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의 죄를 심판한다는 건 어찌 보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법이라는 제약 조건을 달아둔다해도 그 법에 대한 이해를 소수가 독점하게 했으니 작금의 갈등과 비판의 목소리는 필연적인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사람도 있다. 자신이 내린 판결 하나에 수 년 간 마음을 쓰고 인간적인 절망 앞에서 매일 쓴 잔을 들이키며 괴로워하는 사람. 자신이 읽는 수천장의 종이가 단지 하나의 케이스가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궤적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사람.
그가 보여주는 건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는 투정이나 항변이 아니다. '너희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오만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자신 앞에 무릎 끓고 통곡하는 사람들의 아픔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그들이 훔친 빵 한 조각의 죄를 묻고, 그들의 힘겨운 삶에 형을 부과하는 일이 버겁노라고. 자신이 가진 힘이 이것밖에 안돼 미안하다고 울먹인다.
그 무거운 책임을 묵묵히 지고 책상 앞에 앉은 그의 뒷모습을 상상해본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해야만 하는 상상할 수 없는 무게감에 공감하고야 만다. 그리고 끝내 깨닫게 된다. 그래, 저 일의 무게란 이렇게 큰 것이었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었지, 배우게 된다.
어떤 문학 작품 보다도 절절한 그의 판결문을 읽으며 몇 번이나 울었다. 고마워서 울었고, 미안해서 울었다.
그래, 어쩌면 이건 시대가 저지른 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