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해부>

by 이상희

진실에 끝내 닿을 수 없을 거라는 비관적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이 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어느새 이런 말을 되뇐다. 알아, 진실이 여러 개일 수 있다는 말이잖아? 무뎌져 버린, 다소 냉소적인 그런. 그게 뭐든 결국 ‘식상하게 느끼고 마는’ 인간에 대한(나 포함) 약간의 두려움과 지긋지긋함을 본다.


추락의 해부는 그런 비관적 메시지를 담은 듯하다가 조금 다른 곳을 바라본다. ‘진실이야 어떻든’ ‘그것이 밝혀지든 아니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 무언지를 두고 다투는 와중에도 생활이라는 게 꾸려져야 하고, 감정은 싹트고, 곪고, 터진다. 관계가 맺어지거나 끝나고. 돈은 없고. 순간의 진심과 고독과 고뇌와 아픔 같은 것들은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다. 그것을 증명해 보이라고 한다면 자신은 없지만. 그러니 그저 그것들을 꽉 끌어안고, 그 무게를 묵묵히 견디고 살아가야 한다. 어쩌면 유일한 진실.


그나저나 진실을 영원히 알 수 없을, 아니 적어도 두 가지(혹은 그 이상의) 진실을 가진,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때로는 당사자조차도!) 관계라면 그야 물론 부부 관계 아니겠나. 부부싸움 녹음 파일을 법정 증거로 삼으려 하다니. 섣부르다 섣불러, 검사여! 자네 미혼인가! 아니, 글쎄 그 말 한마디를 이해하려면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의 사정을 알아야 한다고. 근데 들어도 모를 거라니까. 당신이 느낀 그거 아니야.. 내 말 믿어...


덧. 영화의 첫 장면에서 수도꼭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돌리는 손길을 보고, ‘시각 장애인이구나’하고 알아보았다. 교통사고로 인한 시신경의 영구적 손상이나 사고 후 겪는 가족 간의 갈등과 불화, 어려움 등을 보는 게 쉽지 않았지만. 흐린 눈 하지 않고 영화의 전체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며 보았다. (진실일까?) 암튼 무척 기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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