 나에게는 한 달에 한 권 발간이라는 게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공이 필요한지 생각하면 더더욱 엄청난 도전이다.

마치 드라마를 생방송으로 촬영해서 방송하는 것과 같았을 1년의 시간. 그녀는 이토록 따뜻하고 이토록 아름다운 12권의 책을 완성했다. 그녀를 만나 직접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녀에게도 우리에게도 이 경험은 사소하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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