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사람들은 글쓰기를 한번에 한편씩 무언가를 지어내는 작업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글은 그것을 쓰는 사람으로부터,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부터, 그의 진정한 목소리로부터 나오는 법이다. 거짓된 목소리와 틀린 말을 버려야 하는 법이다. 따라서 어떤 글을 쓰는 작업에는 그보다 더 큰 작업, 즉 먼저 자신이 쓰려는 그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작업이 선행된다." (본문 중)
#리베카솔닛
#김명남옮김
#세상에없는나의기억들
#창비
이번 책 좋다. 그녀 자신이 여러 번 언급하고 있듯이 그녀는 계속 나아가고 있는 것. 이런 순간들을 목격할 때 나는 '그녀도 계속 노력했구나' 하는 마음 +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 + 부족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왜냐하면 그녀 역시 부족한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해주었으니까) + 아무튼 글이 좋다는 감탄이 뒤섞인 기분 좋은 약간의 흥분 상태가 된다.
부족한 상태를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노력하며 나아가는 일은 도덕책에나 나올 법한 말이지만 실제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무슨 일을 하든 희도 아빠의 말처럼 "실력은 계단처럼 느는 것"이고, 그렇다면 남은 건, 나아가는 일 뿐이니까.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어렵고 두려운 것. 애타고 조급한 것. 심지어 이 길이 내 길이 맞나의 질문까지 더해지면, 나아가기는 커녕 모든 걸 다 그만두어야 할 것 같은 불안마저 든다.
정해진 뾰족한 답이 있을까. 여기가 맞다고, 이 길이 그 길이라고 미리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는 정해진 답이나 길은 없다고 믿는다. 그 편이 뭐든 해나가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거창한 정답 말고 나날의 감정과 감각들, 작은 선택과 실천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럴 때 (나의 경우에) 가장 힘이 되는 말은, "우리 앞에 주어진 길은 모두 달라도, 우리는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