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의사는 처방할 때와 그대로 둘 때를 구분한다"
고대 철학자의 이 말은 현명한 처신에 대한 이야기다.
복잡한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꾸 참견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려 애를 쓰면 쓸수록 더 실타래가 꼬이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을 키워보면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아이들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며 관계 형성을 해 나간다.
하나하나 어른들이 개입하지 않아도 방법을 배워나가는데 성마른 어른이 일일이 참견하게 되면 아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샘물을 자꾸 손대면 흙탕물이 이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자꾸 흔들면 더 혼탁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은 처방이다.
화초에 햇빛과 물을 필요한 만큼 주어야 하는데 사랑한다고 뜨거운 햇빛과 너무 많은 물을 주면 말라죽거나 시들거리다 죽는다.
적당한 관심으로 아이가 필요로 할 때를 잘 알아가는 것도 부모로서 배워야 할 능력이다.
언젠가 딸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너를 키울 때 좀 더 꼼꼼히 챙겨주고 신경 써 주었어야 했는데 힘들다고 방임형으로 키운 것 같아 미안하다"
"아니에요. 저는 엄마가 하나하나 간섭하고 이래라저래라 했다면 충돌도 많았을 거예요.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해요"
딸아이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방임했다고 생각했는데 딸은 엄마가 현명하여 자율성을 키워줬다고 생각했다.
현명한 엄마여서 내버려두는 기술을 구사한 게 아닌데 아이의 성향에 맞아떨어져 독립적인 아이로 키워졌다는 것은 축복이고 은혜다.
어른들의 세상에서도 이런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솔로몬의 지혜에서 아이들의 법정 연극을 보며 어른들이 배우듯이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삶의 이치는 비슷하다.
동료들과 일할 때 선임자는 일의 과정을 굳이 지켜보지 않아도 후임자의 일 진척사항을 어느 정도 가늠한다.
초보자일 때는 모로 가도 목적지만 가게 내버려두면 조금 늦더라도 스스로 일을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 그것을 참지 못하고 하나하나 간섭하다 보면 상대방은 주눅이 들어 일의 실수가 잦아진다.
자꾸 채근하고 "모르면 물어봐" 하면서 자신감을 눌러버린다.
모든 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고 다른 동료에게 물어보고 있으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의 월등함을 내세우고 싶어 사사건건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면 직장 내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하고 경직된다.
보아도 못 본척하며 스스로 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봐 줄 줄도 알아야 현명한 사람이라 하겠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2025년 5월
내버려두는 기술
클로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