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일기

by 이상희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던 다락방의 작은 앉은뱅이책상. 그 위에 문방구에서 파는 천 조각을 구해다 깔아두던 날들. 취향이라는 건 그런 순간에 정해져서 평생을 따라다니는 게 아닐지. 좁고 불편하던 다락방에서 작은 천 조각으로 시선이 옮겨갈 때, 다락방이 더는 좁기만 하거나 불편하기만 하지는 않다고 느낄 때, ‘나’라는 인간의 아주 많은 부분이 결정되었다. 다락방의 작은 창으로는 별이 보였다.


요즘 들어 그날들을 자주 생각한다. 책상 위를 덮어주던 작은 천 조각처럼 삶에 반짝이는 무엇을 놓아두고 싶었다. 삶이 좁고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런 취향을 미워한 적도 있었는데. 그건 그저 삶을 대하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런 인간인 것. 다락방보다 훨씬 크고 넓은 방에서도 하는 일이란 늘 비슷하니까. 반짝이는 것들을 모아두고, 삶이 완벽히 나쁘지만은 않다는 진실을 천천히 마주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