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디디에 에리봉

by 이상희

평생 몸으로 하는 일을 하다

이제 일흔이 된 엄마와도

갑자기 앞이 안 보이게 된 남편과도

‘우리’라고 부르기 어려워서

애매한 인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엄마만큼 늙지도 못했고

남편만큼 안 보이지도 않아서

엄마도 남편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눈이 부시기 시작하면

나는 그 ‘생경한 감각’에 휘둘려.

아니, 실은 그 생경한 감각이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환기해서 나는 번번이 좌절해. 절망해.”


“늙는다는 건 매일 아침 조금씩 더 슬퍼지는 일이더라.

온몸의 구석구석이 번갈아 가면서, 때로는 한꺼번에

아프고 또 아프니까. 그걸 받아들이는 건 어려워.

아무리 노력해도 매번 슬퍼.”


내가 물으면

나에게는 없는 말을 들려주는 당신.

당신은 내가 아직 혹은 영원히 가보지 못할 새로운 영토를 걷고 있지.


고백하자면

몸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

닿지 못한 땅에서 들려오는 메아리에

혼을 빼앗겨

어디에도 발을 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내가 나인 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미안했다.


그러다 슬픔을 만나고

눈물이 나오면 그냥 울어버리면 된다는 걸 깨우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지.

내가 여기에 나로 서 있어도 괜찮다고

내가 당신이 될 수 없음을 그저, 깊이, 슬퍼해도 괜찮다고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주 미안해하는 당신.

쑥스러워하다 괴로워하고 마는 당신.

안타까움에 가슴 졸이는 당신.


당신에게 슬픔과 눈물에 대해 말하고 싶어.

당신이 당신 자신으로 서 있어도 괜찮다고.

당신이 견디고 있는 그 모든 것을 그저, 깊이, 슬퍼해도 괜찮다고.

부디 당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달라고.


덧. <랭스로 되돌아가다>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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