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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Feb 27. 2017

나의 인생

나의 인생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남혜현 옮김/작가정신

추천 대상 : 체호프 덕후

추천 정도 : 3.5점

메모 : 요새 내가 소설 관련 포스팅을 많이 하는 이유는 실제로도 소설을 더 많이 보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내 취향대로라면 이게 맞다. 물론 ㅇ업무적으로 필요한 도서를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렇게 살다보니 보디빌더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닭가슴살도 좋아하지만 너무 닭가슴살만 먹는 느낌) 그래서 원래부터 좋아하던 작가들의 다른 작품을 보면서 원래 내 취향을 더 확고히 하려고 노력했다.


체호프를 택한 것은 이전부터 러시아 문학을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단편 문학은 체호프가 가장 취향에 맞다고 느껴서이다. 의기소침한 슬픔, 부조리한 사회상, 간결한 심리 표현이 취향 직격이었다. 그래서 국내에 미발표된 체호프 소설집인 <나의 인생>을 구매해보았는데, 나는 <나의 인생>은 재밌었고 <삼 년>은 그렇다 할 어떤 것을 느끼진 못했다. <나의 인생>은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 부조리함에 염증을 느낀 청년이 실제로 육체 노동을 해보면서, 또한 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 여성을 만나고 결혼하면서 겪은 일들을 엮은 것이다. 서머싯 몸의 <인생의 굴레에서> 생각이 나기도 하고.. 이야기 구조가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삼 년>은 아직 내 나이에 읽기에는 이른 작품인지 이렇다 할 느낌을 받지 못했다. 좀 더 삶의 회한을 느껴본 나이가 되어야 뭔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발췌


아마 난 진정한 의미의 지적인 노동은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노동하고, 먹을거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모, 난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던 걸까요? 무엇을 위해? 말해줘요. 내 손으로 청춘을 묻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가계부를 정리하고 차를 따르고 한 푼을 아끼고, 손님 대접 말고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어요! 유모, 나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나도 살고 싶어요. 그런데 나를 이렇게 창고지기로 만들어놨어요. 정말 너무해요. 너무해.”

나는 농사일을 알지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으며, 농사일이란 노예 같은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말은 이전부터 아버지가 해오던 말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떠올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만남과 결혼생활은 이 재기발랄한 여성의 삶에 앞으로도 여러 번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상의 온갖 좋은 것은 모두 그녀의 손안에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너무나 쉽게 가졌다. 갖가지 사상과 최신의 지성 사조까지 그 모든 것들은 그녀의 삶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해주는 즐거움일 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하나의 즐거움에서 또 다른 즐거움으로 안내하는 마부에 불과했고. 더 이상 그녀에게 필요치 않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날개를 퍼덕이고 날아가버리면 나는 홀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그는 신나게 이야기하면서, 더 이상 누이와 자신의 고통과 나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삶이 그에게 손짓하는 것이다. 마샤에겐 미국과 ‘모든 것은 사라지나니……’라고 새겨진 반지가 있고, 블라고보에겐 논문과 출세가 있었다. 나와 누나만이 예전과 똑같은 상태로 남겨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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