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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희 Jul 15. 2020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세상은 불공평하고 인간은 지겹다. 사회는 부조리하고 관계는 엉망이다. 곳곳에 피해자가 넘쳐나고 이런 상황에 나 자신을 추스리는 일조차도 버겁게 느껴진다.


작가는 말한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거야? 내 얘기 한 번 들어볼래?"


알고 있다. 책 한 권 읽는 걸로 내 삶이 달라질리 없고 세상이 바뀔 리는 만무하다. 그녀는 이야기 한다. "네 말이 맞아. 난 거짓말 하기 싫어."


힐링이라는 말이 나는 싫다. 괜찮다는 말이 나는 불편하다. 그 말의 이면에 담긴 상황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그대론데 어줍잖게 힐링이 된다고 자위하는 것도 서글프고 이래도 저래도 괜찮다며 가짜 긍정을 하는 것도 억지스럽다. 정말 힐링이 되고 괜찮다면 애초에 저런 말은 필요없다.


그러니 차라리, 두 눈 부릅 뜨고 내가 왜 힘든지, 왜 괴로운지 알려고 하는 게 마음 편하다. 당장 고치지 못해도, 당장 바꿀 수 없어도 나를 괴롭히는 진원지를 정확히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체증이 내려간다. "너였구나!" 김사과는 그녀의 책에서 말했다. "필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응시다. 그것만이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그 발견이 작가가 말하는 <뜻밖의 좋은 일>이 아닐까. 덮어놓고 괜찮다고 하지 않을 때, 아픈 사람더러 인생 낭비하지 말고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라고 강요하지 않을 때, 작가의 말처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도 사랑할 때" 이미 뜻밖의 좋은 일이 시작된 것이다. 그게 바로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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