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 붙잡은 동아줄

by 클로토

앞뒤 구분이 안되는 어둠 속에서 손을 휘젓다 붙잡은 줄은 썩은 동아줄일까 튼튼한 동아줄일까.

알고 붙잡는 경우도 있고 모르고 우연히 붙잡아지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대로, 예고한 대로 모두 살아지지 않는다 하면 그것은 하나의 변명이다.

인생이 그렇다.

어느 지점에서 돌아보면 시작점이 보이고 바람에 떠밀리든 어느 희미한 빛을 향하여 나아갔든 시작점을 벗어나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을 타의에 의해 사는 것도 아니다.

어느 길로 가든 그 길은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무작정 쫓아갔든 희미한 빛을 보고 갔든 무언가 음성이 있어 고개를 돌렸든지 간에 그 걸음을 재촉한 건 자신의 결정이다.

조상을 탓할 수도 없고 친구를 탓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자신이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과 무작정 걷다 감정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의 끝은 많은 차이가 예견된다.

졸업 후 고향과 멀리 떨어진 타향살이를 하며 친구들과의 교류도 원활치 않고 고립된 생활을 했다.

새로운 곳에서 사귀고 싶은 친구도 없고 흥미도 없었다.

그럴수록 멀리 고향에 있는 남자친구에게만 집착하는 상황이었다.

그 만이 나의 관심 대상이고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다른 무언가는 필요치 않았다.

그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면 나의 본질적인 외로움이 제거되리라는 환상이 있었다.

목표는 결혼이고 나의 도피처가 되리라는 생각만 머리를 가득 채워 현모양처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 낼 자신이 충만했다.

주변의 환경과 상대방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남자친구를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따지고 보면 나의 안위만 머릿속에 가득할 뿐 상대방을 살피고 돌아보는 행위는 없었다.

오로지 나 자신이 중요했고 내 감정에 충실했으며 내가 어떻게 하면 이 단조롭고 재미없는 생활을 벗어나 볼까만 생각했다.

뜬구름 잡는 생각만 가득했다.

단편적인 지식으로 만들어진 결혼에 대한 이상이 현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유시민 작가의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고 말한 부분도 바로 이런 경우와 비견된다.

나의 의지는 확고했다.

부모의 권고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직장을 때려치우며 남자친구 옆으로 갔다.

남자친구는 그 시절 사업 실패로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라 집도 절도 없이 어머니에게 얻혀 살고 있었다.

그것도 남의 여인숙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달방 한편에 말이다.

사람은 무조건 사랑으로 산다는 믿음이 확고했으니 좁은 달방에 살면서도 전혀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흡족했으며 누구의 눈치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내 감정에만 충실했다.

가끔 뉴스를 통해 청소년들이 가출하고 함께 숙박하며 지내다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사람들은 왜 저기서 학대받고 죽임을 당하면서까지 벗어날 생각을 못 할까라고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마음 상태나 감정만은 이해된다.

그 시절 그곳이 아니면 내가 머물고 마음을 둘 곳이 없기 때문에 머무는 것이다.

'걸어서 나가면 되지'라고 하지만 마음이 있는 곳에 몸도 머무는 법이다.

몸만 벗어난다고 해방된다고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런 모든 결정들에 본인들의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내 감정에만 충실했었고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활동을 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다만 결혼을 통한 동굴을 벗어나고픈 몸짓이 삶에 대한 애착이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것은 썩은 동아줄도 튼튼한 동아줄도 아니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2025년 5월

붙잡은 동아줄

클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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