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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Mar 11. 2017

퇴사하겠습니다

퇴사하겠습니다 -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엘리

추천대상 : 노동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사람. 일을 어느 정도 해본 사람에게 더 와닿을 듯 하다(5년 이상?).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사람

추천정도 : 4

메모 : 임정욱님 페이스북을 보다가 흥미가 생겨서 바로 구입했다.(이런 면에서는 행동력이 매우 뛰어난 나. 다행히 리디북스에도 있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회사가 더 즐거워졌다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서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은 노동과 자본 인간, 행복에 대한 고찰을 아주 쉬운 말로 그리고 그것이 실제 업무에 임하는 태도와 만족도, 국가 체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이제 일을 하게 된 지 3년차로, 짧다고 하면 짧지만 완전 신입인 것은 아니다. 신입 당시에는 초봉은 굉장히 적어(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주거비와 생활비를 내가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월급이 조금이라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었다.

그리고 월급이 더 많아지면 무얼 하고 뭘 바꾸고 그런 공상과 욕망으로 자기 발전을 도모하곤 했다. 그야말로 촛불을 켜면서 공상에 젖었던 성냥팔이 소녀 같은 것 아니었을까 싶은데.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나도 몇 번의 이직을 했고 고액 연봉은 아니지만 초봉보다는 사정이 나아졌다.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들을 사제끼면서 이것이 일하는 이유일까?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내심 커졌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것보다 적게 벌게 되면 내 욕망은 하나 둘씩 이룰 수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의 인지도, 평가 같은 것들도 스트레스의 대상이었다. '잘 하지 못하면 어쩌지 나에게 실망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 생각들이 자기 발전에 긍정적인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심적인 압박도 상당했다. 평가, 돈에 자유로워지면 오히려 일이 즐거워진다는 작가의 말을 보고 나도 이러한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는 관록의 50대이고 나는 아직 먼 사람이긴 하지만 정신 수양적 측면에서.


작가는 결국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는데(재밌게도 책 내에서는 미니멀리스트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나는 미니멀리트를 너무 힙하게만 받아들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도에서부터 비롯되어야 자연스러운 미니멀리스트가 될텐데 외양만 따라하고 싶었으니 잘 될 턱이 없었지!



발췌


게다가 이유라는 것이 고작 ‘아프로 헤어’라는 것뿐이니…… 음, 어쩌면 인생이란 의외로 엄청나게 심플한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외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요?

매달 월급이 입금되는 데에 익숙해지다보면 어느덧, 저도 모르게, 일단 돈을 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믿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게 됩니다.

그야, 마지막까지 ‘이기는’ 사람이 되면 좋긴 하겠지요. 하지만 마지막까지 이긴다는 게, 요약하자면 사장이 된다는 겁니다. 사장이란 사람은 사내보나 주간지 사진으로 말고는 직접 본 적도 없습니다. 그만큼 멀고 먼 존재입니다. 그 외 모두는 어딘가에서 반드시 ‘지게’ 되어 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만족한다’는 것이 의외로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부장이 되지 못했을 때(실제로 대다수 사람들이 부장이 되지 못합니다), 당연히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그것도 동기나 후배 중에서 누군가가 부장이 됩니다. 그건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줍니다.


원래는 모두 ‘신문기자’가 되고 싶어서 입사한 거 아니에요? 평생 ‘기자’ 해도 좋잖아요!

아무튼 그때의 나는, 당시 유행하던 말로 대신하면 ‘한 단계 더 높은 레벨’을 바라고 있었지요. 분수에 안 맞는 월급을 받으며 완전히 착각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사주지 않았던 것들을 자기가 번 돈으로 하나하나 사들이는 게 자신의 프라이드라고 여겼습니다. 꿈을 실현하고 있다고 헛물을 켜고 있었지요.


하지만 돈 문제는 내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바로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의 확립’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런 쪼잔한, 그리고 필사적인 마음이 내 인생을 바꿨습니다.

