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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Mar 08. 2017

대체 뭐하자는 인간인지 싶었다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 

이랑 지음/달

추천 대상 : 이랑을 좋아하는 분들

추천 정도 : 3.5

메모 : 최근에 50만원에 트로피를 판 화제의 아티스트인 이랑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이다. cd를 구하기 위해 연남동을 돌아다니기도 하고(유어마인드에는 항상 품절이었다) 공연장을 찾아가 사인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다재다능한 분이라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뉴스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cd를 여러 장 살 걸. 하여간 곧 유투브 공연을 하신다니 그때 자유롭게 후원을 할 수 있다. 아 이건 너무 다른 이야기가 된 것 같고..


2집 신의 놀이는 책과 음악이 결합된 형태이다. 이 책과 신의 놀이는 겹치는 글들이 꽤 있다. 하지만 나는 이랑의 팬이라서 그런 것은 상관 없이 잘 읽었다. 하루키도 그렇고 사노 요코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은 솔직하고 어떤 면에서는 순수하고 사소한 일들도 굉장히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런 자기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을 매우 좋아한다. 내용만으로도 따져도 재밌는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5로 정한 것은 4점은 웬만하면 읽어야 한다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이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4라고 생각한다. 책 많이 팔려서 이랑님 부자됐으면 좋겠다.



발췌


‘낭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살고 있는 어른.’

고양이는 위층과 연결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하고 계속 밥을 안 먹은 척을 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밥을 준지도 모르고 돌아가면서 계속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나는 더이상 이사를 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 아침마다 ‘이렇게 좋은 집에 살아도 될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살고 싶다. 행복을 불안해하면서.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 하는 것은 모두에게 떨리는 일이구나, 이게 전공자 비전공자의 문제가 아니구나. 그렇다고 심장의 떨림이 멈춰지진 않았지만 이들과 한층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모두 같구나. 친구 앞에서 연기를 하든, 타인 앞에서 연기를 하든. 무대에 오르는 것은 모두에게 떨리는 일이구나.

내 이론상 모든 사람은 매일 조금씩 변하고, 나는 그것을 예측할 수가 없다. 바로 그 점이 사람을 사귀는 재미난 이유였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질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나는 평생 나를 보고 겪고 또 보고 겪어도 항상 신기한데 어떻게 모르는 게 더 많은 남에게 질릴 수 있을까? 내일이 다르고 몇 년 후가 다를 우리는 왜 재미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까?

만드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신기할 것 같고 그래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만드는 것을.

언제부턴가 청탁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얼마예요?’ 하고 물었다. 글 한 페이지, 그림 한 장이 얼마냐고 묻는 게 당연해지기까지 나는 꽤 많이 버벅댔던 것 같다. 하지만 어렵게 입을 떼고 챙겨 받은 돈이 월세로, 작업실비로, 학자금 대출이자로, 공과금으로, 핸드폰비로 쑥쑥 빠져나간 뒤부터는 그 말이 점점 더 잘 나오게 되었다

어쩌면 내 노래는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이 들어야 좋은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만들었으니까 역시 삶이 빡빡하고 일과 인생에 치여 사는 서울 사람이 들어야 좋은 노래가 된 게 아닐까

어쩌면 나는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여전히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행을 노래하고 그 노래를 나처럼 불행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세상에는 아마 행복한 사람들보다 불행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 다수를 위해서.

일을 하지 않을 땐 한없이 멍청이가 된 것 같고, 일을 하고 있으면 배고픈 내 주둥이에 김밥 한 줄을 처넣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있는 기분이 든다

모두들 자신을 어떻게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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