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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Feb 27. 2017

당신 인생의 이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엘리

추천 대상 : 상상력과 디테일이 뛰어난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추천 정도 : 4점

메모 :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처음 읽은 것은 대학생 때이다. 화용론, 담화론을 가르치던 교수님이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는 과제를 주셔서 읽었었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생경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내가 쓰고 있는 언어에 의해 사고체계가 형성되고 그 언어에 맞는 사고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내가 놓치고 있는 범위는 얼마나 될까 라든가 언어의 선형적 특성이 인상 깊었다. 테드 창의 다른 단편도 읽어보려고 했지만 제일 앞의 단편인 바벨탑 이야기가 내 취향에 맞지 않아서 결국 대학생 때는 <네 인생의 이야기>밖에 읽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다른 단편도 재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다행히 3~4일 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작가를 거칠게 두 가지로 양분하자면 주제는 일반적이나 인간의 내면 세계에 천착하는 작가와 새로운 소재로 소설을 쓰는 작가(이런 경우는 내면의 표현이 덜 두드러지는 것 같다)가 있다고 생각한다. 테드 창은 후자에 속한다고 본다. 읽고 나면 있을 법 하지만 막상 생각 하기 어려운 소재의 이야기가 많다. 재밌다고 생각한 이야기도 몇 편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자에 속하는 작가를 훨씬 선호하는 편이라서 '이런 작가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데 그친 정도. 그러나 상상력의 범주로 따지자면 높은 평가를 줘야한다고 생각했다(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sf나 과학 공상 소설(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테드 창의 소설을 좋아할 것 같다.




발췌


몇십 세기에 걸쳐 역사한다고 해도 인간은 천지창조에 관해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이상의 것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통해, 인간은 야훼의 업적에 깃든 상상을 초월한 예술성을 일별하고, 이 세계가 얼마나 절묘하게 건설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이 세계를 통해 야훼의 업적은 밝혀지고, 그와 동시에 숨겨지는 것이다.

이 전문가들을 보고 있자니 대학 시절의 교수들이 생각난다. 그들에게는 각자 애지중지하는 이론이 하나씩 있었고, 그들은 그 이론에 들어맞도록 연구 결과를 왜곡했다.

나에게 지금까지 사고란 보통 마음속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의미했다. 전문 용어를 쓰자면 나의 사고는 음운적으로 코드화되어 있었다. 나의 마음속 목소리는 보통 영어로 말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나는 러시아어로만 진행되는 집중 언어 습득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나는 러시아어로 생각하고 러시아어로 꿈을 꾸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발화된 러시아어였다. 언어는 달라져도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사고란 마음속으로 소리 없이 말하는 과정이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처음과 가장 마지막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 원인이 시작되기 전에 결과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수행문적 언어에서, 말하는 것은 그것을 실행하는 것과 등가인 것이다.
헵타포드의 경우 모든 언어는 수행문이었다. 정보 전달을 위해 언어를 이용하는 대신, 그들은 현실화를 위해 언어를 이용했다.

“그자가 죽다니 정말 불공평해. 이 일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었는데.”
“세상사라는 게 원래 그런 법입니다.

신으로부터 영원히 격리되는 것을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요행이나 불행이 결코 신의 의지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갈 가능성에 대해 닐은 아무런 공포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사라가 천국으로 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닐은 그녀와의 재회를 그 무엇보다도 갈망했고, 천국으로 가려면 오직 전력을 기울여 신을 사랑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언제나 자신의 가치가 용모에 직결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자라왔습니다. 어떤 업적을 이루더라도 예쁘면 크게 각광받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평가절하됩니다. 더 나쁜 경우가 있다면, 여자아이들 일부가 자신의 외모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수용하고 정신적 성장을 멈춰버린다는 사실이겠죠. 저는 타메라를 그런 종류의 영향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얼굴이 예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동적인 특징입니다. 예뻐지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그건 수동적인 노력에 불과합니다. 저는 타메라가 자기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자신이 얼마나 예쁜지가 아니라, 정신과 육체 모두를 함양해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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