언제든 채워진다는 것은, 물건이 없던 시절에는 엄청난 호사였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든 무엇이든 다 있는 지금, ‘있다’는 것을 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없다’는 게 훨씬 사치스럽습니다. 훨씬 더 호사입니다.

행복이란 게 대체 뭘까요. 우리는 매일같이 물건이나 돈이나 지위를 추구하며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걸 손에 넣으면 행복해지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자 돈을 쓰지 않아도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은커녕, 돈과 행복의 관계조차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렇습니다. 점점 돈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니, 쓰지 않는다기보다 딱히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원은 월급에 맞는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급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그때까지의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게 그래서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제2의 인생’이란 예상보다 훨씬 진지하고, 나름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찾아야만 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임주기’란 어쩌면 그 소중하고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가는 시간’이 아닐까, 그럼 그걸 대체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마침내 그런 의문이 마음 한편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그만둘 수 없다 해도, 언제까지나 회사에 남아 있으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언젠가 회사에서 자립해 ‘임주기’에 들어갈 시기를 찾아야만 합니다. ‘말에는 신성한 힘이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봅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회사란 것이 점점 ‘무서운 존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하는 일이 무척 재미있고 자유로운 것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을 겨를이 있다면 정면에다 대고 목소리를 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밑져봐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힘없는 입장이라도 용기 내어 말하면, 자기와 같은 의견을 가진 동지가 누군지 자연히 드러나게 됩니다. 힘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더 잘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협력한다고 무슨 이득이 생기는 게 아닐 테니까요. 그 결과,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누구에게 의논하면 좋을지 분명해졌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그런 쩨쩨한 동기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이 움직여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월급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에 무관심해지면, 자기에 대한 평가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됩니다. ‘평가=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 상사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식으로 변해갑니다. 돈 따위, 평가 따위 상관없어, 그런 건 개나 주라지. 물론 그렇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그 정도 근성은 갖추고 싶어집니다.
그럼 엄청 상쾌하다니까요!

나는 ‘회사란, 조직과 개인의 전쟁터’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조직은 강합니다. 하지만 강하기에 한편으론 약하기도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줄을 잘 서라 등등.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나약함이 집단이 되면서 곧바로 가시화되고, 조직 그 자체를 좀먹습니다.

이를 막는 것은 개인의 힘밖에 없습니다. 혼자서 판단하고, 혼자서 책임을 지며, 혼자서 움직입니다. 작은 힘입니다만, 자기 혼자 결단하기만 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약하지만 강합니다.


문제는 내가 회사 속에 있으면서도 독립된 개인으로 우뚝 설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꼭 필요할 때만, 최소한의 전기를 쓰자.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으로 넘치는 세계였습니다.
  그것은 숨 막히는 현대에 대한 혁신이었습니다. 내 인생의 혁명이었습니다.
  인생의 가능성은 어디 어떻게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뭐야,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정말이지 조금밖에 없구나. 한밤중까지 마트나 편의점이 문을 여는 도시에서는 이렇게해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습니다.

대체 지금까지 바구니 가득 무엇을 그렇게 사 넣었던 거냐.

우리 사회란 실은 ‘회사 사회’였던 것입니다!

일이란 원래, 사람을 만족시키고 기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행위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기뻐할지 고민하는 것은, 무엇보다 창조적이고 가슴 뛰는 행위입니다. 그건 돈이나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돈을 벌기만 하면 뭐든 해도 좋다는 것은 일이 아니라 사기입니다. 장기적인 눈으로 봤을 때 결코 회사를 위한 게 못 됩니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끝났을 때 당신은 언제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차를 마시러 갈 때도, 장을 볼 때도 나는 사람들을 살핍니다. 그리고 어디의 누구건, 조금이라도 마음이 통할 것 같은, 느낌 좋은 사람을 찾습니다.


그건 아마도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어느새,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리 대단한 일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눈을 마주치고 상대방 말을 열심히 듣고 웃는 얼굴로 감사의 말을 하고 헤어집니다. 그저 그뿐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바로 사람들에게 가장 용기를 북돋워주는 행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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