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부모를 미워해본 경험이 있다. 동시에 그 미움이 부질 없는 것임을 깨달은 경험이 있다.
부모와 자식은 재미있는 관계다.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것을 전해주고도 자식이 자신과는 다르게 살기를 바라고 그러면서도 자식이 자신과 같아지기를 바란다. 너 같은 자식 낳아보라고 면박을 주다가도 금새 돌아서서 눈시울을 훔친다.
자식은 부모에게서 많은 것을 받고도 부모와 같아지기를 거부하고 그러면서도 늘 부모를 그리워한다. 당신의 인정 따위 나에겐 의미 없다고 외치면서도 돌아서면 그 말을 부정하고 후회한다. 인정받고 싶지만 그 인정 받고 싶음이 못내 싫다.
핏줄이니, 유전이니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토록 가까우면서도 이토록 먼, 이토록 사랑하면서도 이토록 미워하는 관계란 흔치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거다.
작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부모와 이별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는 중인 걸로 보인다. 아버지를 잃고 그가 가장 자유로워 보였던 기억 속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이 책에서 그녀는 내면의 깊은 슬픔, 미움, 애틋함을 자연스럽게 펼쳐놓는다.
리스본의 이국적인 풍광을 손에 잡힐듯 묘사하다가도 어쩔 수 없는 슬픔에 사로잡히고, 딸의 모습에 매료되어 감탄하다가도 눈시울을 붉히고 마는 순간들.
우리 모두 언젠가는 걸어가야 할 그 길을 작가는 그저 우연히, 조금 먼저 걷게 되었노라고 고백한다. 그리곤 어딘가 수줍은 듯한 말투로 '이건 그저 나만의 방식일 뿐' 이라고 각주를 단다.
나도 걷게 될 그 길에서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책 속의 한 문장이 떠오른다. "죽음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다. (Our only defence against death is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