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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May 29. 2024

뜨거운지...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시 < 너에게 묻는다> 전문




어느 곳에서든지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을 해도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안도현 시인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복직된 교사였다. 한참 뜨거운 감자였던 전교조시절에, 목숨 걸고 운동했던 시절에 나온 시가 '너에게 묻는다'이다. 너는 한 번이라도 뜨겁게 달구어져 봤느냐고 묻는다. 뜨거웠다 식은 연탄재마저도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고 한다. 


최근에 의사파업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문제가 심각하다. 절대 양보하지 않는 자와 자존심을 접을 수 없는 자들과의 피 터지는 줄다리기다. 이 안에서도 서로 뜨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 아는 의대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며 정부와 맞서고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자신의 밥줄을 걸고 투쟁한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대학에 있었던 지인의 딸, 전공의는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집단파업에 동참하며 사직계를 내었다. 당장 내야 할 월세도 있고 생활비도 필요할 텐데. 지인의 아들은 의대 본과 1학년이다. 대학을 졸업한 다음 나이 30에 다시 의대를 가서 부모님께 계속 손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어서 졸업하여 자신의 앞가림을 하고 싶지만 의료파업으로 졸업이 한해 더 미뤄지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나는 어느 때 뜨거운 맛을 느껴봤을까. 무슨 일에 분개하고 주먹 불끈 쥐며 일어선 적이 있는가. 없다. 언제나 뜨뜻미지근한 상태로 살아왔다. 사회의 변화에 무관심했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타인이 치열하게 애써서 쟁취한 결과로 덕을 보며 살아왔다. 삶에 달관한 사람처럼 행세하면서.  


최근에 은유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사회정신이 투철하고 작은 자들에 대한 연민이 보이는 옹호자로서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시인들은 또 어떠한가? 무릇 글 쓰는 사람은 아름다운 글만 써서도 안되고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소프트웨어로서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이끌어 가는 것은 글이고 말이다. 어떤 투쟁 현장에서든 몸으로도 대항하지만 글로써 투쟁정신을 나타낸다. 언론탄압이 극심했던 시절에도 그랬고 전교조 시절에도 그랬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독재정권 때도 그랬고 일제강점기에도 그랬다.


요즘 글을 읽고 쓰면서 나의 뜨거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뜨겁게 달아올라 완전히 나를 불사른 적이 있는가. 2년 전부터 글을 본격적으로 읽으면서 블로그에 도서리뷰를 시작하였다. 3년 차인 지금 조금 시들해졌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처음에 세운 목적과 목표가 흔들린다. 요즘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더욱 그렇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면 다른 핑계가 없었을 텐데. 글을 쓰기 위해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질지라도 뜨거운 불에 달려들 열정이 준비되어 있는가.


한 번도 뜨거워본 적이 없다면 연탄재도 함부로 발로 차면 안 된다. 남에게만 엄한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 이도저도 아닌 마음으로,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서도 안된다. 남에게 싫은 소리 듣기 싫어 공평을 이야기하는 비겁한 사람이 되어서도 안된다. 어느 삶도 옹호하지 않는 생각 없고 행동 없는 이가 되지 않기를, 뜨겁게 나에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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